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주름개선제로 인기가 높은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맹독 성분인 보툴리눔 톡신 개발 업체가 여러 곳 생겨 나면서 이들 업체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중요한 이유는 극소량으로도 대규모 인구를 살생할 수 있는 생화학 무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보툴리눔 제제를 최초로 개발한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등에 자사가 보유한 보툴리눔 제제의 출처를 밝히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보툴리눔 독소는 자연계에서 생산되는 가장 강력한 독소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는 위험도, 생산 가능성, 무기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탄저, 페스트, 두창과 함께 보툴리눔 독소를 A등급으로 지정한 바 있다. 

보툴리눔 독소는 다른 병원체와 달리 병원균 자체가 아닌 균에서 생산되는 독소가 치명적인 물질이다. 독소 자체가 가지는 살상 효과만으로도 그 어떤 생물테러 무기보다 가장 강력하다. 

보툴리눔 독소는 맹독성 물질로 1g만으로도 100만명 이상을 죽일 수 있는 생화학 무기로 쓰일 수 있다. 

실제로 보툴리눔 독소의 위력을 다른 대량살상 무기들과 비교한 결과 서울 인구 50%를 사망시키는데 핵무기는 2.6메가톤, 사린 신경가스는 1700톤이 필요한 반면 생물무기인 탄저균은 17㎏으로 화학무기와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보툴리눔 독소의 경우 유제품에 독소를 첨가해 생물테러를 일으킬 경우 10~100g 만으로도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까지 희생자가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보툴리눔 독소는 고위험병원체로 지정돼 있고 국제적으로도 생물무기금지협약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간 거래가 금지돼 있다. 

문제는 보툴리눔 독소를 악용하는 경우다. 보툴리눔 독소를 생물테러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사람에게 직접 연구를 하거나 테러에 이용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1930년대 초 일본의 731부대에서 생물테러 무기로서의 보툴리눔 독소를 사용하기 위해 치사량을 측정하고자 죄수들에게 먹였다가 논란이 됐다. 

또 1995년 일본의 오움 진리교에 의한 도쿄역 지하철 테러 사건 당시 범인들이 사린 신경가스와 보툴리눔 독소를 함께 사용했다고 주장해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 된 바 있다. 

보툴리늄 균이 생산하는 신경독소에 의해 사람과 가축 등에 심각한 강직성 마비를 일으키는 보툴리눔독소증도 보고되고 있다. 

사람간 직접적인 감염은 되지 않지만 주로 농경지 및 가축의 축사 부근 토양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과일 등을 섭취했을 때, 독소를 직접 흡입했을때 질환을 일으키는데 주요 증상은 근육마비와 신경장애 등을 유발하며 호흡부전에 이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캔으로 포장된 식품을 섭취 하는 등 식품 유래 보툴리즘 환자가 매년 10~30건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 처음으로 식중독에 의한 보툴리눔 독소증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보툴리눔 독소증 환자는 2003년 3명, 2004년 4명, 2006년 1명, 2009년 1명, 2014년 1명 등 지금까지 모두 10명 발생했다. 인체감염 뿐 아니라 기러기 집단폐사 등의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충북 옥천의 한 농장에서 먹이로 준 음식물 잔반이 부패하면서 발생한 보툴리눔 독소로 기러기 2000마리가 집단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2014년 서울 마곡지역에서도 철새 500여 마리가 보툴리즘으로 집단 폐사한 바 있다. 

보톡스 균주 염기 서열 공개하라 

최근 메디톡스가 TV 광고를 통해 미용 시술 원료로 쓰이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전체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하라고 나서면서 보툴리눔 톡신의 안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A형제제는 1989년 미국에서 출시딘 엘러간사의 '보톡스'를 필두로 현재 전세계에 7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6년 메디톡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한 후 2009년 휴젤, 2013년 대웅제약이 차례로 보툴리눔 톡신 A형제제를 출시했다. 최근 수출 허가를 받은 휴온스까지 포함하면 국내에서만 4개 업체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출시했다.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신고서를 살펴보면 휴젤은 2002년 부패한 통조림에서 보툴리눔 독소를 분리해 배양했고, 대웅제약은 2006년 토양에서 균을 채취했다고 보고했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에 대해 양규환 박사가 1979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로부터 보툴리눔 균주를 공여받아 국내에 들여온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톨리눔 균주의 출처 논란은 지난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균주의 정확한 출처와 염기서열 등을 공개하라고 요청하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또 최근에는 메디톡스가 국내 보톡스 사업자들이 보유한 보툴리눔 균주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를 요구하는 TV 광고를 시작하면서 보툴리눔 독소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보톡스 균주는 항원과 항체에 따라 A형부터 G형까지 7개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의약품으로 출시가 된 것은 A형과 B형인데 A형이 지속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대중화 돼 있다. C형과 D형은 조류, 가축 등에서 발견되고 나머지는 아직 정확한 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전세계 보툴리눔 관련 학자와 전문가 모임 '통합 보툴리눔 연구협의회(IBRCC)'에 따르면 보툴리눔 균주는 지리적 편향성을 보인다. 미국에서는 주로 A형, 유럽에서는 B형, 캐나다와 알래스카에서는 E형이 발견되며 F형의 경우 프랑스 및 스페인, G형은 남미에서 제한적으로 발견된다.

같은 지역의 같은 형일라도 전체 유전체염기서열이 100% 일치되는 균주가 발견됐다는 보고는 없다. 보툴리눔도 미생물인 만큼 배양이 거듭될수록 그만큼 다양한 변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툴리눔 독소 논란을 단순히 업계 간 신경전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도 업체들이 주장하듯 자연계에서 직접 발견했다면 생화학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메디톡스 역시 이런 이유로 성분 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반면 대웅제약과 휴젤은 개인의 영업기밀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메디톡스는 치명적 미생물인 보툴리눔 톡신을 다루는 기업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업계의 신뢰와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보툴리눔 톡신 해외 제조사 엘러간, 입센, 멀츠 등 3개 업체는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진뱅크를 통해 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메디톡스만 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했고, 대웅제약은 독소와 관련된 일부염기서열 1만2912개를 공개했다. 휴젤은 아직까지 염기서열의 일부도 공개하지 않았다. 보툴리눔 균주의 염기서열이 기업 기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주장처럼 자연 상태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에 엘러간이나 메디톡스가 사용하는 '홀' 균주라는 명칭을 붙여 그 명성에 편승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후발주자 대웅제약은 끈질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염기서열 공개 요구에 기업기밀인 만큼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메디톡스가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놓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법정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고 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 외에는 전세계 규제기관을 포함해 누구도 균주의 기원을 문제 삼은 적이 없고, 국가기관도 요구하지 않는 기업 비밀정보에 대해 공개를 요구하면서 공개토론을 하자고 하고 있다”며 “대웅을 비롯한 경쟁사가 먼저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니 이를 막아보려는 불순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균주의 출처 역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계가 없고 전세계 1위 보툴리눔 톡신 제조처인 앨러간을 포함해 그 어떤 업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독소유전자의 유사성은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도 메디톡스가 국익에 도움이 안되는 소모적인 논쟁만 무한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보톡스 시장은 성형열품을 타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14년 32억달러(약 3조6500억원)에서 2020년 56억달러(약 6조3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미국 앨러간의 보톡스가 73.8% 차지하고 있고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가 15.3%, 독일 멀츠의 제오민이 6.6%를 차지하고 있다. 

1000억원 가량의 국내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등 빅3 업체가 90% 가까이를 점령하고 있다. 메디톡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40%로 가장 높다. 

전세계에 상용화된 보툴리눔 톡신 7개 업체 가운데 3곳이 한국이다. 2006년 메디톡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한 후 2009년 휴젤, 2013년 대웅제약이 차례로 보툴리눔 톡신 A형제제를 출시했다. 최근 수출 허가를 받은 휴온스까지 포함하면 국내에서만 4개 업체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출시했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이노톡스를 일본, 태국, 이란, 브라질 등 6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대웅제약도 나보타를 전세계 70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고 있다. 

여기에 최근 1~2년 사이 DSK(프로톡스), 아이큐어, BIOCND, ATGC 등 4개 기업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BIOCND, ATGC는 보건당국에 보툴리눔균을 취득한 것으로 신고를 했고, DSK와 아이큐어는 아직 보툴리눔균 관련 신고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툴리눔 독소는 폐사한 동식물이나 부폐한 음식의 식중독균 등에서 까다로운 정제과정을 거쳐 얻을 수 있다. 손쉽게 생화학무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보툴리눔 독소는 라면 스프 정도되는 분량으로 수백만 명이 운집한 메가시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자연계에 알려진 가장 치명적인 단백질 독소다. 따라서 보툴리눔 균주 관리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안전성 논란에 뒷짐을 지어 오던 질병관리본부는 올해부터 보툴리눔균 등 고위험병원체 발견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조사를 의무적으로 하기로 했다. 

그동안 질병관리본부는 균주에 대한 역학조사도 없이 보툴리눔에 대한 허가를 내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는 보톡스를 개발한 대웅제약과 휴젤이 부패한 통조림과 토양, 마굿간 등에서 독소를 발견했다고 신고를 해도 역학조사 등 현장조사를 하지 않았다. 감염병 예방법에 의하면 감염병이 발생해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지체 없이 역학 조사를 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보건당국이 법까지 어겨가며 업체의 이득을 봐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비판이 제기되자 질병관리본부는 통조림 등 식품에서 균주가 발견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정보를 제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일찌감치 보툴리눔 균을 고위험 병원균으로 지정하고 이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미국은 생물테러 대응과 관련해 2002년에 생물테러 방지법을 제정하면서 생물안전과 생물보안을 구별해 선정, 고위험 병원체의 보유와 사용, 이동을 국가적으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건복지부, 법무부, 농무부 등 유관부처 4곳에서 합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CDC는 보툴리눔 감염 전파가 의심될 경우 이를 현장 조사하고 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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