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대화 나누는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돌출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치권 주요 예비주자들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 제3지대론의 핵심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주요 타깃이며 같은 친노 출신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안 지사의 이같은 행보는 지지율 상승을 위한 존재감 확보차원으로 여겨지나, 그간 그가 보여준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에 대해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시절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함께 ‘좌희정 우광재’ 중 한명으로 불린 인물이다.

그는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충청권 내에서도 가장 보수성향이 강한 충남에서 도지사 재선에 성공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경력은 없으나, 광역단체 행정경험이 풍부하고 충청과 친노라는 확실한 정치적 기반을 갖춘 점 등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안 지사는 1965년생으로 최근 정치권에 그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차기 주자 중 이재명 성남시장과 함께 가장 젊은 축에 속하기도 한다.

다만 현재 친노의 지지는 사실상 친문계를 형성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로 쏠리고 있다. 안 지사 입장에서 볼 때 본인이 가진 패 중 ‘친노’ 카드는 쓸수가 없는 상황으로 친노 내에서도 차기가 아닌 차차기가 그의 등장 시점이란 말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안희정 지사는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사실상 굳힌 상황으로 최근들어선 이재명 성남시장 못지 않은 파격 발언까지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모두까지 안희정

지난 3일 안희정 지사는 정계 복귀 후 제3지대 형성에 몰두 중인 손학규 전 대표를 ‘철새 정치인’으로 규정하며 ‘정계 은퇴’를 촉구해 화제에 올랐다.

그는 손 전 대표를 겨냥,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선거 때면 투표장에 나가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유권자가 있다. 그런데 걸핏하면 당을 버리고 나가는 정치인도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도 그는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미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반 전 총장 후임으로) 취임한 유엔 사무총장은 반 전 총장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명백하게 유엔 정신과 협약의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대에서 7대까지 모든 사무총장은 이 협약을 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지사의 손 전 대표와 반 전 총장 비난에 대해선 이들과 연대설이 나오고 있는 국민의당에서 즉각 반발하며 안 지사를 향한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안 지사 입장은 크게 변함이 없는 모습이다.

또한 그는 지난 11일 문재인 전 대표가 밝힌 4대 재벌 개혁안에 대해서도 “우리가 말하는 개혁은 보편적인 어떤 원칙에 입각해 하는 것이 좋다”며 “(개혁 대상을) 4대 재벌이라고 특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며 이를 우회 비판했다.

문 전 대표와 벌이고 있는 친노 적자 논쟁이나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냐는 등의 지적에 대해서도 “제 머리속에 친노적자는 없다”며 경쟁을 피하는 듯 하면서도 “지금 앞장서서 모든 여야 후보를 끌고 가는 문 전 대표가 페이스메이커”라고 언급하며 은연 중 경쟁에 따른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국가안보관 및 외교전략과 직결된 사드 배치 건과 관련해서도 안희정 지사는 ‘사드 철수’를 강력히 주장해 온 여타 야권 대선주자들 달리 ‘사드 재협상 불가’ 방침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13일 안 지사는 ‘사드배치에 대한 한미협상을 존중해야 한다’는 자신의 기존 입장에 대해 야권 내 비난이 쏟아지자 “전통적 한미 전략적 동맹관계를 그렇게 쉽게 처리하면 안 된다”며 이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사드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임 정부가 국가간에 이미 협상해 놓은 걸 이제와서 뒤집는다는 건 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최근 안 지사 주변으로는 과거 친노캠프에서 활약했던 인물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기도 하다. 참여정부 출신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과 황이수 전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 등이 안희정 지사의 대선 준비를 돕기로 결정한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선 안 지사와 문 전 대표간 본격적인 친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안 지사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강경·파격 행보에 대해선 지지율 반등을 위한 제스처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12일 방영된 시사프로그램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는 “탄핵심판에 따라 모두가 발걸음이 빨라지는거다. 그래서 안희정 지사도 마음이 바쁘다”고 최근 안 지사의 행보에 대해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안 지사의 이 같은 행보가 차기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문 전 대표와 경쟁 자체가 버거운 것이 사실이고, 특정인에 대핸 비난성 발언이 지지자 결집에도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인 탓이다.

썰전의 전원책 변호사 역시 “차차기를 노려서 지명도를 올려놓고 5년 뒤를 노리는게 아닐까”라며 그의 차기행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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