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기각 후 구치소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조의연 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조 판사는 18시간의 장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수사 중인 특검 수사는 차질을 빚게 될지 모른다는 의견들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조 판사의 기각 결정에 대해선 칭찬과 비판이 혼재해 있는 모습이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새벽 4시 55분쯤 박영수 특검팀이 요청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전격 기각했다. 구속전 피의자 심문 시작 후 18시간만에 나온 결정이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뇌물죄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측에서 최순실씨 일가로 흘러들어간 430억원대 자금 모두를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로 판단한 것이다.

이와 달리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에 의한 자금지원이었고, 이 부회장은 이를 알지도 못했으며 대가성 또한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판사는 영장 청구 기각를 밝히며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있고, 관련자 조사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뇌물죄 대가성을 증명하기에는 특검 자료가 부족하고 양측간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출국금지 상태로 국외 도주 가능성이 낮고, 피의자로서 방어권 역시 법원이 존중해 준 결정'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다만 영장 기각 결정이 내려진 후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에 차질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법원의 이번 결정과 무관하게 박 대통령과 재벌간 뇌물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다는 방침이다.

조 판사의 영장 기각 결정에 대한 사회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무고하다 주장해 온 친박단체 등은 조 판사의 영장 기각에 대해 즉각 환영입장을 밝혔다.

박사모 홈페이지에는 현재 ‘조의연 판사 만세!’, ‘의연 판사 지켜줘야 합니다’ ‘조의연 판사 영웅됐다. 박영수 개거품’ ‘헌재 탄핵 역시 기각 될 것’이라는 글들이 아침부터 쏟아져 나왔다.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역시 영장 기각건 관련 “담당법관에 경의를 표한다”는 글을 본인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친기업적 성향의 매체들은 조 판사에 대해 ‘법원 내 원칙주의자로 수사기록을 아주 꼼꼼하게 보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평하며 기각 결정을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야권 및 사회단체 그리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선 조 판사의 기각 결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조 판사 개인에 대한 비방성 글 또한 온라인상에 넘쳐나고 있다.

특히 조 판사 관련 “재벌에게만 특혜를 주는 전문 판사”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실제 조 판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단계에서 영장이 청구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차은택 광고감독 및 특검이 구속수사를 요청했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영장심사에서는 이를 승인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관련 조 판사가 영장을 기각한 이는 이 부회장 전 특검이 요청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뿐이었다.

반면 조 판사는 지난해 9월 검찰이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수사를 요청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연비 조작 혐의의 박동훈 폭스바겐 전 사장 등에 대해서 증거와 혐의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조 판사의 영장청구 기각 관련 그를 원칙주의자라 칭송하는 매체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삼성 광고비가 풀린 모양”이란 식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재벌 저격수로 불려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맹비난했다.

박 의원은 19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조 판사의 영장 기각건 관련 “우리나라 권력 서열 0순위가 바로 삼성”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이번에는 법원이 삼성의 벽을 넘을까 기대했는데 역시 못 넘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없다”며 “법리를 이유로 해서 돈으로 주무를 수 있는 권력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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