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한진해운이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2일 해운업계와 금융권 관계자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이날 한진해운 채권단에 ‘한진해운 회생계획 폐지여부’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법원은 의견서 검토 후 회생절차 폐지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글로벌 7대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창립 40여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 단 한진해운 사태는 아직 끝난게 아니란 의견이 적지 않다. 사태 책임론에 있어 정치공방전이 펼쳐질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2016년 9월 2일 개시된 한진해운 회생절차(법정관리)가 폐지수순을 밟고 있다. 법원은 이르면 이달 중 한진해운에 대한 파산선고를 내릴 전망이다. 의견서 제출 후 있을 채권단 등 이해관계인들의 항고기간(2주 소요)이 끝나면 법원은 파산을 선고할 수 있다.

사측에서는 청산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금융권 역시 한진해운 자산 매각 후 청산 가능성에 무게를 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진해운의 해외 주요 자산은 머스크 등에 팔렸으며 핵심 인력 또한 현대상선 등으로 흩어진 상태다.

2일 오전에는 한진해운 파산절차 진행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가 있었고 이날 오전 11시 24분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파장은 현재로서는 추산조차 내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정관리 시점부터 파산이후까지 대략 20조원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관련업계 종사자 파산 등 세부 피해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가 어느정도 될지 짐작키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너진 해운신화

한진해운은 지난 1977년 창립한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 선사로 대한항공·한진 등을 보유한 물류·교통 전문기업 한진그룹의 자회사로 출발했다. 1988년 대한선주를 합병하며 종합해운 기업으로 탈바꿈했으며, 1995년 국내 기업 최초로 미동안-북유럽 대서양 항로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 시기 이후 한진해운은 국내 선사 1위 기업으로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2002년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 별세 후 회사 경영권은 조 창업주의 삼남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돌아갔는데, 조 전 회장 생전인 2005년 포브스지에서는 ‘아시아 50대 우량 기업’ 중 하나로 한진해운을 꼽기도 했다.

2006년 조남호 전 회장이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뒤 한진해운의 경영권은 미망인인 최은영 현 유수홀딩스 회장에게 넘어갔고 이후 회사는 최 회장과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간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회사경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조선업 대란이 오기 전까지 순탄했고, 최 회장 역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CEO로 적지않은 명성을 누렸다.

한진해운의 본격적 위기는 2009년 이후로 과다 책정된 용선료와 누적된 적자 속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최은영 회장은 지난 2014년 회사 경영권을 조양호 회장에게 넘기며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한진그룹으로서도 한진해운의 누적적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 정부는 한진그룹 오너가의 한진해운 회생 노력을 문제 삼으며 ‘금융지원 중단’이란 초강수 대책을 내놨고 회사 역시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리고 그로부터 5개월 만에 한진해운은 주요 자산을 거의 대부분 청산한 채 파산절차를 밟게 됐다.

파산 책임 누구에게 있나?

한진해운이 청산에 돌입했다고 해서 이번 사태가 완전 결론나진 않을 전망이다.

국내 1위 선사를 파산까지 내몬 것에 대한 책임 규명 요구가 향후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회사를 8년여간 경영하며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오히려 개인의 부만 챙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최은영 회장이 일차 책임 대상에 오르고 있다. 

최 회장은 회사가 유동성 위기로 힘들어하다 결국 본인 스스로 경영권을 한진그룹에 넘겨줄 때도 52억 4000만원의 퇴직금을 챙겼고, 2016년에도 사측의 자율협약 신청 직전 보유 지분 전액을 매각해 10억원 가량의 손실을 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 책임론이 거론되는 이는 조양호 회장이다. 조 회장 역시 2년여간 회사를 운영해 오며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다만 조 회장의 경우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그가 회사를 경영할 당시 대한항공을 통해 2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공급했고,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병행해 단기간 흑자전환이란 성과도 거뒀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큰 비난을 받는 이들은 해운 대란에 안일하게 대처한 금융당국 및 정부 관계자들이 꼽히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해운 위기 상황에도 불구 적극적인 지원도 관심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8월 30일 채권단 회의에서 결정난 공적자금 지원 중단에 대해선 지금도 비난여론이 들끊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현 정부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기도 했다.

외신들에서도 현 정부가 대외 브랜드가 더 앞서고 실적도 우수하던 한진해운 대신 현대상선 지원을 결정한 것에 대해 “한진해운 대신 현대상선 선택은 정치적 실수”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 개인과 관련된 의혹 및 그에 따른 책임론이다. 한진해운 사태 당시 박 대통령은 사재 출연에 소극적인 재벌 오너가를 비판하며 그런 기업에 대해선 정부 역시 도울 필요가 없다는 말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언론과 재계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경제 상황을 고려치 않은 것은 물론 정부 실정에 대해서도 함구한 이상한 비판”이란 의견들이 쏟아졌다.

이후 박 대통령의 당시 한진해운 비판과 지원 중단 결정에 대해선 '최순실 게이트' 발발과 함께 "최순실씨 지원에 인색했던 조양호 회장 개인에 대한 앙금 때문이 아니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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