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자 한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 회장.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국내 상주하는 외국인 수는 2016년 기준 140만명을 넘고 있으며 그중 20만명 가량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들이다.

한국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이 늘어난 시점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다. 소위 말하는 ‘농촌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농촌 거주 비혼 남성들의 국제결혼을 적극 장려하면서 늘어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 늘기 시작한 이주여성들이나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이들에 대한 처우는 결코 좋은 편이 아니었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주여성의 인권까지 위협하는 차별이 아름아름 자행돼 왔던 것.

한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주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 내 차별인식을 개선하고 이주여성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여성가족부 산하 비영리단체로, 각종 교육 및 상담 활동 그리고 문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여성소비자신문>은 강화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는 신숙자 한국다문화가족지원세터 협회장을 만나 우리 사회 내 이주여성의 현실과 향후 협회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다문화가정지원센터협회는 어떻게 설립됐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처음 설립된 것은 2005년이다. 당시만 해도 ‘다문화’란 단어 자체가 없었다. 그때 우리 역시 결혼이민자란 타이틀로 보고서를 적었다. 이주여성들에 대한 정부정책이나 지원제도 역시 전무했고 이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전국에 산재해 있던 센터는 2007년에 들어서야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게 됐고, 2008년 다문화가정지원법도 시행됐다. 2008년 9월부터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던 센터의 명칭이 현재의 다문화가정지원센터로 통일됐다. 센터의 관할부처도 처음에는 여가부였다가 보건복지부로 넘어간 뒤 지금은 다시 여가부 산하로 돌아왔다.

한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가 만들어진 계기는 복지부가 센터를 관할하던 시절 센터와 복지부간 소통 창구가 필요해서였다. 그렇게 해서 2009년 협회가 처음 설립됐다. 당시 전국에 산재해 있던 120여개 센터가 모두 협회 산하로 들어왔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협회 명칭도 한차례 변경됐다. 처음에는 전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였는데 여가부 산하 비영리단체로 등록을 하며 '전국' 대신 '한국'을 쓰게 된 것이다.”

-회장님은 언제부터 이주여성 문제에 대해 참여를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주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1990년대까지는 시민단체에서 주로 활동했다. 여성의 전화 등에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 여성인권 관련 상담일을 했다. 당시에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이 사회적 핫이슈였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몇 년 뒤인 2005년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책을 알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해 사회복지 공부도 시작했다.

그때 쯤 강화군청 사회복지과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여성분이었는데 내가 학업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자 강화지역에서 상담을 해줄만한 사람이 없다며, 인천시에서 추진하던 사회복지 상담소의 강화 유치를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해당 상담소의 소장을 맡게 됐고 얼마 뒤 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절박한 사연이 있는 어느 노부부의 실태조사 및 상담에 나섰고 그 자리에서 우연히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이주여성을 만나게 됐다.

추운 겨울날 아이를 등에 업고 멍한 눈으로 먼 산만 바라보던 그 여성에 대해 같이 있던 주변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하나 같이 ‘저기 어디 사는 외국에서 시집온 여자’라고만 말할 뿐 잘 모른다고 하더라.

다음날 다시 그 곳에 가보니 그 여성분을 또 만날 수 있었다. 왜 여기 나와 있는지, 춥지는 않은지 물어봤는데 대답이 없었다. 그때 완벽한 해리현상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 그렇게 그분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지역의 이주여성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서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면사무소를 찾아와 지역의 이주여성 정책에 대해 알아보니 한글수업이 진행되고는 있었으나 환경도 열악하고 참가자 수도 극히 적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강화에만 82명의 이주여성이 있었는데 수업에는 4~7명 정도만 참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들 이주 여성들에게 주변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고 그렇게 해서 이들을 돕기 위한 차원의 센터일을 시작하게 됐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느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그동안 센터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펼쳐 온 사업이 무엇인지도 알고 싶다.

“이주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식이 센터 운영의 제일 큰 어려움이었다. 철저한 가정방문을 통해 강화도에 살고 계신 이주여성을 전부 만나봤는데 거의 대부분 한국으로 시집와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곧 떠날 사람들로 바라보고 있었다.

며느리에 대해 얼마를 주고 사왔느니, 저 집은 얼마가 들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강화의 경우 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지역적인 특징도 한몫 했다. 강화도는 지리적으로는 수도권에 속하지만 농어촌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인삼이란 특작물도 있어 경제적으로는 나름 부유한 편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선 단군의 자손들이란 순혈의식이 중장년층 중심으로 아직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 이주여성 자체에 대해 이방인, 주변인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히 많았다.

센터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브로커가 아닌지 의심하는 분들이 많았다. 어떤 분들은 자기 며느리가 많이 배우고 알게 되면 도망가는 게 아닌지를 걱정하시더라.

내가 여성상담을 주로 하며 주장을 펼칠 때 좀 강하게 하는 편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오해하는 분들도 계셨다. 그렇다보니 상담 및 교육의 조건으로 각서를 요구하는 분들까지 계셨다.

그럼에도 센터는 이주여성을 돕기 위한 정책과 제도 도입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센터 운영의 기본이 인권이란 인식 아래 한국어 교육에 주력해 왔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고 그 속에서 삶이 힘들어진다. 이들 이주여성의 조기적응과 안정된 정착에 관심을 가졌고 그래서 한국어 교육에 집중했다. 일각에서는 이주여성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나 취업 등이 더 중요하다고도 말하는데 일단은 의사소통을 가능하도록 하는데 센터가 역할을 했다고 본다.

또한 부부간 문화적 차이를 줄이기 위해 남편에게도 이주여성의 말을 공부하라는 부탁드리기도 했는데 사실 잘 되지는 않았다.”

신숙자 한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 회장.

-센터와 협회가 그동안 해온 일에 대한 성과가 있다면.

“지난 10여년간 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인식변화에 노력해 왔고, 그 결과가 강화는 물론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과거 상담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지역 어르신들이 이주여성 교육 및 상담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으로 바라보셨다. 그래서 그분들께 ‘6·25 동란 직후 우리 여성들도 많이들 미국으로 시집을 가지 않았냐’ ‘나라가 가난한 것이지 그 여성들이 가난하지 않다’ ‘그들은 한국을 선택했고 도전했다’고 말하며 설득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나니 정말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씩 변화했다. 세상이 하루 아침에 변하고 한 두 달 사이에 바뀌는 것은 변화가 아닌 둔갑이라고 본다. 진정한 변화는 10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인식변화를 통해 알게 됐다.

센터 자체에 대해서도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을 지향하는 시점에서 이주여성을 위한 센터는 국가의 큰 자산이라고 본다. 비록 전국 218개 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처우가 그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복지관 근무자들에 비해 열악한 편이지만 센터라는 전달체계를 갖췄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근로자들의 헌신이 바탕이 됐으나 정부예산이 매년 늘어나는 등 분명 센터는 성장했다. 직원들 처우와 관련해서도 최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각 센터에 소속된 통·번역사와 이주지원 지도사들의 급여가 올해부터 최저임금 수준까지 확보된 것으로, 이전까지는 그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주여성만이 아닌 남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지원책도 있는지 알고 싶다.

“강화 지역에도 산업단지가 많이 들어와 있고 그곳에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그분들의 경우 평일 시간이 되지 않은 관계로 보통 주말에 교육이 이뤄져 왔다. 향후에는 경찰서 외사과 등과 협력, 근로현장을 우리 측 한글강사가 직접 찾아가 근로자대표 및 업주대표와 상의 뒤 주중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최근 법무부는 이주노동자 가족에 대해서도 다문화가정센터 이용을 법제화 할 방침이기에 이들에 대한 지원정책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협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강화에 있는 센터 주변에 작은 야산이 있는데 그곳에 오르면 북한이 바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그쪽을 바라보다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저쪽에 2200만 동포가 있고 통일이 된다면 생각보다 큰 혼란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 지역은 경제적으로 낙후돼 있고 주민들의 의식 역시 획일화·고정화돼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들을 남쪽에서 어떻게 포용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센터가 처음 만들어진 2005년과 2006년 당시에는 이주민에 대해 아무런 자료가 없었다. 이들의 문제가 뭔지 하나하나 고민하며 지금까지 성장해 온 것이다.

통일 후 북한주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며 남북한 주민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야 완화할 수 있을지, 센터의 지난 10년간 내공이면 해결할 수 있겠다고 자부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통일시대를 대비한 조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끝으로 회장님의 바람이나 꿈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다.

“일단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다문화가정지원세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합한 ‘이주민다문화 플러스센터’를 경기도 안산 등 전국 5개 지역에 설치할 예정인데, 두 기관의 업무 전문성이 다르기에 이를 최대한 고려해 주기 바란다. 지역별 특성도 최대한 고려한 통합 설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문화가족 문제는 가족에서 출발해 이제는 사회문제화 됐다. 통합이란 이름 아래 이를 가족 정책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우는 피해야 한다고 본다. 다문화정책은 향후 그 필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지금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공존만이 희망이다’란 단어를 가슴에 품고 산다. 최근에는 공존이란 단어 대신 더 넓은 의미의 상생을 꿈꾸기도 한다.

언젠가 우리 사회가 상생 대통합이 이뤄지는 사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방향 역시 상생에 있다고 본다. 더불어 같이 잘살고 노력한 만큼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이주여성들이 기회마저 제한받아선 안된다고 본다. 그 자녀들 역시 주변인으로 성장해선 안될 것이다. 이들이 지금 흘리는 땀들이 몇십년 뒤 보람이자 기쁨이 되어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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