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올 1~3분기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R&D)비를 매출액 대비 평균 11.8%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0대 제약사들은 대부분 지난해에 비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기는 했지만 매출액 대비 20~30% 이상을 투자하는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적은 수준이다.

올 1~3분기 누적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제약사들은 평균 매출액 6357억7100만원 가운데 750억7900만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이들 제약사들 중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이었고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광동제약이었다.

유한양행은 매출액이 가장 많았지만 연구개발비가 상위 제약사의 평균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3분기 누적으로 연구개발비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곳은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단 2곳에 불과했다.

업체별로보면 셀트리온이 매출액 4617억6400만원 가운데 1869억6100만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40.5%로 다른 기업들에 비해 독보적으로 높았다.

한미약품도 매출액 7106억4100만원 가운데 17.6%인 1250억7400만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매출액의 18.9%를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이는 지난해 사노피 등 다국적제약사 7곳에 기술수출을 하면서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을 사들인 외국계제약사들이 후속 임상시험을 진행해 연구개발비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현재 신약개발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29개 가동중이다.

LG생명과학도 1~3분기 연구개발비에 666억5800만원을 투입하는 등 매출액대비 17.3%를 써 매출액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세 번째로 높았다.

LG생명과학은 B형간염·뇌수막염 등을 예방할 수 있는 5가 혼합백신 '유펜타'가 지난 2월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를 통과하고 국제입찰에 참여했다. 또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 LBEC0101'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함께 대웅제약 12.2%(792억5800만원), 종근당 12.6%(770억2800만원), 동아에스티 11.9%(519억7900만원) 등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구개발 투자에 가장 인색한 기업은 광동제약이었다.

광동제약은 매출액 대비 0.5%인 36억1900만원을 연구개발비에 쓰는 등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광동제약의 연구개발비가 전무한 것은 매출 구조가 의약품이 아닌 식음료와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동제약의 1~3분기 매출액 가운데 삼다수, 옥수수수염차 등 식음료 매출이 3336억1711만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42.2%를 차지했고,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업체 코리아이플랫폼의 매출이 3114억9920만원으로 39.4%를 차지했다. 반면 의약품은 1479억8852만원으로 18.7%에 불과했다.

업계 1위 유한양행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에 인색했다. 유한양행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6.5%였다. 유한양행은 신약개발보다는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신약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형태의 외형성장을 해 왔다.

유한양행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643억8900만원으로 이 가운데 상품매출은 7148억3100만원에 달해 상품매출 비중이 74.1%에 달했다. 매출액의 대부분을 남의 약으로 벌어들인 것이다.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에서 수입한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와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와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 등 3개 제품의 매출액이 2392억2300만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능력과 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대부분의 국내 회사들이 허가 만료되는 제품에 대한 제네릭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다른 산업에 비해 제품의 품질 경쟁이 아닌 마케팅 경쟁이 치열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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