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홈페이지 캡쳐

[여성소비자신문 서유리 기자] 아이쿱(icoop)생협의 간부가 특정 업체의 납품계약을 유지하는 대가로 10년 간 거액의 뇌물을 수수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일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배임수재 혐의로 아이쿱생협 물품운영본부장을 맡아 온 김모 전 부사장을 구속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경남의 수산물 가공업체 대표 이모씨를 구속하고, 배임증재 혐의로 부산의 수산물 도매업체 대표 강모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수산물 납품 계약을 유지하는 대가로 납품금액의 3∼5.5% 수준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차명계좌 4개를 통해 지난 2006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10년간 각각 6억8000만원과 10억3000만원 씩 모두 17억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거액의 뒷돈을 받은 김씨는 이 돈으로 고급 아파트와 명품 그리고 외제차를 구입하고 수시로 국외 골프여행을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시가 2억6000만원 상당의 골드바 5개를 구입해 보관해 온 것으로도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와 업체 대표 두 사람은 각각 대학 선후배와 먼 친척 관계였다”며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대가로 1년 단위로 갱신하는 납품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조사과정에서 경찰은 납품업자 이씨가 제품 무게를 속여 6억3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챙긴 사실도 함께 적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15-20호’에는 섭취 전 버리게 되는 액체와 함께 포장되는 식품은 액체를 뺀 식품의 중량을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씨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홍합살·깐바지락살·미더덕·새우살·굴 등 5개 냉동 수산물의 중량에 얼음의 양을 더하는 수법으로 제품의 중량을 적게는 7.4% 많게는 28.2%까지 부풀렸다.

이런 식으로 부풀려진 61억9000만원 상당의 냉동수산물은 전국 180여개 아이쿱생협 매장에 납품됐다.

경찰 관계자는 “생협 제품이라 이를 믿고 구입한 조합원들과 소비자들이 이번 사건의 피해를 보게 됐다”며 “납품계약 체결과 유지권을 빌미로 한 리베이트 수수 등 갑질 횡포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소비자 신뢰 배신한 '아이쿱생협'

아이쿱생협은 안전한 먹거리를 표방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조합원만 25만 명에 달한다. 아이쿱생협에서 운영하는 '자연드림' 브랜드는 조합원은 물론 일반 주부들 사이에서도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품질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리베이트 사건으로 생협에 돈을 투자한 조합원은 물론 해당 브랜드를 믿고 제품을 구매해 온 소비자 모두에게서 큰 신뢰도 하락이 예상된다.

특히 아이쿱생협은 김씨가 납품업자들과 짜고 지난 10년간 억대 규모 부정을 저질러 왔음에도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사내 내부감사 시스템에 대한 조합원 불신도 커지고 있다.

평소 '자연드림' 브랜드를 즐겨 애용했다는 소비자 A씨 역시 “납품 계약에는 리베이트 의혹이 있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회사가 더욱 철저히 내부 감사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아니냐"며 "이런 일이 생기면 제품의 질 역시 믿기 힘들어지는 것 아니겠냐”고 우려를 표했다.

아이쿱생협 "소비자 피해 없다"는 동문서답 반복 

아이쿱생협 측은 전직 간부가 뇌물스캔들에 휩쓸린 사실 자체에 대해선 인정했다. 다만 이번 사건과 관련 리베이트 편취에 따른 조합원 피해와 그에 따른 대책을 밝히기 보다는 납품업자 이씨와 관련된 의혹 해소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쿱생협 관계자는 “뇌물비리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간부직에 있던 직원이 물류비의 일부를 개인 착복한 비리”라며 “물류비를 착복하는 뇌물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이쿱생협의 직원관리 부실에 따른 사고이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의 냉동수산물 중량 허위 기재 의혹에 대해 “경찰 측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아이쿱의 냉동수산물의 내용물 실 중량이 표기중량에 못 미친다는 것이며, 이것이 법(식품 등의 표시기준법)이 허용하는 오차범위를 넘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냉동수산물의 경우 표기중량과 내용물 실 중량 차이는 대다수 업체의 제품에 적용되는 내용이다. 이는 얼음코팅 과정에 따른 얼음막 중량이 제품 중량에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아이쿱생협 측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글에서도 얼음코딩과 관련된 업계 현실과 경찰 조사의 문제점만을 집중 언급했다.

김씨가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면서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이 더 양질의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기회를 상실했음에도, 그에 따른 사과와 개선책에 대해선 '책임을 통감한다'는 한마디로 갈무리 지은 것이다. 문제가 된 내부감사 개선과 관련해서도 아이쿱생협 측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아이쿱생협 관계자는 “애매모호하고 미비한 법조항으로 인해 냉동수산물 납품업체들이 관행적으로 작업해왔고, 아이쿱생협과 25만 조합원이 그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양지해달라”며 자신들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ulee@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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