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용태 의원(좌)과 남경필 경기지사.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새누리당 소장파의 원조격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당내 대표적 비박(비박근혜) 의원인 김용태 의원이, 전날 예고처럼 22일 동반 탈당을 선언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 이후 새누리당 탈당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경필 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을 찾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함께 이 자리에 섰다”며 탈당의 변을 밝혔다.

우선 남 지사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당다움을 잃어 버렸다”며 “새누리당으로는 자유와 나눔, 배려의 가치 그리고 미래비전을 담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오늘 생명이 다한 새누리당을 역사의 뒷자락으로 밀어내고자 한다”며 “그 자리에 정당다운 정당,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남 지사는 “헌법의 가치를 파괴하고 실정법을 위반해 가며 사익을 탐하는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최고의 권위를 위임 받을 자격이 없다”며 “그런 대통령이라면, 국민은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을 되찾아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남 지사는 박 대통령을 ‘구시대의 망령’이라 규정하며 “잘못된 구시대의 망령을 떨쳐내고,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과 온전히 함께 하겠다”며 “시대와 가치 그리고 국가시스템의 교체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 역시 “공화국의 헌법은 유린되었고 국민의 믿음은 부서졌다”며 “헌법의 최종 수호자인 대통령이 민주주의 공적 기구를 사유화하고 자유 시장 경제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물론 친박 인사들로 이뤄진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국민들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공범이라고 한다. 백번 맞는 말씀이다. 그런데 고개를 빳빳이 들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기고만장 하다”며 “벌인 죄도 기가 막히건만 시치미를 떼고 도리어 역정을 내는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파렴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저와 남 지사는 지금 새누리당을 나가 진정한 보수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진정한 보수의 중심을 세워 무엇보다도 먼저 헌정질서 복원의 로드맵을 작성하는 일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남경필 지사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원희룡·정병국 의원 등과 함께 당의 소장파로 활동하며 정풍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로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정치행보를 보여왔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산 쇠고기파동 때는 한미 FTA 재협상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2014년 경기지사 당선 후로는 야당과의 연정을 언급해 화제에 오른 바 있다.

김용태 의원은 이명박 키즈 중 한 명으로 여당에서 보기 드문 서울 강서권 3선 의원이기도 하다. 현 정부 출범 후로는 당 혁신위원장을 잠시 맡기도 했으나 당내 친박계와 갈등을 빚고 사퇴한 바 있다.

남 지사와 김 의원의 동반 탈당이 주목 받는 이유는 경기와 서울 지역위원장을 지낸 이들의 탈당을 시작으로 수도권 지역 여당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수도권과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까지 탈당에 가세할 경우, 지난 번 총선 이후 정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연말 이내 새누리당 분당’설 역시 현실화 될 것으로 점쳐진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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