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충치예방 효과를 내세워 지난 10년간 소비자들을 만나온 롯데 자일리톨껌에 대해 최근 식약처가 충치예방 효과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건강기능식품에만 ‘충치예방’ 효과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에 제품 효능을 믿고 구매해온 소비자들만 우롱당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일리톨껌의 효능 논란은 업체들이 충치예방을 적극적으로 광고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있어왔다.

2004년 보건복지부는 자일리톨 성분을 ‘충치 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줌’ 표시를 하거나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제조업체가 개별적으로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자일리톨을 인정해달라고 자료를 제출했고, 보건복지부가 ‘개별인정형 원료’로 승인해 주었다.

‘핀란드에선 자기 전에 자일리톨껌을 씹습니다’는 광고카피도 등장했다. 양치 후 씹는 껌, 자기 전 씹는 껌이란 인식을 소비자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며 자일리톨껌은 치아에 좋은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롯데제과도 자일리톨 성분이 치아에 좋다는 식으로 껌과 연계해 광고를 내놓았고 동종업체들도 미투제품을 내놓으며 껌 시장은 자일리톨 일색으로 재편됐다. 이에 편승해 2004년 껌 시장은 28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중 절반인 1800억원의 매출이 자일리톨껌 판매로 이루어졌다.

2008년에는 자일리톨껌에 대해서도 ‘충치예방’ 표현을 쓸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허가했다. 치아에 좋다는 식의 표현을 쓰며 제품을 홍보해온 제조업체들이 ‘충치예방’ 등의 문구를 내세우면서 껌이 마치 건강기능식품인 양 광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상 당국이 업체들에게 허위표시나 과대광고를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준 셈이다. 

자일리톨 성분이 충치예방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이 얼마인가에 따라 달라지는데 하루에 2~3개 씹는 껌으로는 충치예방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식약처 기준에 따르면 충치예방 효과를 얻기 위해선 하루에 자일리톨 10~25g을 섭취해야 한다. 껌 1개당 자일리톨 성분이 0.8g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12~28개(성인기준)를 매일 씹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7일 <여성소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2009년 유용성 표시지침이란 것에 보면 자일리톨의 충이 예방 효과에 관한 내용들이 들어 있었다. 이에 근거해 기업들이 자일리톨이 충치효과가 있다고 그동안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충치예방이란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감사원 지적사항이 있은 후 지난해 12월 18일자로 이 지침이 개정했다. 따라서 자일리톨과 자일리톨껌에 대한 충치예방 효과에 대한 문구 자체를 아예 못쓰도록 자일리톨 관련 사항을 다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지침이 있었던 2009년 당시에는 자일리톨의 충치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있어서 그런 지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7일 <여성소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롯데제과 자일리톨껌은 충치예방 등의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대로 했을 뿐이다. 법 안에서 허가가 난 사항에 따라 광고 심의를 거쳐 법의 이상이 없는 범위 내에서 광고를 했다”고 말했다.

또 “식약처에서 충치예방 문구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업체 입장에선 따를 예정이다”며 “식약처 등에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 정부 지침에 맞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들은 수많은 양을 씹어야 충치에 좋다는 것을 모르고 단지 자일리톨 성분이 치아의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광고를 믿고 껌을 씹은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소비자 우려에  대해 롯데제과 관계자는 “이번에 감사원이 지적한 것은 수량에 관한 것이다. 수량이 어느 정도 돼야 충치예방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껌씹기 자체는 뇌파를 자극한다든지 인체에 도움을 준다”며 “자일리톨은 치아에 유익한 원료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감사원이 자일리톨껌의 충치예방 효과에 한해 소비자들의 오인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지적한 것에 대해 제과업체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지침 규정에 맞게 정부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의 정부의 심의를 통과한 내용으로 광고를 했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정부 지침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공인과 업체의 홍보만 믿고 10여년 동안 열심히 자일리톨껌을 씹어온 소비자들만 또다시 ‘호갱’이 된 꼴이다. 충치예방이 안 되는 제품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자일리톨껌의 국내 소비 규모는 한 해 1200억원 정도에 달한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