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미국에서는 수세에 몰리던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불리는 비선 파문이 불거졌다.

매일 쏟아지는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식으로 많은 이목이 쏠린 가운데, 또하나 눈여겨봐야 할 분야가 있다. 조용히 상승하고 있는 보험금, 대출금리, 수수료 등 금융관련 비용들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평균금리는 지난달 2% 후반에서 한 달 새 3%로 빠르게 상승했다. 미국 대선의 여파로 국고채권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또한 상승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출자들의 가계대출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 또한 오르는 추세다. 국내 생보사들이 보장성보험 상품의 예정이율을 평균 0.20~0.25% 가량 인하했기 때문이다. 예정이율이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로, 예정이율을 인하하면 통상 보험료는 오르게 된다.

26일부터는 흥국생명의 자동차보험료가 1.9% 인상되며, 다른 보험사들 또한 기본 담보 보험료와 자차 담보 보험료를 조정하며 인상에 나섰다.

소비자들의 지출이 커지는 것은 국내 뿐만이 아니다. 해외에서 카드로 물건을 구매할 때 지불되는 수수료 또한 오른다. 해외결제수수료 인상을 통지해 논란이 됐던 비자카드 외에도 수수료를 면제해왔던 유니온페이가 수수료를 받겠다고 입장을 변경한 것. 이에 따라 유니온페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0.8% 가량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금융시장 변동의 추가적 확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가 취임 이전부터 TTP 탈퇴를 선언하는 등 경제 정책 방향을 확고히 하면서, 미국 금리 여파가 국내 금리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가계대출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더 올릴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험료 또한 손해율 만회를 위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정치적 악재로 국민들이 ‘집단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 때에, 이런 소식들이 국민들에게 반가울리 없다. 국정 공백으로 인한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은 다시 국민들의 지갑 사정으로 돌아와 국민정서에 또 다른 분노로 자리잡게 됐다. ‘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필요한 것’만 써도 살기 퍽퍽한 요즘이다.

한 정치인은 한국 경제를 두고 ‘국민들의 유리지갑에서 나랏돈으로 쓴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최근 국정활동이 시작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당분간은 국민의 유리지갑을 지켜줄 정부의 역할은 부재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일 내에 국정이 제 리듬을 찾기를 기대해본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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