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1조원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9일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 1조원을 마련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인수 방법은 향후 채권단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박삼구 회장은 2010년 채권단에 넘어갔던 금호타이어를 7년 만에 되찾을 전망이 커졌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사모펀드 등 복수의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1조원 상당의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며 "채권단에 인수 의사를 밝힐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자금 마련에 복수의 FI가 참여했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참여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는 게 금호아시아나 측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효성과 CJ대한통운 등이 백기사로 나서 박 회장의 인수자금 조달에 도움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자제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효성에서 FI로 나설 것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현재 이와 관련해 확인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그동안 박회장이 앞서 금호산업 인수 당시 상당한 출혈이 있었던 만큼 이번 금호타이어 인수에는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박 회장이 1조원대의 인수 자금을 조기에 마련, 금호타이어를 되찾아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곧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SPA 체결 직후 채권단은 매매가격을 박 회장 측에 통보하고 청구권 행사 여부를 묻게 된다. 박 회장은 통보 받은 날부터 45일 이내 청구권 행사 여부와 자금 조달 계획, 계약금과 함께 청구권 행사 여부를 답변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박 회장이 인수 자금을 마련한 만큼 SPA 체결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채권단이 박 회장의 자금 마련 방법과 구체적인 인수 방법에 대해 문제를 삼을 경우 실제 인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계열사 동원 및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상태다. 오로지 박 회장의 개인 자금으로만 인수가 가능하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인 것이다.

만약 FI로부터 조달한 1조원의 자금이 계열사 자산을 담보로 마련한 것이거나, 차입매수(LBO) 방식이 활용된 것이라면 금호타이어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더블스타가 법적 문제까지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자금 마련을 완료한 상태지만, 누가 FI로 참여했는지와 구체적인 인수 방법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금호 타이어와 금호 산업 등 핵심 계열사를 채권단에 넘겨야 했다. 그러나 당시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금호타이어를 제3자에게 매각하더라도 박 회장이 1원이라도 더 써내게 되면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지난달 금호타이어 지분 42%를 보유한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매각 입찰을 진행했는데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 블스타가 약 1조원을 써내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하지만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박 회장이 이번에 1조원 이상을 확보하는데 성공해 금호타이어를 되찾을 것이 확실시된다.

금호타이어는 매출 3조404억원, 영업이익 1360억원(2015년 기준)에 달하는 국내 2위, 세계 14위 타이어 업체다. 지난 2015년 금호산업을 되찾은 박 회장이 이번에 금호타이어까지 인수하면 그룹 재건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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