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 대상에 오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여성 정치인이다. 대통령당선인 대변인을 거쳐 현 정부 첫 여성가족부 장관에 올랐고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거쳐 문체부 장관에도 선임된 것. 이 기간 동안 조 장관에게는 총선 출마 준비를 제외하곤 별다른 정치적 공백도 없었다.

사실상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현 정권 최대 실세로 군림해 온 것으로 여가부 장관 시절에는 독신인 박 대통령을 보필하며 외국정상 부인들의 의전을 도맡았고, 현 정부의 ‘퍼스트레이디’급 인사로도 여겨졌다.

그런 조 장관이 ‘최순실 등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 이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는 정치적 위기상황에 처했다. 본인 스스로는 “최순실을 알지도 못하고 연관도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근 최순실 등이 개입한 여러 건의 국정농단 사건 중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련 구체적인 작성 매커니즘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이 블랙리스트 작성 필요성을 주장하며 작업을 주도했고 이 같은 지시가 박 대통령을 거쳐 김기춘 전 실장에게 전달된 뒤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이 나서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정황증거를 확보한 것. 또한 특검팀은 조 장관이 만든 블랙리스트가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 실무자에게 전달된 정황까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은 과거 군부 독재 시절 즐겨 사용돼던 ‘공안통치’의 일환이자, 사실상의 민간인 사찰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특검에선 최씨 등이 블랙리스트를 통한 사전검열로 문화계 영향력 확대를 모색했으며, 나아가 최씨가 설립 주도한 미르재단을 통해 문화계 장악 의도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특검에선 조윤선 장관과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을 지낸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문화계와 별다른 연관이 없던 이들이 차례로 정무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자리를 옮긴 배경에 최씨 등의 문화계 장악 의도가 있을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 장관이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자 야권에서는 일제히 그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조윤선 장관은 즉시 사퇴하고 참고인 조사가 아니라 피의자로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김기춘, 우병우 외에 또 한 마리의 ‘법률 미꾸라지’에 분노하고 있다. 바로 조 장관”이라고도 말했다.

앞서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불거지자 “작성을 지시한 적도 본적도 없다”고 말했던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 최고위원은 “혐의 내용을 부인해 온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특검 조사를 받다가 긴급 체포됐는데, 조 장관도 더 이상 증거를 인멸하지 못하도록 긴급 체포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교문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조 장관의 범죄 가담 가능성에 주목하며 특검이 이미 이에 대해 수사 중이라 언급했다.

도 의원은 28일 출현한 모 라디오방송에서 “(조윤선 장관 측이) 관련 자료를 지우라고 지시를 한 것 같은데, 특검에 이미 자료가 확보되어 있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블랙리스트를 모른다고 했던 조윤선 장관의 발언은 위증죄에 해당된다. 명백한 위증”이라며 “블랙리스트 수사는 최순실의 인사 개입·인사 전횡의 확전”이라고도 설명했다.

차세대 여성 기수에서 부역자로 낙인

조윤선 장관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던 변호사 출신 정치인으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 캠프 공동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정계 첫 발을 디뎠다. 당시 그는 보수정당 내 첫 '여성대변인'이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본격적인 정계 입문은 2008년 18대 총선 때 비례대표(13번)로 원내입성에 성공하면서부터다. 국회의원 당선 후 조 장관은 대변인으로도 다시 한 번 발탁됐고, 2010년 2월까지 자리를 지키며 한나라당 '최장수 대변인' 기록도 함께 세웠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는 2012년 19대 총선 전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19대 총선 때 조 장관은 서울 종로구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친박계 홍사덕 후보에게 경선에서 패했다. 그는 이후 당 비대위원장을 지내고 있던 박 대통령의 요청으로 중앙선대위 대변인에 올랐고 대선 직후 대통령인수위원회 당선인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현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여성가족부 장관과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거쳐 문체부 장관까지 주요 보직을 두루 섭렵했다. 아울러 그는 박근혜 정부 인사스타일 중 하나인 이른바 '회전문 인사'의 주요 사례로도 자주 거론됐다.

그러면서도 조 장관은 그 정치적 입지가 남다른 실세 여성 정치인으로 불렸다.

여성가족부장관 시절에는 반려자가 없는 대통령을 보필하며 외국정상 부인에 대한 의전을 전담했는데, 특히 2013년 중국 시진핑 주석 방한 때는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맡아 상대를 배려하는 단아한 패션으로 정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조 장관의 청와대 정무수석 선임과 관련해서도 ‘사상 첫 여성 정무수석’이란 점이 정치권과 세간의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다만 조 장관 또한 몇차례 정치적 고비를 맞기는 했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서는 원조 친박에서 비박으로 돌아선 이혜훈 의원과 경쟁한 서울 서초갑 새누리당 후보 공천전에서 패했다.

문체부 장관 내정 직후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문화·체육 분야 전문성 부족에 따른 지적이 제기됐고, 재산문제와 변호사인 배우자의 사건 수임 논란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조 장관은 ‘여성 최초’로 대변되던 과거 좋았던 이미지는 거의 대부분 퇴색된 채,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 관련 주요 가담자이자 부역자 중 한명이란 사회적 비난을 듣고 있다.

본인 스스로는 최씨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부인하며, 이른바 ‘무능한 정무수석’이라 자인하며 위기를 벗어나려 하고 있으나, ‘믿을 수 없다’ 평가만이 뒤따르는 모습이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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