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중국 타이어 회사 더블스타의 대결로 좁혀지며 박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계 회사 ‘더블스타’를 선정했다.

지난 12일 마감된 금호타이어 매각 본입찰에는 ‘더블스타’와 함께 항공부품회사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인더스트리(SAIC)’, 화학회사 ‘지프로’ 등 중국 기업 3곳이 참여했다. 당초 예비입찰에 서류를 제출해 적격예비인수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중국계 링롱타이어와 인도 아폴로타이어는 최종 단계에서 불참했다.

이번 매각대상 우리은행과 KDB산업은행, KB국민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하게 된 금호타이어 지분 6636만8844주(지분율 42.01%)다. 금호타이어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1만500원으로, 채권단 보유 지분 시가는 약 6000억원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매각가격이 8000억~1조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더블스타는 본입찰에서 9천억 원 정도의 입찰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에어로스페이스가 본입찰에서 최고가인 1조원 이상을 적어냈지만, 더블스타가 사업 연계성 등 비(非)가격적 평가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블스타는 글로벌 30위권대의 중국 타이어 업체로, 중국 칭다오와 시안에 타이어공장을 가지고 있다. 더블스타로서는 이번에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게 되면, 금호타이어가 가진 중국 남경, 천진, 장충 등의 생산시설을 사용할 수 있어 단숨에 10위권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우선협상자 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후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사장 부자에게 가격과 조건을 통보할 예정이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앞서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이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다시 가지려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써 낸 가격 등의 조건을 수용하고 45일 이내에 채권단에게 자금 조달방안과 계약금을 내야 한다. 만약 박 회장이 인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인수권리를 포기한다면 금호타이어는 중국 기업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박삼구 회장, 중국 공세 넘고 그룹 재건할까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박 회장이 평소 금호타이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무엇보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그룹 재건을 마무리해야 하는 마지막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입장에선 금호타이어는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알짜 회사’이다. 수익성이 괜찮은 데다 한국,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매출액은 3조404억원, 영업이익 1360억원을 기록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과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의 위기를 겪으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채권단에 넘기는 아픔을 맛봤다. 금호그룹은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2014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해 지난해 7월 매각이 결정됐다. 2015년 금호산업을 되찾은 박 회장이 이번에 금호타이어 인수전만 무사히 치루면 워크아웃 7년 만에 그룹을 재건하게 된다.

다만 과정이 녹록지 않다. 박삼구 회장은 더블스타가 제시한 금액을 채권단이 내야 하는데 채권단이 "박 회장은 그룹 계열사를 통하거나 제3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이는 박 회장이 개인적으로 1조원 가량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7228억원) 당시 여유 자금을 대부분 조달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금호산업 인수 때와 달리 계열사 자금도 동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지분을 100%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투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자동차 파업 <사진제공=뉴시스>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 우려

일각에서는 채권단 역시 금호타이어 매각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가격만 보고 외국 자본에 국내 산업시설을 넘길 경우 국내 업계의 파장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등과 함께 9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2위 업체가 중국 회사에게 인수될 경우 국내 타이어 시장이 재편될 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우려했다.

국내 산업계 역시 과거 쌍용차 사태를 겪은 만큼 중국 기업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중국 국유기업인 상하이 자동차는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장기투자와 고용안정을 약속했지만, 사실상 자동차 기술력만 빼돌린 채 2009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다. 이후 쌍용차는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 정리해고안을 발표하면서 노·사간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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