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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황태자 LG 구광모...승계 앞서 일감 몰아주기부터
김영 기자 | 승인 2017.01.11 17:37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오너가 경영권 승계가 일상화된 국내 기업들의 경우 연말·연초를 맞아 승계 관련 구체적인 활동들이 자주 목격된다. 후계자로 낙점된 인사들의 승진 및 자리이동 등이 그것.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정국이 시끄러운 최근 역시 국내기업들의 승계작업은 차근히 진행 중인데 유복 4대 재벌기업 중 한 곳인 LG그룹에서만은 차기 자리를 예약해 놓은 구광모 LG 상무 관련 2년간 별다른 승계작업이 진행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LG그룹 연말인사에서 구광모 LG그룹 상무의 이름이 또 빠져 있었다. 2015년 1월 승진 후 별다른 인사이동이 없는 것.

구 상무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로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이나 작은아버지인 구본준 LG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제치고 LG그룹 후계구도 0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구본무 회장이 올해 우리나이로 70세이고 구 상무가 2년 전 승진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그가 인사명단에 포함될 것이란 예측이 적지않았다.

최근 재계에서 오너가 2~3세 자제들의 경영일선 등장이 늘었다는 점 또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으나 실제 LG에선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구광모 상무에 대한 승진 또는 자리이동 등의 인사조치가 이번에도 실행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선 “구 회장이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며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LG화학과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 등의 경영 실적이 몇 해째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정작 그룹의 뿌리라 할수 있는 LG전자의 영업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고 이에 구본무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를 당분간 더 유지키로 했다는 분석이다.

아직 구광모 상무의 나이가 마흔도 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그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이전에도 LG그룹에서는 오너가 일원이든 전문경영인이든 30대 CEO가 출현한 사례가 전무했다.

다만 그룹 내부적으로는 지주사인 ㈜LG에 대한 구광모 상무의 보유지분율 상승 등 ‘구광모 체제’의 안정적인 등장을 위한 준비가 차근히 진행되고 있는 모습도 엿보인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구광모 상무의 처가인 보락과 LG생건의 거래량 증가에 주목하며, 처가를 위한 구 상무의 일감 몰아주기가 벌써부터 시작된 것 아니냐는 비난성 지적도 일부 세어 나오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구본무 다음은 구광모

LG그룹은 재계 그 어떤 기업보다 ‘장자계승’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

1931년 ‘구인회포목상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1970년 회사를 큰아들인 구자경 명예회장에게 회사를 물려줬다.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구 명예회장 역시 1995년 큰아들인 구본무 회장에게 이를 다시 넘겨줬다.

국내 기업들 상당수가 경영권 승계 때마다 부자간 형제간 다툼으로 몸살을 앓은 것과 달리, LG의 경우 장자계승이란 원칙을 확실히 따르다 보니 승계에 따른 잡음도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LG그룹의 장자계승 원칙은 구본무 회장대 이르러 끊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구 회장의 외아들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며 슬하에 딸만 둘 남겨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2004년 구 회장은 큰동생인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의 장남이자 1978년생으로 당시 20대 중반이던 구광모 LG그룹 상무를 자신의 호적에 올렸다.

당시 LG그룹은 구 상무의 입적 사유에 대해 “구 회장이 슬하에 딸 두 명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장자의 대를 잇고 집안 대소사에 아들이 필요하다는 유교적 가풍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회사가 아닌 집안일 차원에서 양자를 들인 것’이란 해명인데, 재계 관계자 대다수는 그룹승계까지 염두에 둔 결정으로 봤다. 

실제 구광모 상무는 양자 입적과 동시에 그룹 지주사인 ㈜LG의 지분율을 늘려나갔다.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고모부인 최병민 깨끗한 나라 회장으로부터 ㈜LG 지분 35만주를 증여받기도 했다. 최 회장은 구 상무의 고모인 구민정씨의 남편이다.

현재 구 상무는 6.12%의 지분율로 구본무 회장(11.06%)과 구본준 부회장(7.57%)에 이어 지주사 3대 주주 중 한명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광모 상무는 큰아버지 호적에 이름을 올리고 2년 뒤인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하며 후계자로서 그 모습을 처음 대중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미국 현지 사업팀을 거쳐 2015년부터 LG 시너지팀 상무를 맡고 있다.

구광모 상무가 현재 소속된 LG 시너지팀 역시 그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팀은 백상엽 LG 사장이 팀장을 맡고 있으며, 김동춘·노진서·정원석 상무 등이 구 상무와 함께 팀원으로 포진해 있다. 팀원이 단 5명뿐인 작은 팀이지만, 재계에서는 이 조직이 LG그룹의 차기를 이끌 인재집합소로 보고 있다. 후계구도 0순위인 구 상무를 보필해 향후 그룹을 이끌어 나갈 재목들로 팀원들이 이뤄져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구 상무 입장에서 볼때도 시너지팀 활동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에 앞서 그룹 전체를 살펴보고 각 계열사간 연계전략을 모색해 볼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들이 적지 않다.

구광모 상무.

경영승계 전 일감 몰아주기 

구광모 상무의 경영일선 등장이 생각보다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재계 일각에서는 LG그룹 계열사와 구 상무의 처가 회사간 거래량 증가와 관련 “오너가의 친인척 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아니냐”는 비난이 흘러나오고 있다.

구광모 상무는 LG 입사 3년 뒤인 2009년 10월 중견기업 보락의 정기련 대표 장녀와 결혼했다. 보락은 식품용 향료와 화장품 향료 등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액은 300억원 정도였다.

이와 관련 최근 모 경제매체는 “2009년까지만 해도 보락의 주요거래처가 해태제과(10.18%) 동아제약(9.68%), 신풍제약(5.05%), 오리온(4.64%) 등으로 LG생건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비율은 구 상무가 보락 장녀와 결혼한 후 변하기 시작했다”며 “보락 매출에서 LG생건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2010년 3.40%, 2011년 5.66%, 2012년 8.61%, 2014년 39.03%, 2015년 45.41%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선 이렇다 할 반대의견도 잡음도 없는 구광모 상무지만, 경영권도 물려 받기 전 처가와 둘러싼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이며 세간의 눈살을 지푸리게 하고 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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