[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자신의 주력 분야인 화장품 사업에 속도를 내는데 이어 신세계백화점 전용 서체를 선보이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의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 

정 총괄 사장은 지난해 12월 1996년 입사한 이래 20년 만에 대구 신세계 그랜드 오픈식 현장에 나타나 첫 공식석상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잇달아 자신 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미국 최고의 명문 미술 대학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 출신 정 총괄사장이 자신의 강점인 예술적 감각과 글로벌 트렌드를 읽는 능력을 물씬 발휘하며 신세계의 미래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 전용 글자체를 내놓으며 백화점에 '디자인 경영'을 접목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사와 전 점포에 '신세계반부리'와 '신세계민부리' 2종의 서체를 도입, 올해 상반기 중에 광고, 내부 문건, 고객 대상 제작물, 명함, 봉투, 계약서 등에 이 서체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마트가 자사 PL상품에 '에브리데이고딕'과 '에브리데이캘리'라는 서체를 통해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와 친화력을 제고하고 있다면 신세계백화점은 보다 도회적이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강조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두 가지 서체에 대해 "신세계백화점의 모던 헤리티지 정신을 잇는 새로운 글꼴"이라며 "획의 디테일에 유연한 손맛을 더한 '신세계 반부리'는 세련된 표정에 '틈'의 미학이 담겨있고, '신세계 민부리'는 섬세하며 고급스런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괄사장이 직접 챙기며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장품 사업도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신세계 자회사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최근 준공한 경기도 오산공장이 지난 6일부터 한국·미국·영국 등의 화장품 회사에서 주문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2015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가 지분율 50대 50으로 설립한 합작 법인으로,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회사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뷰티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 오산공장 생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인터코스가 보유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아시아 시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 정유경호가 이마트 정용진호를 월등히 뛰어넘는 탁월한 성과를 내고 순항하게 된다면 신세계 그룹의 경영구도에 영향을 미칠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자녀에게 분리 경영을 시키며 경쟁과 공존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나가려고 하는 이명희 회장의 경영 능력이 새삼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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