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지난 25년간 일본군성노예문제, 다시말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이들이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위안부 문제를 전시 성폭력 문제라는 일반적인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위안부 운동을 지속해왔다.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초기에는 개념의 혼란이 있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라는 단체 이름에서 보듯이 초기에는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일본의 용어인 종군위안부, 강제종군위안부 등이 한때 혼용되기도 했다. 또한 유엔에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을 때에는 전시 강제성매매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2~1993년 여러 번에 걸쳐 개최된 한일간의 세미나와 아시아연대회의에서 논의를 하면서 그 개념을 성노예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의 역사 문서에 등장하는 ‘위안부’나 ‘위안소’의 용어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과 의미를 살려야 한다는 일본 여성운동계의 간절한 요구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병기해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다시말해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의미는 일본군성노예로 규정한 것이다.

일본군성노예는 일본군을 위한 ‘위안부’로 일본에 의해 징발되어 ‘위안소’에서 자유를 박탈당하고 반복적인 강간을 당한 중대한 인권침해의 피해 여성들을 일컫는 용어로 쓰이게 됐다.

1990년대부터 일본군성노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연대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신혜수 유엔인권 정책센터 상임대표 등은 ‘위안부’와 새로운 국제기준을 정립하는데 기여했다.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회의에는 김복동 할머니를 포함해 모두 5명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가 참석했다.

신혜수 유엔인권정책센터 상임대표는 지난 8일 서울 폐럼타워에서 열린 분쟁지역 여성인권 보호 및 참여 강화방안 국제심포지엄에서 ‘전시 여성폭력과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란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신 대표는 “비엔나에서의 우리의 운동은 대규모 국제여성인권법정에서 전쟁범죄의 하나로 일본군 성노예제도를 고발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엔나 세계회의에는 정진성 교수가 ‘위안부’ 제도의 실상에 대해 설명하고 김복동 할머니가 여성에 대한 전쟁 범죄의 한 사례로 ‘위안부’로서의 피해에 대해 증언했다.

‘위안부’ 피해에 대한 이 증언은 보스니아에서의 조직적 강간, 소말리아와 페루,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한 증언과 함께 전시 성폭력 분야에 대한 생생한 실상을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이는 성인권국제법정에 참석해 증언한 다른 31명의 증언과 더불어 여성운동의 입장을 정하는데 기초가 됐다.

이 법정을 조직한 여성인권운동의 대표는 여성을 위한 국제형사재판소 설치, 인권위원회에 여성인권 특별보관을 신설해 줄 것 등 7개항을 비엔나 세계인권회의에 참석한 정부 대표들에게 요구했다. 그 결과 1994년 유엔인권위원회는 여성인권의제에 대한 토론에서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을 신설했다. 또 유엔의 모든 활동에 여성인권의 관점을 포함하는 것이 유엔의 원칙으로 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여성차별철폐협약의 비준과 이행은 계속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게 되었고 국제형사재판소를 설립한 로마규정에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가 명시됐다.
 
비엔나 세계인권회의에서의 또 하나 중요한 활동과 성과는 비엔나 행동강령의 내용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행동강령의 섹션 B 중 ‘여성의 동등한 지위와 인권’에 대한 기술에서 무력분쟁 시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추방해야 한다는 문단이 있다. 즉 “무력분쟁시의 여성인권의 침해는 국제인권법과 인도법의 근본원칙에 대한 위반이다. 이런 종류의 모든 침해, 특히 살해, 조직적 강간, 성노예, 강제임신 등은 효과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문단이다.

원래의 초안에는 마지막 문장이 “이런 종류의 침해는”으로 시작되어 “모든”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이 일본군성노예 문제를 제외시키기 위해 앞에 “현재의”라는 단어를 추가하려는 시도를 했다.

한국 대표단이 이를 막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 “모든”이 추가되어 일본군 성노예 등 과거에 발생한 성노예까지 전시 여성인권침해에 포함되게 됐다.
‘
그는 “1990년대초부터 일본군 성노예문제, 소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전시 성폭력 문제로 국제사회에 제기됐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지금까지 25년간 한국과 아시아, 그리고 국제적으로 파급된 중요한 여성인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처음 ‘위안부’ 문제가 여성심포지엄에서 공론화된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성, 인권운동 연대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만들어졌다.

1991년 8월 김학순씨가 등장하고 이후 아시아 다른 피해국들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대만과 필리핀 등 다른 피해국에서도 피해자가 나타나고 지원단체가 결성됐다. 이 과정에서 가해국인 일본의 여성운동가들도 피해국 여성들과 연대해 지금까지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왔다.

일본 정부의 진실 부정과 책임회피로 인해 일본군 성노예문제는 국제사회로 파급되었다.

한국의 여성운동가들은 정대협을 통해 국제적으로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특히 1992년부터 유엔의 여러 인권기구를 통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배상을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일본군 성노예제도 피해자는 약 8만명에서 2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대부분은 전쟁터의 ‘위안소’에서 사망하거나 태평양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현지에 버려지거나 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피해자는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고향에 돌아왔더라도 사회적 멸시와 ‘위안부’라는 낙인 때문에 본인을 드러내는 것을 피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한국이 245명이며 지원단체는 전국 각지에서 6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진상 규명이 가장 중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었다. 1930~1940년대의 식민지 시기와 태평양전쟁 시기에 자행된 여성인권 침해는 이미 지나간 역사적 사건이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 증가가 감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진상규명 방식은 피해자들의 증언이었다.

생존 피해자들의 증언은 공개적으로 또는 개인적인 구술 인터뷰를 통해 이루어졌고 이는 각국에서 수많은 증언집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특히 정대협은 조직 내에 진상규명위원회를 두고 위안부 제도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 했다.

1992년 12월 동경에서 처음으로 남한과 북한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만났다.

진상규명 과정에서 일본의 요시미 교수는 일본 군대가 ‘위안부’ 제도의 수립과 운영에 직접, 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군의 문서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위안소를 이용하는 일본군을 위한 ‘위안소 규정’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일본 정부가 국내외적 압력으로 두 번의 자체 조사를 통해 낸 보고서와 정대협의 국제활동으로 인해 국제기구 여러 곳에서 발간된 일본 군 성노예제도에 대한 보고서, 또는 각 피해국에서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발간한 보고서 등을 통해 일본 위안부 제도의 실상이 더욱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보고서들은 대부분 생존 피해자에 대한 인터뷰를 포함하고 있어 피해자의 증언과 진술이 역사적 진실규명에 필수적인 요소였다.

특히 일본의 단체들은 사정이 열악한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의 연구자나 단체들을 지원하여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고 증언을 기록하는 일에 헌신했다.

신 대표는 “대략 위안부 피해자의 숫자는 20만 정도로 추정되지만 대다수가 사명하거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알려진 위안부의 숫자와 그들의 증언은 극히 일부의 진실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신고를 꺼렸으나 새로 위안부로 등록하는 피해자도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며 “특히 일본의 방위청 등이 위안부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를 전혀 공개하고 않고 있다. 따라서 진상 규명 노력은 계속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필요

위안부 피해자들이 각국에서 공개적으로 등장했을 때 운동 단체들의 일차적인 중요한 활동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었다.

대부분의 생존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에 대해 전혀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과 이웃,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따라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신체적 후유증 뿐 아니라 악몽에 시달리는 등 여러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지원단체들은 재정적, 심리적, 의료적 지원과 함께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한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한 법률적 지원 등을 제공했다.

피해자들이 하나 둘씩 차례로 등장함에 따라 한국에서는 이들을 위한 생활안정지원법이 1993년 제정되어 정부로부터 최소한의 생활지원은 제공됐다. 하지만 보다 다각적인 지원, 특히 심리적 지원이나 소송지원 등은 전적으로 민간단체의 몫이었다.

특히 정대협의 회원단체였던 불교인권위원회는 피해자를 위한 공동체인 나눔의 집을 1992년에 개설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후 정대협도 자체 쉼터를 2006년에 개설했다. 이 쉼터에서는 생존자 복지를 위한 활동으로 생존자들을 위한 생활공동체 제공, 피해자들을 위한 인권 캠프, 나들이, 그림그리기, 원예, 압화만들기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고 전국에 흩어져 사는 다른 피해자에 대한 정기적인 방문을 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이들 ‘위안부’ 관련 지원단체들이 하는 생존자 복지를 위한 활동과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의 지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지지를 주는 역할을 했다. 동시에 일반 국민, 학생들, 피해자들의 소통과정에서 위안소에서의 짓밟힌 과거는 피해자가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인권 유린을 자행한 일본의 책임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면서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도 했다.

정대협이 일본에 대해 요구하는 것은 범죄 인정과 진상규명, 국회결의 사죄, 법적배상, 역사교과서 기록, 위령탑과 사료관 건립, 책임자 처벌 등 7가지다. 이중 책임자 처벌에 대한 규정은 정대협 출범 초기에는 없었다. 식민지 시기, 태평양 전쟁 당시에 저질러진 범죄 행위에 대한 총체적 책임자인 당시의 일왕과 군 지휘자는 사망했거나 이미 나이가 아주 많은 상태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극동 군사재판은 이미 전후에 완료된 상태여서 처벌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범죄행위라면 당연히 책임자 처벌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결국 이 안이 추가됐다. 정대협에서 책임자 처벌문제를 1993년에 제기했을 당시 일본의 여성운동가들은 대단히 난감해 했다. 책임자 처벌은 곧바로 일왕의 책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본사회에서는 일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자체가 금기시되는 상황에서 위안부 제도의 책임을 물어 처벌을 요구한다는 것은 한국 정대협 등과 연대하는 일본 단체의 입장에서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오랜 논의 끝에 일본의 여성 운동계는 마지못해 책임자 처벌을 요구조건에 추가하는 데 동의했다. 물론 책임자 처벌을 추가하기는 했지만 진정으로 이것이 실현되리라는 것을 기대하기는 아직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전쟁 책임을 묻는 극동 군사재판에서 아시아의 위안부 제도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전혀 문제삼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네덜란드 피해 여성들에 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이미 재판이 이루어져 일본군이 처벌을 받았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과거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에서 살다 일본의 침략으로 그 통제 하에 있던 네덜란드 여성들 약 400여명이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고, 이러한 범죄에 대해서는 바타비아 등에서 재판과 처벌이 이루어진 바 있다.

신 대표는 “일본군 성노예 범죄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과거의 역사적 사실 앞에서 여성운동이 택한 단죄의 방법은 민간 법정이었다. 이는 가해국인 일본의 여성운동이 제안한 것이다”고 말했다.

일본의 여성운동가 마쯔이 아요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새천년을 맞이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를 제안했고 한국과 필리핀, 대만의 여성운동가들이 즉시 찬성했다.

1998년부터 약 3년에 걸친 준비를 거쳐 2000년 12월 일본군 성노예 전쟁범죄 여성국제법정이 도쿄에서 5일에 걸쳐 진행됐다. 이 법정은 그 규모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10개국이 장기간에 걸쳐 공동의 노력을 한 결과 64명이라는 많은 생존 위안부 피해자가 참여했다.

이 법정은 위안부 범죄에 대한 남북한의 공동기소, 그중 하루는 현재의 전시성폭력 문제에 할애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전시성폭력 문제에 할애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전시성폭력과 연결시켰다. 그리고 법정 마지막날인 2000년 12월 12일에는 판사단이 태평양전쟁 당시의 일왕과 일군 사령관에 대한 유죄선고를 내린 의미있는 법정이었다.

최종 판결문은 그후 1년이 지나 2001년 1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채택됐다. 당시 판사단에 속했던 친킨 교수는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남성이 아닌 여성들에 의한, 그리고 1945년 당시의 범죄에 대해 그 당시의 국제법에 비춰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재판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높은 평가를 했다.

신 대표는 “일본군성노예제도와 같은 인권유린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권교육, 역사교육, 평화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군 성노예제도의 전무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지지를 해 주어야할 필요성에 대해 일반 국민들과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의 맨 일선에는 시민단체들의 교육활동과 함께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생존자들의 쉼터를 방문한 학생들에게 들려준 고통의 경험담, 초청강연집에서의 증언,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의 공개 증언집회, 제네바와 비엔나, 베이징에서의 유엔회의 부대행사에서의 증언 등은 전 세계에 일본군성노예제도가 가져온 인권유린의 실상을 알리는데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되었다”고 말했다.

일본군성노예문제가 유엔에 제기된 1992년은 유고슬라비아에서의 ‘인공청소’적 학살과 여성에 대한 대규모의 조직적 강간으로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던 때였다. 그리고 연이어 1994년 르완다에서의 인종간 제노사이드(학살)에서도 여성에 대한 대규모 학살과 강간이 ‘전쟁의 무기’로 자행됐다.

전 유고와 르완다에서의 참상은 각각 별도의 재판소가 1993년과 1994년에 설립됐지만 이 두 번의 경험으로 국제사회는 상설 국제형사재판소 설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유엔총회는 국제법률위원회에 맡긴 국제형사재판소 규정의 초안을 1994년에 받아 이를 두 번에 걸쳐 검토하고 폭넓은 의견 수렵을 위해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3년에 걸쳐 논의했다.

이 과정에 여성운동은 전 유고와 르완다에서의 참상을 바탕으로 ‘성폭력 등 성에 기반한 전쟁 범죄’에 주목하고 국제형사재판소 설립과정에 여성에 대한 범죄를 명확히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1998년 여름 로마에서 채택된 국제형사재판소 로마 규정은 여성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 전쟁 범죄의 내용을 적시하고 여성재판관 숫자에 있어서의 공정성, 검찰의 성폭력 범죄 등에 대한 전문성 담보 등의 내용을 담게 됐다.

또 1990년대 초부터 2016년까지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시민적 정치적 권리위원회,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 인종차별 철폐위원회의 5개 조약기구가 일본을 심의할 때마다 거의 모두 일본군성노예문제를 거론했고 이에 대한 해결을 일본정부에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따라서 4년마다 보고서를 제출하고 심의를 받게 되어 있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경우 일본은 1994년, 2003년, 2009년, 2016년 이렇게 모두 4번에 걸쳐 일본군성노예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양한 내용으로 권고받았다.

그리고 유엔의 핵심 인권장치인 인권위원회 특별절차와 인권조약기구 이외에도 운동단체들은 많은 국제적 논의의 장에 일본군 성노예문제를 제기했다.

1994년에는 헤이그에 있는 상설 국제 중재재판소에도 방문해 방안을 모색했으나 일본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밖에 베이징세계 여성회의를 전후해 매년 유엔여성지위위원회에 참석해 일본군성노예문제에 대해 발언하기도 했다.

또한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노동기구(ILO)에도 수년간 참석해 ILO 전문가 위원회의 보고서에 이 문제가 포함되도록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각국 노조의 지원으로 노동자그룹이 이 문제를 채택하기는 했으나 사용자 그룹의 반대로 노동자그룹-사용자그룹-정부의 3자 논의의 장에는 일본군성노예문제가 올라가지 못했다.

유엔 총회 산하에 2006년 새로 설립된 인권이사회에 신설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 시에도 참가해 각국 대표들이 문제를 거론해 줄 것을 택했고 역시 일본군성노예문제가 일본에 대한 UPR 보고서에 포함되는 성과를 냈다.

또한 여러나라의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피해 당사국 뿐만 아니라 2차 대전시의 연합국이었던 미국, 캐나다, 호주 등과 더불어 유럽연합의 결의안도 이끌어냈다.

신 대표는 이런 운동의 성과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연대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정대협이 일본군성노예 문제를 유엔에 제기하기 위해서는 유엔에 참석할 수 있는 신분을 먼저 획득해야 했다. 정대협은 1992년 처음 유엔에 참석할 때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협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국제 NGO의 지원으로 참석했다. 2000년이 돼서야 비로소 회원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유엔경제사회이사회의 특별 협의지위를 획득해 그 이름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후 유엔에 참석해 발언하고 회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부대 행사인 NGO 브리핑을 개최해 공청회를 마련하는 것도 여러 단체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 초기 유엔활동은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단체들 사이에 강한 연대를 유지해 이끌어 갈 수 있었다.

운동 초기에 국제법률가협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1993년 2명의 회원을 파견해 조사하고 1994년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유엔 주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2005년에는 국제사면위원회가 여성폭력추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발간해 한국여성들의 위안부 운동에 힘을 실어주었다.

신 대표는 “여성운동, 인권운동의 연대는 각국 피해자 간에도 구축됐다.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운동단체들은 운동 초기부터 일본과 아시아 일원, 또 유엔이 있는 제네바, 뉴욕 그리고 미국 각지와 유럽 등을 다니며 증언활동과 배상요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또 “‘위안부’를 위한 운동을 하면서 베트남 전쟁 중 한국군에게 피해를 본 베트남 여성의 피해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현재 발생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 등의 무력 갈등 하에서 성폭력을 당하고 성노예 상태에 처한 다른 나라 여성들의 상황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국제적으로 전개된 적극적 운동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운동과 관련해 초기에 설정한 7가지 요구는 지금까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전혀 없다.

유엔특별보고관들의 일본정부에 대한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권고, 여러 인권조약기구의 지속족인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진상규명도 완전히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책임자 처벌이나 피해자에 대한 법적 배상은 전혀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신 대표는 “위안부 피해자들은 이제 고령으로 생전에 일본 정부에 의한 해결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일본군성노예제도의 실상에 관한 자료를 찾아내고 이를 연구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그는 “근래 발견된 태국의 한국인 이송명부, 중국에 묻혀 있는 자료, 그리고 일본 당국이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 등에 대한 추적을 계속해야 한다”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 등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9개국에서 14개의 시민단체와 1개 공공기관이 함께 등재신청한 2744건의 기록물은 보존되고 교육되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이에 대한 등재 결정이 2017년 말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이미 유네스코에 내야 할 분담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고 등재규정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일본정부의 경제적, 정치적 압력을 막아내기 위한 인권운동계의 연대가 필요하다”며 “유네스코가 일본의 경제적 압력에 굴하지 않도록 국제적 모금을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미래세대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일본군성노예제도의 진실을 후세 세대에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재발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며 "동시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성노예의 현실, 전시 성폭력 문제와 연관해 교육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 평화, 안보에 관한 안보리 결의안 1325와 연계해 교육하고 정부가 결의안 이행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다시는 절대로 같은 범죄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