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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대모' 김정숙 세계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변화의 중심에서 여성을 외치다“여성정치,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부족해”
김영 기자 | 승인 2016.11.10 11:46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김정숙 세계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국내 여성정치를 논하는데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특히 김 회장은 국회의원 활동 당시 소속정당의 여성 비례대표 할당제를 이끌어내며 여성 정치인의 폭발적 증가에 크게 공헌한 바 있다.

요즘에도 김 회장은 우리사회 변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성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여성정치 활성화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계 후배들 또한 김 회장의 이 같은 업적을 자주 언급해 왔다. 그리고 지난 10월 28일 열린 제51회 전국여성대회에서는 ‘김활란 여성지도자상’ 수상자로 김 회장을 선정하며 그 같은 공로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지난해 ‘삼성생명대상 여성선도상’ 수상에 이어 올해는 ‘김활란 여성지도자상’까지 받으셨다. 여성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공로를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고 할수 있겠다. 일단 이번 수상에 대한 소감 먼저 부탁드린다.

“어깨가 무겁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큰 상을 받았다. 내가 괜히 더 겸손해진다. 그동안 여성계 선배들이 해오신 업적들을 물려받아 일해 왔는데, 남은 여생 역시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노력하겠다.”

-정계 입문 후 줄곧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 오셨다. 여성정치인의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혀 왔는데, 김 회장님의 노력 덕분인지 여성 국회의원 수는 분명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와 같은 변화 흐름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가?

“실제로 15대 국회에서 16대로 넘어가며 여성의원 수가 크게 늘었다. 15대 국회 활동 당시 내가 주도했던 전국구 후보 중 여성의원 50% 할당제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본다. 그 전에는 여성의원 비율이 5% 내외였는데 지금은 17%대까지 늘어났다.

다만 여성의원의 증가 속도는 빠르지 않다. 오히려 너무 느리다고 본다. 각 당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에 대해 ‘해야 한다’고만 말하는 게 아니라 강제성을 부여해 지켜나가야 한다. 여성 정치인 수가 못해도 전체 의석의 30%는 돼야 할 것이라고 본다.”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 중요 정당 모두 비례대표 공천에 있어 여성 할당제 자체는 잘 지키고 있으나 이를 통한 여성의원 증가세는 17대 큰 변화가 없다. 재선 이상 지역구 여성의원 수 역시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정치 신인 여성들의 정치권 진출을 돕기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겠는가? 재선급 이상 여성의원이 많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여성 공천이 보장된 비례대표 의석 수 자체가 너무 적다. 국회의원 300명 중 1/3 정도는 비례로 선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100여명의 비례대표를 꼽고 그 중 절반을 여성이 맡아야 한다고 본다.

초선의원의 재선 확률이 낮은 건 남성도 마찬가지다. 재선에 성공하려면 운도 있고 전략도 있어야 한다. 결과론적으로 볼 땐 여성정치인들의 역량 부족이기도 하다.

다만 여성 후보가 공천 자체를 받지 못하는 걸 막기 위해선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역구 선거에서 여성 몫으로 30% 공천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해당 정당이 패널티를 먹는 등 정당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 본다.”

-지난 총선 때도 각당 여성의원들이 여성공천 할당제를 당 지도부에 요구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안 관련 현역 여성의원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내 경험상 최고 정치지도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 한 사람을 설득하면 된다. 여성들이 뭉쳐서 당 지도부를 설득해야 한다. 비례대표 30%안과 50%안 모두 당시 내가 지도부를 설득해서 이룬 결과였다.

남성의원 전원을 설득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낮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의 현 정치풍토상 남성의원들이 바꿜 것이라고 생각하면 죽어도 깨어나도 안된다.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정당법 조항은 내가 국회를 나간 뒤 단 한 글자로 바뀌지 않았다. 현역의원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 최고지도자를 설득하기 위해선 여성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 당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고 여성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힘을 인정 받아야 한다.

지금의 정당 구조에서는 여성들끼리 뭉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각당 여성위원회가 심부름단체도 아닌데 허드렛일만 하고 중용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 위원회가 여성의 행복을 책임지기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 정책토론회도 자주 개최하고 여성이 챙겨야 할 몫을 스스로 주장해서 이뤄내야 한다.

여성가족위원회 역시 쉽게 생각해선 안되는데 지금 국회에서는 별로 대우를 못 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여가위 위원장을 맡지 않았다. 같은 겸임 상임위인 윤리위원회는 누구나 가려고 하면서도 여가위는 잘 가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야당에서만 여가위원장을 맡게 됐고, 위원장 선수 역시 다른 국회 위원회에 비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여가위원장 역시 여야가 번갈아가며 맡아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

-일반 여성들의 경우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에 둔감하다는 의견이 많다. 여성 정치 활성화를 위해선 이들 일반 여성들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그동안 대한민국에서는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 그 어떤 곳에서도 여성들에 대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남자가 바깥 일을 해야 한다고 배울 때 여자들에게는 집안일을 잘하는 게 미덕이라고 가르쳐 왔다. ‘남성을 돕고 봉사하며 그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잘 내조해야 한다’는 잘못된 진로지도가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들 여성들이 사회학이나 법학 경제학, 첨단과학 등을 배울 기회도 적었다. 예절이나 가치관에 대한 교육 역시 잘못돼 왔다. 여성이 사회문제에 있어 남성들과 동등한 의식을 가지고 참여했어야 하는데 그와 같은 의식교육이 부족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과거에는 어떤 직장이든지 여성의 역할은 남성에 비해 소소한 것으로 규정돼 있었다. 남자와 여자에 대한 기대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결혼한 여성의 경우 가사와 육아에 대한 부담 또한 컸다. 거기서 여자들이 헤어나오기 어렵다. 그런 것들을 허물어야 한다.

제대로 된 21세기 여성들로 육성하기 위해선 새로운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여자들도 경제와 정치에 대해 평생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지금 여러 사회단체와 정당에서 이와 같은 교육을 실시하는데 지금 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내가 현 여당에서만 여성위원장을 20년 가까이 했던 사람이다. 정당에선 여성을 교육시킨다는 생각 자체를 잘 안한다. 행사에 동원하고 선거운동에만 쓰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 여성들의 경우 정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정치혐오만 늘고 있다. 이런 여성들에게 ‘정치는 공기와 같은 것이다’라고 교육을 통해 알려줘야 한다.”

-우리의 여성정치 현황 관련 대만과 자주 비교해 오셨다. 정부 수립 시점 등 한국과 대만은 여러 부분에서 닮은 점도 많은데, 유독 여성정치 활성화에 대해서만은 큰 차이를 보인다. 대만이 아시아 제일의 여성 정치참여 국가로 불리는 반면 우리 사정이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 보시는가?

“대만의 경우 1949년 정부수립 당시 국민당 여성위원장이었던 쑹메이링의 제안으로 헌법에 여성의 당선 할당제를 포함시켰다. 장개석이 아내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당선 할당제란 여성 당선자 수를 일정 비율까지 맞추는 제도다. 공천 할당과 다르게 반드시 여성 당선자가 나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남성 후보보다 표를 덜 받은 여성이라도 여성 중 다득표자일 경우 당선이 된다.

이와 관련해서 내가 대만의 선거관리위원장에게 묻길 “남자들의 소송이 있냐”고 했는데, “한사람도 없다”고 하더라. 헌법으로 여성의 당선할당제가 보장돼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법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난 개헌 찬성론자인데 대통령 임기나 중임 여부는 중요치 않다. 내가 개헌을 찬성하는 이유는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정계 입문을 돕는 조항이 우리 헌법에도 명시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여성에 대한 조그마한 혜택조차 ‘남녀평등에 위배된다’는 일부 남성들의 주장 또한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개인적 질문이다. 여성운동을 상당히 일찍부터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여성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교육학을 전공했다보니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여성보다는 청소년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여성에 대한 특별한 의식 때문에 사회활동과 정치활동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정치를 시작하고 보니 여성문제가 더 많이 보이더라. 여성들의 힘든 처지를 많이 목도했다.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들을 위해 정치문화부터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그렇게 여성의 정치참여 문제에 관여하게 됐다.”

-현재도 세계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여성의 정치참여 및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1월 중순에는 대만에서 세계대회가 열리는 것으로도 안다.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는 무엇인가? 이외 현재 추진 중이거나 구상 중인 여성 관련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주길 바란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와 경제분야에 있어 여성의 참여비율은 22%에 불과한 실정이다. 협의회에서는 줄곧 여성의 역량 강화를 통해 사회 개혁을 이룰 수 있고 부패없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혀왔다. 또 정치와 경제분야에 있어 여성 참여비율을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도 주장해 왔다.

이번 대만 회의는 그동안의 협의회 활동들에 대한 중간점검의 자리가 될 예정으로, 50~60개 회원국에서 집행위원회 임원진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선 여성 정치엘리트 육성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여자들이 드라마나 보고 사우나나 다니고 있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세상의 변화 중심에 여성이 있을 수 있도록 이를 이끌 재목들 양성에 힘을 쏟고자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미래 세대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나 스스로는 상당히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되면 바보 같이 밀어붙였고 열정적으로 일했다. 다음 세대에게 그런 내 모습이 ‘옳은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김정숙 회장은 누구?

1946년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난 김정숙 회장은 전주여자고등학교,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와 조지워싱턴 대학교 교육학 박사 과정을 거쳐 교육전문가로 활동했다.

1989년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를 설립해 이사장에 올랐으며, 1990년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전국이사를 맡기도 했다.

1992년 14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민자당 전국구 국회의원(48번)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는 정무제2장관(현 여성가족부 장관)실 차관을 지냈다. 여성이 차관에 오른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총선 직전이던 1996년 2월 최상용 전 의원이 신한국당(민자당 후신)을 탈당하며 전국구 국회의원직을 승계받으며 첫 국회의원 뱃지를 가슴에 달았다.

15대 국회의원 선거 때 신한국당 전국구 국회의원(22번)으로 출마했다가 또 한 번 낙선했으나, 1년 뒤인 1997년 정재철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그 자리를 승계받았다.

2000년 치러진 16대 국회의원 선거 때 한나라당 전국구 국회의원(13번)으로 출마해 당선되며 3선 의원 반열에 올랐다. 이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당무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16대 대통령 선거 때는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여성위원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9년 세계여성단체협의회 이사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에 올랐고 2012년에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에 재선임됐다. 또 2015년 세계여성단체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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