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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불평등 해소가 시대정신이다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 이사장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승인 2016.11.17 16:30

지금 대한민국은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초유의 헌정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서는 대한민국의 소득불평등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먼저 이 글에서는 왜 소득불평등 문제의 해결이 오늘의 시대정신인지 논하려고 한다. 국정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소득불평등의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한가한 지적 유희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국정지지율 5%라는 숫자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모여든 시민의 수가 백만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박근혜의 헌정파괴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갈수록 힘겨워지는 민생현실에 대한 분노 또한 반영한 것이다.

청년실업과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양극화와 경제력 집중이 가속화하고 있는 현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부진하며 경기가 침체되고 성장 동력이 하락하고 있는 현실이 민심이반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80퍼센트 이상이 미래의 희망을 품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아프게 고발하고 있다.
 
모든 사회경제적 문제는 대체로 성장과 분배의 문제로 귀결된다.

민생 문제의 핵심은 다수의 국민이 충분하고 안정적인 소득 흐름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는 나라 전체의 총소득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소득의 분배가 편중되어 불평등이 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전자의 경우에는 성장이, 후자의 경우에는 분배가 해법이다.

고용 문제도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내거나 아니면 기존에 경제전체에서 행해지는 노동을 보다 고르게 분배하여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누구는 일을 하고 싶어도 놀아야 하는 상황은 분명 분배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 가계부채나 구조조정 문제도 따지고 보면 다 성장과 분배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최근 유력 대선 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분배보다는 성장을 말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성장론을 주장하고, 유승민 의원은 혁신성장론을 주장한다. 안철수 의원은 공정성장론을 내세우다가 최근 창업국가론을 제시하였다. 국민성장론이나 공정성장론이 일정하게 분배에 관한 문제의식을 일부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성장을 통해서 우리의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공통인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주객이 전도된 접근이다.

지금은 분배를 강조해야 마땅하고, 분배를 제대로 함으로써 성장을 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은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부자 나라, 고소득국가다. 민생이 어렵다는 것은 결코 나라 전체의 소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소득분배가 너무나 일부에게 편중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소득불평등의 정도는 과거에 비해서 훨씬 커졌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비교를 해보아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둘째, 지나친 불평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과도한 불평등으로 인해 경쟁의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으며, 점차 계층상승을 위한 기회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2)이러한 현실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젊은이들의 ‘수저계급론’과 ‘헬조선-탈조선론’,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갑을관계에 대한 사회적 저항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셋째, 아무리 소득불평등이 문제라고 해도 만약 분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경제성장에 해가 된다면 분배보다는 성장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한국경제의 상황을 보면 오히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만 성장 동력도 회복할 수 있다.

과거 경제학의 주류는 ‘형평성’과 ‘효율성’, ‘분배’와 ‘성장’ 사이에 상충관계를 상정하고 두 가지 가치를 조금씩 희생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는 불평등이 별로 심하지 않았던 시대의 이론이었고, 불평등이 심화된 최근에는 오히려 상보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시장경제에서 어느 정도 불평등은 불가피하고 이를 과도하게 축소하려고 하면 효율성과 성장을 저해하지만, 불평등이 지나치게 커지면 이 또한 효율성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좋은 계획을 가진 사람은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거나 돈만 많다고 마구잡이 투자를 감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돈이 소비할 사람들에게 안 가고 이미 너무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에게 몰림으로써 전반적인 소비수요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불평등이 매우 심한 경우 분배를 개선하는 것은 그 자체로 효과적인 성장정책이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측정할 때 흔히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니계수에 의존한다. 이 지표를 사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첫째,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보았을 때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이다. 둘째, 시장소득 기준의 지니계수는 전체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이 최저일 뿐만 아니라 이상치(outlier)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낮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지니계수가 가처분소득 기준에서는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으로 나온 것은 한국이 소득재분배의 효과가 극히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시장소득 기준으로 한국의 불평등도가 정말로 낮을까?

통계청의 조사결과를 국민계정이나 소득세 자료와 대조해보면 금융소득이 누락되고 상위소득자의 소득이 과소 파악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정할 경우 2010년의 지니계수가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0.415, 가처분소득 기준으로는 0.371로 올라간다.

이 수정치에 의하면 한국은 OECD에서 5번째로 불평등도가 높은 나라가 된다.

노동소득의 불평등에 관한 지표들도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이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임금불평등은 ‘하위 10% 대비 상위 10% 비율’(P90/P10)이 4.7로서 2013년 미국, 이스라엘, 터키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부가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를 보고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의 자료로 계산하면 위 비율이 5.1 이상이 되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임금불평등을 보인다.

중위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저임금계층의 비중도 24~25%로서 미국과 함께 OECD 국가 중 최고수준을 보인다.

소득 중에서 노동소득을 제외한 나머지를 통칭하여 자본소득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이자, 임대료, 배당, 사내유보이윤,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중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 등이 포함된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자본소득은 노동소득에 비해 압도적으로 더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배당소득의 경우 최상위 1%와 10%가 각각 전체 배당소득의 72.1%와 93.5%를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자소득의 경우에도 최상위 1%와 10%의 몫이 각각 44.8%와 90.6%로서 높은 집중도를 나타냈다.

반면 노동소득의 경우에는 각각 6.4%와 27.8%로서 집중도가 훨씬 덜하다. 사업소득이 주를 이루는 종합소득에는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이 혼재되어 있는데, 집중도도 양자의 중간 수준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이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달하게 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소득불평등이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소득세 자료를 이용해 추정한 상위 1% 소득집중도의 추이를 보면 소득집중도가 근로소득의 경우에는 외환위기 이전에 5% 정도에서 2010년 7.5% 정도로 증가했고, 전체소득의 경우에는 7% 정도에서 12% 정도까지 증가했다.

근로소득보다 전체소득 집중도가 더 빨리 증가했다는 사실은 자본소득의 불평등이 더 빨리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소득집중도 상승 속도는 미국이나 영국에 가까운 OECD 최고 수준이었고, 상위 1% 대신 상위 0.1% 또는 10% 등의 소득집중도를 보아도 동일한 양상을 나타냈다.

노동소득 불평등이 왜 증가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임금의 결정원리를 규명해야 한다. 정통경제학의 이론은 생산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노동자들 사이에 생산성의 차이가 커진 것이 노동소득 불평등이 증가한 이유라고 본다. 그러면 왜 생산성 차이가 커졌나?

숙련편향적인 기술변화에 따라 교육수준이 높은 노동자의 생산성이 더 크게 상승했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고학력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공급이 수요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소위 대졸 프리미엄이 올라갔다는 것이 구미 경제학계의 주된 설명이었다.

이와 더불어 무역장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선진국들과 개도국들 사이의 교역이 더욱 확대되면서 개도국의 저임금 노동과 경쟁해야 하는 선진국의 저숙련 노동의 임금이 하방압력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설명은 분명 일리가 있는 것이지만 모든 선진국들에서 기술변화와 세계화는 공통적으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증가의 정도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 이유, 그리고 영미권 국가들이나 한국에서도 나타난 상위 1% 계층으로의 소득집중 현상이 나타난 이유 등을 설명하지 못한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에는 고학력노동자의 공급이 계속 확대되었기 때문에 영미권 국가들과는 상황이 또 다르다.

현실의 임금결정에서는 생산성 외에도 다양한 제도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협상력이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금결정에서 통상 협상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노동시장의 수급상황과 고용보호 등 정부규제, 그리고 노동조합이다.

외환위기 이후에 이러한 요인들이 모두 자본에 유리하고 노동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했다. 첫째, 대기업들의 아웃소싱과 정리해고가 확산되고 성장 동력이 약화되면서 고용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자영업이 과잉팽창했다.

둘째,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된 일련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우리나라의 집단해고에 대한 보호 수준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고, 간접고용이 만연하게 되었다.

셋째,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매우 낮고 자본과 정부의 공격적인 태도에 밀려 교섭력이 저하되고 있다.

이렇게 노동의 교섭력이 하락한 결과 전반적인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했고, 동시에 자본의 ‘분할정복’이 용이해지면서 노동시장 분절이 심화되고 임금의 불평등이 확대되었다.

노동시장이 경쟁적이지 못하고 분절될 때 동일한 노동도 협상력의 차이에 따라 차별적 대우를 받게 된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사내하청이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기업 소속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다. 소위 ‘왼쪽 바퀴 끼우는 노동자 임금이 오른쪽 바퀴 끼우는 노동자 임금의 반밖에 안 된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에 심각한 분절이 존재하여 경쟁적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기업들은 이런 노동시장 분절을 이용하여 차별적 대우로 노동자를 이간하고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2015년 기준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 노동자 임금을 100이라 할 때 비정규직 임금은 50.6%고, 5인 미만 사업체 정규직 임금은 51.1%, 비정규직 임금은 29.4%에 불과했다.

이렇게 극심한 노동시장 분절의 이면에는 생산물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누리며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대기업과 대기업의 하청 혹은 매우 경쟁적인 생산물 시장에 의존하는 중소기업 간의 협상력과 지불능력 차이가 도사리고 있다.

피케티(Thomas Piketty)는 협상력의 결정에 사회적 규범이나 정치적 분위기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는 상위 1%로의 소득집중 현상을 발견하고, 이들은 대체로 대기업의 최고경영진임을 밝혀냈으며, 이들의 생산성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보수는 개인의 협상력에 의해 상당히 자의적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이 때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것이 있어서 일정한 통제를 가하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사회적 규범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분명히 이런 현상이 존재했다. 얼마 전에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던 금융권 CEO의 초고액 연봉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의 연봉이 수십억으로 오른 것은 금융지주사 출범 시에 정부가 나서서 지주사 체제에 걸맞게 회장 연봉의 품격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다.
 
소득불평등 증가의 원인을 분석할 때 노동소득이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자본소득보다 훨씬 크다는 이유로 노동소득 불평등의 증가만을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본소득은 노동소득보다 훨씬 더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또한 근래에는 자본소득분배율이 증가하고 있어서 피케티가 강조한 바와 같이 자본소득도 전반적인 소득불평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자본소득은 불평등 문제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러한 견해의 토대인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는 기업의 자본소득 중 배당되지 않은 부분이 완전히 빠져있고 개인의 자본소득 중에서도 많은 부분이 제외되어 있어 자본소득 불평등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자본소득의 원천이 되는 순자산의 분배는 소득분배보다 훨씬 불평등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순자산의 지니계수는 0.614로 소득의 지니계수에 비해 월등히 컸다.

가처분소득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의 29.1%를 차지한 반면, 순자산은 상위 10%가 전체의 43.7%를 차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대부분은 주택이고 또 그 대부분은 임대소득을 발생시키지 않는 자가 보유 주택이다.

따라서 자산소득을 발생시키는 자산만의 분배, 그리고 이와 연동된 자산소득의 분배를 보면 극단적으로 불평등하다. 일례로 2008년 재정패널 자료에서는 상위 10%의 자산소득 점유율이 100%에 달했고, 2014년 자산소득 지니계수는 무려 0.953이었다.

자본소득의 역할에 주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근래에 자본소득분배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금 상승이 경제성장을 따라가지 못했고, 특히 2008년 이후에는 그 괴리가 극단적으로 커졌기 때문에 그 결과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 즉 노동소득분배이은 하락했다.

이는 곧 자본소득분배율의 상승을 의미한다.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을 어떻게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노동소득분배율과 자본소득분배율의 추정이 달라지는데, 국민소득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만 보더라도 1997년의 16.7%에서 2014년의 25.1%로 빠르게 커졌다.

여기에 기업소득 이외의 자본소득을 합했을 때, 한 계산에 따르면 자본소득분배율은 1998년의 20.5%에서 2010년의 32.1%로 대폭 상승했다.10)자본소득은 노동소득보다 훨씬 불평등하게 분배되기 때문에 이렇게 자본소득분배율이 커지면 전반적인 소득불평등이 높아진다.

자본소득 불평등과 관련하여 두 가지 추가적인 언급이 필요하다. 첫째는 부동산의 역할이다. 우선 소득 대비 주택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이 불평등을 악화시킨 중요한 요인이다.

주택보유자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막대한 자본이득을 향유했으며,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 비보유자와의 사이에 소비 여력의 격차가 확대되었다.

그리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유행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갈수록 거주용 주택 이외의 부동산이 자산소득 불평등의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둘째는 피케티가 경고한 세습자본주의 문제다. 한국은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사회적 이동성이 컸지만 최근에는 부의 대물림과 교육기회의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에는 자수성가한 부자가 별로 없고 상속부자 비율이 높다. 재벌의 그늘 아래서 창업 성공 신화는 나오기 어려운 반면, 재벌가는 다양한 편법을 동원하여 부의 상속과 경영권 세습까지 실현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불평등이 문제라면 어느 정도의 불평등을 용인하고 어디까지 불평등을 축소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축소할 것인가 따져보아야 한다.

한 가지 기준은 역사적으로 경제성장이 잘 되고 기회의 사다리가 잘 작동했던 소위 ‘자본주의 황금시대’의 불평등도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북유럽 선진복지국가의 불평등도다.

이런 수준으로 소득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 현재 극히 미미한 수준인 재분배를 확대하는 방법과 1차적 시장소득의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을 적절하게 결합해야 한다.

정책목표와 수단의 선택에 있어서는 사회적 정당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 정당성이 결여된 불평등의 제거를 우선적 목표로 삼아야 하고, 시장기능과 경제적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 정책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이런 원칙에 입각해서 불평등을 축소시켜나간다면 경제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회적 정당성의 관점에서 보면 세 가지 종류의 불평등을 상정할 수 있다. 가장 나쁜 종류의 불평등은 경제활동의 과정에서 자본력과 권력 등을 가진 자가 힘없는 자를 약탈함으로써 발생하는 혹은 확대되는 불평등이다.

이러한 불평등은 불법적이거나 부당하며,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다. 약탈 다음으로 사회적 정당성이 부족한 불평등은 부의 대물림에 의해 경제활동에 진입하기 이전에 출발선 상에서부터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여 발생하는 불평등이다.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과 무관한 불평등이기에 사회적 정당성이 떨어지고 경제적 효율성도 약하다. 반면에 사회적 정당성이나 경제적 효율성이 상당부분 인정되는 불평등은 경제활동 과정에서 공정하게 경쟁한 결과 발생하는 불평등이다.

이러한 불평등은 부분적으로는 운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능력과 노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시장경제에서 약탈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한국경제에는 다양한 형태의 약탈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정치권력과 재벌의 정경유착은 그중에서도 최악이다. 이들은 국고를 도둑질하고 경제정책을 재벌친화적으로 왜곡함으로써 납세자와 소비자, 그리고 노동자들을 약탈하는 할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마저도 파괴한다.

재벌의 산업지배 또한 약탈을 구조화하고 있다.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에 의한 중소기업 약탈은 결국 노동시장의 분절화와 임금격차를 불러오고, 담합 등 경쟁제한행위나 기업집단에서 발생하는 사업기회편취 등은 결국 소비자를 약탈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등 협상력이 약한 집단에 대한 사회경제적 차별이나, 본부와 대리점 혹은 가맹점 사이에 성립하는 갑을관계 등에서 발생하는 소위 ‘갑질’도 약탈의 일종이다.

약탈에 의한 이득을 취할 수 없게 만드는 정책들은 불평등 축소를 위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 재벌의 정경유착과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개선 등 재벌개혁과 공정거래정책의 강화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등 사회경제적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차별금지법이 시행되어야 하며, 나아가 비정규직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정책이 필요하다.

‘갑질’에 대한 규제와 함께 을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단결권 보장이 필요하다. 납세자, 소비자, 노동자, 그리고 소액주주 등 경제적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와 제도적 장치들이 강화되어야 한다.

부의 대물림은 상속을 통한 대물림과 교육을 통한 대물림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속증여세가 느슨하고, 자본과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전반적으로 미약하며, 소득세율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소득세제 및 상속세제 강화와 아울러 피케티가 주장한 자본세 혹은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 근래에는 교육에 의한 부의 대물림이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 사회적 이동성을 제고하는 유효한 수단이었던 교육이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을 초래하는 입시제도와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학 등록금 등으로 인해 이제는 오히려 계층 간 격차를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회의 평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교육 강화 등 포괄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에 의해 발생하는 불평등이라고 무조건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직장을 잃었을 때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은 긴요하다.

그리고 가급적 선의의 낙오자가 없도록 완전고용을 지향하는 거시경제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이외에도 누진과세와 복지정책을 통한 적절한 재분배는 필수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은 OECD에서 재분배를 가장 작게 하는 나라로서 이 점에서도 상당한 분발이 필요하다.

불평등을 축소하는 정책이라고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복지제도 설계에서 근로유인이 훼손되거나 전달체계가 낭비를 조장하는 문제들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각종 보조금 및 지원 제도, 특정부문에 대한 보호정책이나 외국인노동자 유입정책 등에서 시장기능을 억압하거나 왜곡하는 정책은 수정해야 한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office.good6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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