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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1세대 미래학자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2030년이면 여성 취업 문제 없어…남녀 차이 무의미
김영 기자 | 승인 2016.12.23 10:57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 “미래학은 우리 사회 먹을거리를 찾기 위한 학문”
- “수양부모협회도 미래학 연구하며 시작하게 된 것”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최근들어 무인자동차와 AI 등으로 대변되는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 속에서 다가올 미래를 전망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미래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크게 증가했다.

그런가하면 서구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미래학 관련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영국과 호주정부 등에서 미래예측을 담당한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역시 30여 년 전부터 미래학을 연구해 온 이 분야 전문가 중 한명이다. 또한 박 대표는 미래예측에 무관심했던 국내 실정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을 수십 년 전부터 주장해 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 ‘미래학’ 관련 향후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가 궁금하다. 미래학자로서 주목해 봐야 할 미래사회 변화가 있다면 무엇이겠는가?

“미래가 어떻게 변해갈지를 34년간 연구해 왔다. 과학기술에 있어 수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이 중 어느 하나를 골라서 말하는 것 자체는 넌센스에 가깝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조만간 거대한 변화가 찾아올 것이란 점은 장담할 수 있다. 앞으로 20년간 찾아올 변화가 5억5000년 동안 이어진 인류 역사 속 변화보다 더 클 것이다.”

- 그동안 인류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200여 년 전 있었던 산업혁명이었다고들 말한다. 그보다 더 큰 변화가 향후 20년 이내 찾아올 것이란 말인가?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차가 나왔고, 전기가 발견됐다. 이후 컴퓨터가 출현해 세상을 또 변화시켰다. 앞으로 찾아올 변화는 의식기술의 발전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뇌공학·AI 인공지능 등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능가하는 시대가 빠르면 2029년 늦어도 2045년 사이 찾아올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시기가 오면 그 이후에 대한 미래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래를 불안해 할 건 없다고 본다. 미래학에서는 2025년이면 바이오컴퓨터가 나오고 2029년이면 양자컴퓨터가 출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의 수퍼컴퓨터 보다 1만배 이상 빠른 컴퓨터가 보급되고,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미국 의회 도서관에 책들을 단 1초 만에 다운받을 수 있다. 그만큼 인류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 올수 있다.”

퀴즈 대회 참가한 IBM 인공지능(AI) 왓슨.

- 삶의 질적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런 시대가 오면 여성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삶의 질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성의 삶 역시 많은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2030년이 지나 2040년쯤 되면 여성의 구직율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기존의 일자리 중 절반이 사라지고 남성이 떠난 자리는 여성들이 대체할 것이다.

더 나아가 남녀를 구분짓는 것도 무의미해질 것으로 본다. AI 등의 발달로 주로 남성의 영역이던 제조업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남자가 할 수 있는 일, 여자가 해야 할 일 등의 구분이 사라지고 여자기 때문에 못할 일도 없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도 미국에선 직원을 뽑을 때 성별의 차이를 두지 않고 있는데, 성별의 차이를 두지 않은 그와 같은 변화가 전세계 다른 지역으로도 점차 확산될 것이다. 즉, 미래사회가 찾아오면 여성이 아닌 인류의 삶 자체가 변화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남녀가 아닌 인류 전체의 문제를 두고 남녀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 개인적으로 미래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에서 불문과를 전공한 뒤 영화 제작에도 잠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 이와 관련이 있나?

“불문과 재학시절 매주 프랑스문화원을 찾아가 프랑스 영화를 접했다. 그러다 영화제작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프랑스로 유학을 갔는데, 불어에 능통한 편은 아니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미국 오하이오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1년 동안 영화제작 공부를 했는데 작은 체구의 동양인 여성이 하기에는 아무래도 힘든 부분이 많았다. 1970년대 당시만 해도 영화제작용 카메라가 상당히 무거웠다. 이를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런 이유로 영화제작 꿈을 접고 외교관 시험을 봤다. 이후 영국정부에서 20년, 호주정부에서 10년을 근무했는데 그때 맡았던 업무가 미래예측이었다. 1980년대부터 서구에서는 ‘Y2K’ 대란 등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 속 미래학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았다. 영국 정부에서는 미래청까지 만들어 이를 대비해 왔다.

미래예측 업무를 맡게 된 데는 다른 직원들이 이를 꺼려했던 것도 한몫 했다. 골치 아프고 읽어야 할 자료도 많다 보니 내가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미래예측 업무를 시작하게 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4년에 한 번씩 미래예측 보고서를 쓰고 있다.”

- 과거 했던 미래예측이 얼마나 잘 맞았는지도 궁금하다.

“대부분 틀렸다고 보면 된다. 한 70%가 틀렸다. 다만 우리가 예측했던 일들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라 예측보다 빨리 와서 틀렸다. 당시 예측 중 20~30% 정도를 제외하면 다 실현됐다.

미래예측에 있어 그 내용이 거의 대부분 맞으면서도 시기에서 다소 차이가 났던 이유는 공무원 집단의 특성 때문이었다. 보수적인 공무원 집단이다 보니 ‘이 기술은 안 될 거야’ ‘그때까지는 되기 힘들 거야’ 등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했고 그렇다 보니 시기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 결론적으로 미래예측이 잘 맞았다는 소리인데,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나?

“미래예측의 경우 거의 대부분은 실현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는 충분한 사전 자료조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과학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예측하려고 하면 우선 이 기술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이 연구한 학자의 국제학술지 발표 논문을 살펴본다. 이후 이와 유사한 연구를 하는 또 다른 이들이 있는지 물색하고 그 중 어느 누가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지 확인한다. 저널지 논문 발표 순서가 아니라 예산확보 순서로 누구의 어떤 기술이 언제 실현될지를 체크하는 식이다.

이런 방법도 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중국 독일 프랑스 등 5개국에서는 ‘하이퍼소닉 플레인’ 이른바 극초음속 비행기를 연구하고 있다. 해당 비행기가 개발되면 전 세계를 2~3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다.

이 비행기가 언제쯤 개발완료 되고 실생활에 쓰일 수 있을지를 예측하기 위해선 해당 기술개발에 투입된 각국의 전년도 예산을 비교해 보고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인 GE 등 민간기업 3곳의 그해년도 사업비 규모도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특정국가의 관련 정책과 신기술 개발 현황 등을 검토해 봐야 한다. 그렇게 각각의 자료를 취합한 뒤 기술개발 가능성과 예상 시기를 산출한다. IBM 왓슨 등 AI 기술이 더 발전하면 향후 미래예측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본다. 데이터를 취합하고 그 결과를 산출하는데 이들 AI의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시험 중인 무인자동차.

- 정부나 기업의 예산 투입 현황을 보면 기술개발 가능성과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인데, 돈이 투자되면 기술은 발전한다고 보는게 맞는가?

“당연하다. 돈이 투자되면 기술은 발전한다. 일단 돈이 사용됐다는 것 자체가 해당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 그 어떤 국가와 기업도 성공 가능성이 낮은 사업에 투자하진 않는다.”

- 대표님 경력 중에는 한국 수양부모협회 회장도 있다. 사회복지사 박사과정도 수료했던데 이것과 미래학에도 어떤 연관이 있나?

“당연히 연관이 있다. 1982년 영국에서 거주하던 시절 옥스퍼드대서 열린 ‘인구포럼’에 참석했다가 ‘한국은 사라지는 국가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발표자였던 데이브 콜만 박사는 인구 출산율을 근거로 한국의 인구가 빠르게 감소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국가들도 인구가 줄고 있으나 한국은 정부 차원의 산아제한 정책 등의 영향으로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었다.

이어 콜만 박사는 100년 후 우리나라 인구가 당시 절반 수준인 2000만명으로 줄고 2300년이면 제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우리 민족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종족 1호가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지금이 아니라 1982년에 나온 연구결과다.

얼마 뒤 한국에 들어왔더니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나가는 입양아 수가 연간 8만명에 달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내 남편이 외국인인데 그 모습을 보고 ‘이 나라는 엉망이구나’라고 한마디 하더라. 그 후 ‘해외입양을 지양하자’는 취지로 수양부모협회를 만들게 됐다. 그렇기에 이 역시 미래학을 하던 과정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수양부모협회 활동을 시작하자 일부 해외입양기관 단체 관계자들이 ‘사회복지사도 아니면서 왜 이 문제에 관여하냐’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마지못해 하게 된 측면도 있다.”

영화 '백투더퓨처2' 속 2015년 풍경.

- 그럼 이쯤에서 미래학이 왜 중요하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

“미래예측에 대해 설명하는데 있어 영화쪽 이야기도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공상과학 영화를 제작하는데 있어 제작자들이 가장 유심히 보는 것 중 하나가 스크랩터 첫 페이지에 미래학자가 포함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저자 중 미래학자가 포함돼 있는지 아닌지를 두고 투자 결정을 하는 영화 제작자들도 상당히 많다.

지난해 영화 ‘백투더퓨처2’가 다시금 화제가 됐는데, 영화 속 예상했던 2015년 미래가 거의 다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영화 스크랩터 제작에 미래학자 포함 업계 관계자가 30여명이나 참여했기 때문이다.

성공한 공상과학 영화에는 작가의 상상력 뿐 아니라 실현가능한 미래를 예상하는 미래학자 역시 함께 해왔던 것으로, 실현가능한 미래를 전망하는게 미래학이다.

또한 미래학은 정말 미래를 대비한 학문이기에 중요하다. 30여년 전 한국에 다시 돌아와 공유경제의 가치에 대해 여러 차례 밝혔다. 미래사회는 빌려쓰고 함께 쓰는 세상이 될 것이라 여러 차례 말해왔다.

그리고 현재 사회가 그렇게 변했다.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서비스가 새로운 소비문화의 주류로 부상 중이다. 알리바바를 통해 먹고 사는 이들이 500만명에 달한다. 그런 서비스를 우리가 먼저 준비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미래학이 중요하다고 할수 있겠다.

실제 영국에서는 50년 전부터 AI를 연구해 왔고 지금도 미래를 위해 어떤 산업에 투자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또한 서구에서는 철강과 조선 그리고 해운 등의 산업을 지난 1970년대 이미 사양산업으로 판단했다. 특히 철강업은 5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영국에서 백년여간 연구해 온 그래핀이란 물질이 2010년 등장했기 때문으로 철강보다 200배 더 강하고 제조가격도 엇비슷한 이 제품이 향후 철강시장을 대체할 것이라 보고 있다.”

- 끝으로 꿈이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미래학을 외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이 너무 엉뚱한 곳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봤기 때문이다. 한국은 호주에 비해 레스토랑 숫자가 10배 가량 더 많다. 그런데 정부는 그런 식당 창업에 돈을 지원해주고 있다. 누군가를 죽여야 성공할 수 있는 시장에 개인도 아닌 정부가 돈을 투자하는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농업은 그 수요를 정부가 관리하면서 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치킨집은 관리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연구해 온 미래학이 조금은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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