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유착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2016년 12월 포스코의 시장예상치는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3조1000억원 당기순이익 1조4000억원 등이다. 2년 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더니 결국 지난해 962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것.

이처럼 포스코의 회사 경영상황은 다소 호전되고 있으나, 포스코를 둘러싼 암운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끝이 좋지 못했던 역대 포스코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둔 권오준 현 회장이 정권 유착설 등에 휩싸이며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탓이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에 연루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검찰 기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권 회장은 최씨의 최측근 인사인 차은택씨와 차씨 측근으로 알려진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그리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함께 포스코계열 광고사인 포레카 지분 강탈 미수 사건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검찰은 차씨의 포레카 지분 강탈 과정 중 권 회장의 압박이 있었는지 여부와 차씨의 지분 강탈이 실패로 돌아간 뒤 포레카에 대한 포스코의 광고물량 축소에 권 회장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권 회장을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현재 권 회장은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이다.

포스코 측은 포레카에 대한 물량 축소가 경영개선의 일환이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현 정권 수립 후인 2014년 권 회장이 갑작스레 포스코 회장에 선임됐고, 차씨의 광고사 강탈 미수 후 이 회사로 내려지는 광고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볼 때 상호간에 연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유추 중이다. 일각에서는 포레카 지분 매각과 관련해 권 회장의 배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14일에는 권 회장의 포스코 회장 선임에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경영일선 후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진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물론 청와대 왕실장으로 불렸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터져 나온 것.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월에서 2014년 1월 사이 최명주 당시 포스코기술투자 사장(현 포스코건설 부사장)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김기춘 실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실장은 최 부사장에게 “차기 회장은 권오준으로 결정됐다”고 통보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또한 김 전 실장이 최 부사장에게 “포스코 내부 규정대로, 절차에 따라서 권 회장 선임이 이뤄진 것처럼 처리해 달라”고 밝히며, 청와대가 권 회장을 낙점한 것에 대해선 “외부에 알려져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언급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최 부사장은 조 전 수석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 동문이란 이유로 청와대와 포스코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도 파악되고 있다.

권 회장 선임에 청와대 실세가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자 업계 일각에서는 그 배후에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매번 무너지는 인사시스템

권오준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임기 중 하명사태 등 여러 잡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준양 전임 회장 시절 방대해진 조직을 추스르고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이전까지는 권 회장의 연임 역시 가능성에 대해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현재 권 회장은 연임은커녕 검찰 기소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재계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최근 처지를 두고 포스코 회장 잔혹사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 철강산업을 견인해 온 포스코의 경우 2016년 11월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이외 정부 지분은 전무한 완벽한 민간회사이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회사 설립 자체가 정부 지원에 의한 것이었고, 정부와 관련된 사업들도 많다보니 매번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아울러 정권 초나 말이 되면 전문경영인인 포스코 최고경영자(CEO)가 불명예 퇴진하는 사례도 반복돼 왔다.

우선 포항제철(현 포스코)을 설립한 박태준 초대 회장(1968년 4월~1992년 10월)이 노태우 정부 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선후보와 마찰을 빚더니 자리에서 물러났다. 포철 회장을 지내며 정치적 외풍 차단에 사력을 다했던 박 전 회장이었으나, 문민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권 눈밖에 난 것이다.

박태준 회장 퇴임 후 2대 회장에 오른 부회장 출신 황경로(1992년 10월 ~ 1993년 3월) 회장 역시 취임 6개월만에 불법 금품 수수 혐의 등이 불거지며 역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 회장 사람이었던 그에 대해 김영삼 정부가 탐탁치 않게 봤다는 의견이 상당한데, 황 회장 역시 지난 2012년 가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물러날 당시 김무성 민정비서관(전 새누리당 대표)이 개입했다”고 폭로했었다.

황 회장 다음은 그와 마찬가지로 박 회장 측 인사이자 포철 부회장을 지낸 정명식(1993년 3월 ~ 1994년 3월) 회장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딱 1년 동안만 회장으로 활동하다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정 회장은 사내 개혁주의자로 알려졌던 조말수 사장과 알력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정 회장 다음 회장으로는 재무장관 출신 김만제(1994년 3월 ~ 1998년 3월) 회장이 취임했다. 포스코 사상 첫 외부인사 출신 회장이자, 김영삼 정부와 인연이 있었던 그는 단임한 전임 회장들과 달리 이후 4년 동안 포스코 수장을 지냈다.

그러나 김만제 회장 역시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 회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DJP연합을 통해 ‘국민의정부’ 수립을 도운 박태준 초대회장의 영향력이 사내 다시금 커진 것으로, 당시 포스코는 장장 75일 동안 감사원 감사를 받았고 이를 버티다 못한 김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 다음은 유상부(1998년 3월 ~ 2003년 3월) 회장이었으며 그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후 이구택(2003년 3월 ~ 2009년 1월) 회장은 장기간 집권에 성공하는데 이 당시 포스코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인사시스템 개편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회장 선임 시 정치권 외풍을 차단하고 투명성·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외이사들로 꾸려진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회장 후보를 결정한 뒤,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토록 한 것.

그러나 해당 제도는 시작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회장이 임기를 다하고 차기 선임을 위한 인사시스템이 작동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권 차원의 개입설이 제기된 것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후임으로 윤석만 전 포스코 사장이 유력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회장직에는 정준양(2009년 1월 ~ 2014년 3월) 회장이 올랐다. 윤 사장은 이구택 회장이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 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정 회장 선임 배후에 이명박 정부 실세 중 한 명이자 영포라인의 핵심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자리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또한 정 회장은 최근 권오준 회장과 마찬가지로 임기 중 MB 정권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그로인해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권오준 회장이 좋은 실적에도 불구 정권과의 유착설로 위기에 놓인 것으로 그가 전임 회장들의 전철을 밟게 될지, 아니면 기사회생에 성공 연임에 성공하게 될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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