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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한국도 갖가지 대응 시나리오 모색해야
김희정 편집국장 | 승인 2016.11.24 16:46

[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편집국장]도날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과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자칫 재앙적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한마디로 한반도 정책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수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아시아 정책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가 공약한 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동맹국에 대해 미군을 철수한다거나,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는 한국, 일본의 독자 핵무장을 용인하는 것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는 자신이 여러차례 예고한 바와 같이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재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신고립주의를 취하는 것과 같은 그의 성향으로 미뤄 볼 때 트럼프의 당선은 최소한 대북 접근과 한미동맹에 있어 변화는 분명히 일어날 수 있고 이러한 모든 문제는 우리 경제문제와도 직결되는 문제들이다.

트럼프는 지난 9월 26일 TV토론회 때 “우리는 일본을 방어하고 한국을 방어하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공정한 몫의) 돈을 안 낸다”면서 “그들은 돈을 내야 한다. 우리가 재정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트럼프는 한국, 독일, 일본 등을 상대로 ‘안보 무임승차론’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주한 미군 철수라든가 방위비 분담금 100% 인상 등을 주장한 바 있기 때문에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우선적으로 꼽는 정책을 보면 한마디로 ‘미국 우선 정책’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반도 문제의 경우에도 개입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신 미국 본토의 경제 살리기에 신경을 쓴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른 문제는 동북아에서 힘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22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미국 트럼프 신 행정부 등장과 한국의 외교‧안보 및 남북관계 전망’이라는 주제로 통일전략포럼을 개최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송민순 북한대학원 총장(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은 국내외의 기존현상을 거부하는 미국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 70년간 스스로 주도해온 세계질서에서 손을 놓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소위 ‘미국 예외주의’를 내려놓고 국내 문제를 우선시하는 ‘미국으로의 회귀’를 미국인들이 선택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2010년 존스홉킨스 대학의 만델바움 교수가 주장한 소위 ‘절약하는 초강대국’의 길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송 총장은 “트럼프가 선기기간 중 내세운 신고립주의와 보호무역 구호가 어떻게 정책으로 구체화될지는 선거 후의 먼지가 가라앉아야 윤곽이 나타날 것이다”며 “행정부의 주요 직책이 채워지고 의회, 특히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화당 주류와의 타협을 거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의 대외 정책공약은 상당 부분 이미 초당적 성격을 띠고 있다.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과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 협정(TTIP)에 대한 반대,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 동맹국들의 방위역할과 비용분담 증가, 세계 주요 지역의 분쟁 해결에 있어 해당지역 국가들에게 책임을 증가시키는 등의 요구는 사실상 클린턴 후보의 공약과 겹치거나 연결돼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트럼프가 부상하기 이전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의 기반은 크게 흔들려 왔다.

브레튼우즈 체제에 기초한 세계금융 질서는 중국이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설립하면서 도전을 받았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기초한 무역질서라든가 미국이 주도해온 양자 및 다자 자유 무역협정들 역시 변형된 모습을 보여왔다.

이제 미국은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방적인 보복 관세까지 부과하겠다고 하면서 이미 변형된 무역질서를 더 흔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무엇이든 이득이 되면 협상할 수 있다”, 즉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는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안보이익도 포함된다.

트럼프가 실권을 갖게 되면 그는 미국이 안팎으로 안고 있는 수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할 숙제를 갖게 된다.

당장 역진 조세 정책과 인프라 건설이나 과감한 규제 완화 등 국내 문제에 치중해야겠지만 세계 질서의 변화를 관리하는데 손을 놓고서는 국내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딜레마다.

미국이 앞서 1920~1930년대에도 고립주의의 길을 걸은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국민 총생산 대비 무역규모가 5%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5년을 기준으로 국내 총생산 대비 무역규모는 27%에 달해 미국경제 역시 세계 경제의 사슬에 깊이 연결돼 있어 신고립주의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미국이 신고립주의로 나아가려 할 경우 이 같은 정치‧경제적 공백을 메우겠다고 나서는 세력, 즉 중국이나 일본 등이 등장하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이 신경써야 할 대외 정책으로는 크게 이슬람 국가(IS)와의 대테러 전쟁,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사태를 포함한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 이란 핵 문제, 경제와 안보에 있어 중국 견제, 나토 정비와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의 역할 조정과 비용분담, 북한의 핵문제 등이 있다. 이중 한국 핵문제 등은 다른 이슈들보다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트럼프가 신경 써야 할 이런 당면문제들이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어쨌건 세계 각 지역에 대한 관여를 축소해 나갈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송 총장은 “한국은 이미 2006년부터 3년간 한미 연합 훈련을 주도하면서 작전권 행사를 준비했다. 과거 연습 경과에 비추어 볼 때 양국이 합의만 하면 3년내 작전권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가 강조해온 방위비 분담 문제도 객관적 수치에 기초해 공개적으로 협상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1991년 공식적으로 주한 미군 유지비를 지원하기 시작한 이래 국내적으로 과도한 비용을 주한 미군에 지원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토지 제공과 기지 주변 환경 조성, 그리고 카투사 인력 제공 등의 실질적 지원을 방위비 분담 규모에 계상하기 않았다. 반면 미일 방위비 부담 방식에는 이런 비용이 계상됐다”고 말했다.

송 총장은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 중 국민총생산 대비 국방비 비율이 2.6%로 가장 높고 주둔 미군 1인당 기준으로 볼 때 가장 많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2017년 하반기(2019~2023년)로 예상되는 차기 방위비 분담협상에는 이런 요소들을 계상한 상태에서 안정적이고 적정한 분담 방식을 당당하게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한국은 한미 FTA 협정 개정 요구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는 약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따라서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일방적 보호무역주의를 취해 자국에 돌아올 부메랑 효과를 우려할 정도의 마음의 여유도 없는 상태다.

미국은 2015년부터 1970년대 대외무역보복 수단으로 동원했던 ‘슈퍼 301조’ 같은 규제 조항들을 다시 꺼내들기 시작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는 한국의 역할 증대보다는 경제 등에 대한 비용부담의 압박을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세계 최고 수준의 무역 의존도를 가진 한국으로서는 이런 조짐을 밀착 주시하면서 적시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밖에도 트럼프는 공정 무역 요구를 강화할 것이다.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이 주요 표적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일차표적은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일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의 대미 안보 의존을 이용해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즉 경제중심 사고를 하는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의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비핵화에 따르는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단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경제적 비용을 짊어진다면 합의에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의 트럼프의 승리는 워싱턴 주류 정가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과 변화의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승리는 탈냉전 이후 세계 경찰 역할을 하면서도 세계화에 따른 자유 무역과 이민자 유입 등으로 자국의 경제지반이 약화됐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동맹국이나 우방국보다 자국만 생각하는 미국우선주의이자 전 세계적 고립주의 확산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인수위 시기나 취임 초기에는 트럼프 자신의 독특한 정책방안이 두드러질 수 있겠으나 전문직 각료가 등장한 이후에는 점차 기존 정책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

다만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기 때문에 자신이 내놓은 핵심 공약에 대해서는 뚝심을 갖고 밀어 붙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비록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다소 포기했을지라도 미국의 경제 정책과 노선은 여전히 한국에 대해 중요한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목표와 한국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시점이 이렇듯 막중한데도 현재 한국의 경제 사령탑은 가동이 멈췄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월 17일을 마지막으로 기획재정부 확대간부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격주에 한번 핵심 간부 30여명이 모여 갖가지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한 달 넘게 주재 하지 않았다.

11월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후임 부총리로 내정되자 유 부총리는 “물러날 사람이 어떻게 회의를 소집하느냐”며 현안을 챙기는 자리를 만들지 않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국이 시계 제로 상태가 되면서 경제 사령탑의 공백 상태가 3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임종룡 위원장을 차기 경제 수장으로 임명한 청와대는 야당의 반대를 이유로 국회에 ‘인사 청문 요청서’도 보내지 않고 있고 야당은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비 정치적 현안까지 모든 국정 협조를 무차별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의 직무 유기로 인해 세계 11위 규모의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 경제 사령탑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금융불안과 통상 마찰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라는 이중고에 빠져 있어 내우외환의 위기에 노출돼 있다.

경제 부총리의 강력한 리더십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한 이때 두 명의 경제 수장이 어정쩡하게 동거하면서 리더십 부재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계 인사들은 경제 부총리만큼은 여야가 합의해 누가 맡을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계 인사들은 “한국 경제는 정치와 무관하게 계속 잘 굴러간다는 신호를 미국 등 세계에 한시라도 빨리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독특한 캐릭터의 미국 수장이 선출된 만큼 이에 걸맞는 민첩한 경제 정책과 전략 수립이 한시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희정 편집국장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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