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제약업계 고질적인 관행인 ‘리베이트’ 제공 논란은 올해 역시 여전했다. 신약개발 등에 소극적인 제약업계 현실상, 비슷한 수준의 제품으로 경쟁할 수 밖에 없다보니 쉽게 리베이트 유혹에 빠져다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동아제약은 지난 2013년 쌍벌죄 시행 후 최대규모로 적발된 신종 리베이트 제공 관련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의·약사에 대한 제약업체들의 리베이트 제공은 쉽게 뿌리 뽑히지 않는 제약업계 악성 관행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신약개발이 미진하다 보니 영업사원의 영업력에 회사 매출을 기대할 수 밖에 없고 이런 상황 속에서 이들 영업사원들이 리베이트의 검은 유혹에 쉽게 빠져 들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 리베이트 관행은 금품을 제공 받은 의사 및 약사까지 처벌하는 ‘쌍벌죄’ 시행 후로도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역시 ‘한국노바티스’와 ‘유유제약’ 등의 제약사가 의료진에 대한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가 적발돼 재판에 회부됐다.

한국노바티스의 경우 의약전문지나 학술지 등에 제품 광고비 명목으로 약 26억원을 건냈고 이 돈이 의사들에게 전달된 정황이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검찰은 노바티스 대표이사와 전현직 임원 및 의원전문지 대표, 리베이트 수수의사 등 3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유유제약은 의료기관 의사와 사무장 등에게 20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회사 대표 등 임직원 4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 회사는 퇴사한 영업사원들에게 판매대형업체를 설립토록 한 뒤 이들에게 여비·교통비·판매대행 수수료를 지급했고, 이 중 판매대행 수수료가 189개 의료기관 의사 175명과 사무장 199명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동아제약 리베이트 건 쌍방 모두 '유죄'

올해 12월에는 지난 2013년 적발된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10년 11월 쌍벌죄 시행 후 적발된 역대 최개 규모의 의약 비리사건이었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에 따르면 당시 동아제약은 회사 영업사원을 위한 의학지식 동영상 강의를 제작한다고 당국을 속인 뒤, 대형업체를 통해 의사들에게 강연료나 설문조사료 등으로 수백만원의 뒷돈을 건냈다가 적발됐다. 또한 동아제약은 영업사원을 통해 법인카드와 기프트카드 및 현금 등을 의사들에게 건낸 것으로도 확인됐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3년 8개월 동안 3400여회의 리베이트가 제공됐으며, 금액으로는 44억 2600여 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제약 리베이트 건에 대해 법원은 1심에서 리베이트 제공을 전담한 동아제약 허모 전 전무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동아제약에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수법과 행태가 얼마나 지능화할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판시했다.

동아제약은 이에 항소했으나 지난 1일 대법원은 최종파견을 내리며 동아제약의 유죄를 인정했다. 이어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역시 최종 확정지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동아제약은 의사들에게 동영상 강의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것이지 리베이트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상고했지만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동아제약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어 “합법적으로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동아제약 영업사원이 의사를 선정한 뒤 지급할 대금을 에이전시 업체에 통지했고, 지급한 돈이 판촉비에서 공제된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15일에는 동아제약으로부터 돈을 받은 110명의 의사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 모두에 대해서도 유죄(50∼400만원의 벌금, 123만∼1147만원의 추징금) 확정 판결이 나왔다.

쌍벌죄 자체는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모습이나, 업계 관계자 상당수는 “지금과 같은 제도 아래서는 리베이트 관행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된다 해도, 동아제약 사례처럼 벌금 3000만원 정도의 약소한 처분만 받을 뿐이기에 더 큰 이익이 나는 리베이트를 굳이 근절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실제 제약사들 역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사내 노력이 상당히 부실한 편으로 알려졌다. 약사법 위법 사례에 대한 사내 교육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별다른 실효성도 없고 위반시 자체 처벌 규정도 따로 세워두지 않은 것. 이에 대해선 결국 제약사 영업사원이 가진 영업력의 한계라는 지적과 함께 제약사 스스로 타 업체와 비교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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