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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읽기] 산은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6.11.24 17:09

                      산은


     구이람

만 년이 지나도
외로움을 켜켜이 쌓아 올린다

사람들이 밟고 걸어도
길은 언제나 홀로일 뿐

만 가지 형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갖지 않는

-시평-

산은 말이 없다. 마을 뒷동산, 에베레스트, 한라, 백두산, 흐린 날 개인 날 온갖 풍상 속에서도 산은 늘 침묵할 뿐이다.

봄날에는 꽃 피는 바위가 되고, 함박눈이 퍼부으면 그저 설산이 된다. 소낙비 쏟아지는 날에도 입을 굳게 닫고 비가 그치기만을 묵묵히 기다리는 산, 산은 그렇게 참고 기다리며 세월을 씻어내는 것 같다.

산에 사는 가족들을 위해 우산이 되어 주고 눈, 비를 다 맞으며  맑은 하늘을 기다린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봄 아지랑이 산, 만산홍엽의 가을 산을 찾아 헤맬 때도 있지만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할 때, 삶 속에서 좌절을 느낄 때, 사람들은 산을 오른다.

산 정상에 올라 땅을 보고 하늘을 보며 야호!를 외치기도 하고 지친 몸을 산에 의지하기도 한다. 산은 “만 년이 지나도/외로움을 켜켜이 쌓아 올린다” 홀로 우뚝 외로이 살아가는 산, 누구 하나 여기 머무르라 붙잡지도 않는다.

산은 스스로 외로움을 한 겹 두 겹 켜켜이 쌓아올리며 굳센 기둥이 되어간다. “사람들이 밟고 걸어도/길은 언제나 홀로일 뿐” 마음대로 산에 길을 내고 함부로 사연을 부려놓고 오가는 자 헤일 수 없이 많지만 산은 그 발길을 가로 막지 않으며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산을 올려다 볼 때 인간은 작아질 수 있다. 산의 깊은 침묵에 압도되고 산 속의 거대한 질서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만 가지 형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아무것도  갖지 않는/너” 산을 보며, 탐‧진‧치 소유에 대한 인간적 욕망의 발란으로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제자리를 찾기도 한다. 먼 산을 바라보며 원대한 꿈을 키우고 그리움을 실어보내기도 한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지만 아무것도 갖지 않는 산, 그 산을 가슴에 품고 고요한 호수의 마음으로 출렁이는 바다를 항해하는 멋진 삶을 이 시는 말해 주고 있는 듯하다.

땅보다 우뚝 솟은 호젓한 모습, 그 기상이 하늘을 찌를듯 하지만 언제나 하늘보다 낮은 몸으로 구름을 머리에 이고 땅의 사람들을 품어준다. 사람도 산이 되어 보라는 몸짓으로 느껴진다.

화산 폭발로 산산이 부숴 지고 깨지고 가루가 되고나서야 다시 높이 솟아올랐다는 산! 높이를 자랑하지 않고 땅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땅의 어지러운 숨소리, 생명들의 눈물겨운 삶을 보듬어주며 묵묵히 아픔을 달래주고 있다. 목마른 바위와 흙을 적시어 풀꽃들과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하얀 쌀가루 노적봉 설산을 녹여 계곡으로 물을 넘쳐흐르게 한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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