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에 두 번째 소환되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죄 성립 여부에 따라 다른 그룹들도 뇌물죄 공여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된 이후 약 3주간 보강수사를 벌여 왔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재소환한 것은 보강 수사 과정에서 뇌물죄에 대한 새로운 단서와 물증을 확보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을 추가로 압수하는 등 유의미한 단서들을 확보했고 청와대 측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외압을 행사해 삼성그룹에 특혜를 준 정황도 일부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새롭게 포착한 내용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이번주 중으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9시25분께 특검에 재소환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순환출자 문제와 관련해 청탁한 사실이 있나” “공정거래위원회에 로비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냐” “경영권 승계에 최순실씨 일가를 이용한 것이냐” 등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다만 두 번째 소환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잠시 동안 심호흡을 한 다음 “오늘도 모든 진실을 특검에 성심껏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따라서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SK와 롯데 등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특검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각각 111억원과 45억원을 대가성으로 출연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SK그룹에 대해 지난 2015년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을 대가로 111억원을 출연했다는 의혹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재계에선 특검이 계속해서 기업 총수에 칼날을 들이대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재계와 경제단체는 특검이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소환 한 것과 관련해 “삼성그룹의 국제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삼성 특검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당사자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하지도 못한 채 삼성이 주 타깃이 돼버렸다는 게 그의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반기업법안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거듭된 총수 소환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사실관계를 떠나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되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검 수사로 인한 반기업정서가 확산되어 현재 국회가 추진중인 상법 개정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는 평소 취재진의 두 배 이상 인파가 몰린 가운데 이 부회장 도착 예정 1시간 전부터 시위대가 몰려 재벌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시민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400억원을 줬다는 것이 명백한데 본인들은 그것을 부인하고 있다”며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그들이 뇌물죄를 인정하고 빨리 구속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은 이재용 부회장 뿐만 아니라 정몽구 회장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달 10일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재벌총수구속특별위원회는 박영수 특검 사무실 앞에서 '현대차 정몽구를 조사하라. 특검 앞의 특검‘ 연극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박영수 특검 사무실 앞에는 현대기아차 노동자와 시민 약 200명 정도가 모였다. 재벌구속특위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처벌과 죄목을 규명하기 위해 시민 자체 특검 연극을 선보였다. 이날 연극에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죄목은 뇌물수수죄, 근로기준법 위반, 노동조합 및 노동 관계 조정법 위반, 폭력죄 등이었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이 미르재단ㆍ스포츠 재단에 현대차가 68억8000만원, 기아차가 27억3000만원, 현대모비스가 31억9000만원으로 총 128억원의 기금을 출연하고 정부로부터 파견법을 확대 적용하는 노사 제도 개혁, 글로벌비즈니스센터(현대차 신사옥) 건립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차가 한전 부지 매입에서 80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고도 제기했다. 

그러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최순실 광고회사에 62억원어치의 광고를 몰아준 것과 관련 “회사 규모가 워낙 커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한 바 있다.

정 회장은 당시 “광고에 대해 내가 직접적인 관련도 없었고 그런 게 기억이 잘 안난다”고 답했다.

이만희 의원이 “(최순실의) 플레이그라운드는 2015년 10월에 만들어졌고 기업평가 기관에서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분류된다”고 지적하자 정 회장은 “아 그렇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현대차 그룹이) 회사 규모가 워낙 크다. 올해도 한 815만대를 파는 등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 내용은 중간에서 보고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고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정유라씨의 동창 부친이 운용하는 KD코퍼레이션이 2년간 10억원 어치 납품을 할 수 있게 지원해 준 것과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광고 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제공함 혐의를 받고 이날 국조 특위에 참석했다.

최근 조계종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대책위원회가 박영수 특검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조속히 수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책위 공동위원장 원명 스님(봉은사 재산관리인)은 지난 2월 3일 박영수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 신사옥 건립이 봉은사의 역사문화 환경을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최순실 재단에 200억원을 헌납한 것은 신사옥 조기 착공을 위한 대가였다고 주장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7일 박근혜 대통령과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을 특저엄죄 가중처블 등에 관한 법률위ᅟᅡᆫ(뇌물)과 뇌물공여죄 등으로 고발했다.

대책위는 현대자동차 그룹이 재단에 낸 200억원이 현대자동차 신사옥 개발 조기 착공 대가였다고 주장했다. 또 신사옥 조기 착공 등 등 일련의 과정이 대가성 뇌물 수수를 통한 재벌특혜의 전형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를 서울시의 졸속행정이 뒷받침하면서 일사천리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한전부지를 포함한 10만평의 토지는 1970년 박정희 정권의 정치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불법 강탈당한 것이고 한전부지 원소유자로서 법에서 정한 환매를 요구했으나 철저히 묵살 당했다”며 “현대자동차에 매각되어 105층 569m, 연면적 28만평의 초고층 초대형 난개발로 인해 봉은사의 문화재와 역사문화환경이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대책위는 2013년 6월 현대자동차 베이징공장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이 만난 이후 2014년 9월 감정평가금액이 3조3000억원이었던 한전부지를 현대자동차에서 10조5000억원이라는 상식을 벗어난 금액으로 매입했다고 주장한다.

또 한국전력은 부채가 108조임에도 불구하고 주주배당을 통해 정부에 1조원을 배당했고,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를 제정해 세제혜택을 주려 했으나 여론에 의해 무산되자 세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결국 8000억원을 면세해주었다면서 정권과 재벌의 유착으로 인해 한전부지가 종단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정경유착의 비리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기획재정부로 이어져 기획재정부가 2015년 1월 15일 ‘한전부지 개발 조기 착공 지원’을 발표하고 현대자동차에서 한전부지를 등기 이전한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초고층 초대형 개발이 가능하도록 졸속 인허가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명 스님은 “개발로 인한 이익에 눈이 멀어 소중한 천년문화유산을 파괴하고 온 국민에게 아픔을 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물론 연루자 모두를 엄단해 다시는 정권과 재벌이 결탁하는 비리가 발생되지 않도록 조속히 수사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대책위는 또 이날 박근헤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 조속 수사 촉구 입장을 특검에 전달한 것은 지난 2일 강남구청이 공개한 환경영향평가 초안내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신사옥의 환경영향평가 결과 봉은사에는 일조침해가 없고 눈부심 현상도 발생하지 않으며 공사 중 대기질과 소음 등의 악영향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조계종 측은 지난해 10월 자승 총무원장이 직접 나서서 하루 3시간씩 일조권 침해 뿐 아니라 봉은사 건물이 겨울 동안 얼어붙고 이끼가 끼는 등 훼손될 수 있다며 건물 층수를 56층으로 낮춰야 하며 이대로 허용할 경우 서울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봉은사 핵심 건물은 선불당에 일조 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예측됐다. 눈부심 현상은 봉은사 앞 봉은사로를 기준으로 예측한 결과 하지 8~9시에 시야 내 태양노출이 발생하지만 태양광 반사와 눈부심은 없는 것으로 고층건물인 아셈타워와 아이파크타워로 인해 건물의 저층이 가려져 눈부심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계종의 일조침해 등 주장에 배치되는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원명 스님은 “환경 영향 평가는 봉은사와 현대차 등이 서로 합의해 조사해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주장만으로 신사옥 건립을 해서는 안된다”며 “공정한 기관에 우리와 현대차가 합의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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