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서유리 기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얻었던 알뜰 셀프주유소 셀프주유기에서 실제 넣은 기름보다 더 많은 금액이 결제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업계 등에 따르면 수도권 4곳의 고속도로 알뜰 셀프주유소에서 지난 2년 동안 총 7000여건의 결제 오류가 발생, 총 3억1000만원이 과다 결제됐다.
하지만 이 중 환불 처리된 금액은 1억 원에 불과했다.

소비자 A씨는 최근 셀프주유소를 이용한 뒤 카드내역을 확인했다가 화들짝 놀랐다.

지방 출장을 다녀오던 길에 5만원 어치 주유를 했을 뿐인데 결제 금액은 12만원이었던 것.

일반주유소가 아닌 셀프주유소를 이용했던 데다 넣었던 금액의 2배 이상이 높아진 금액을 납득하기 어려웠던 박 씨는 전화로 연락, 처리를 요청했지만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경기도에 있는 셀프주유소에서 주유를 했다가 금액이 이중결제 됐음을 확인했다.

해당 주유소는 15만원 선결제 후 주유가 완료되면 선결제 금액이 취소된 후 주유한 금액만큼 취소되는 시스템이었으나, 6만5000원 어치 주유를 한 후 선결제에 대한 승인 취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이 같은 일을 겪은 바 있던 B씨는 해당 주유소에 항의했으나, 주유소에서는 ‘다시 오면 처리해주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셀프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실제 주유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이 결제되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기기 시스템상의 문제 때문으로, 이는 전국의 일반 셀프 주유소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형 정유사의 브랜드 셀프주유소를 운영하는 일부 업자들은 이 같은 오류를 묵인하며 수천 만 원 상당의 부당수입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부산 지역 A주유소 운영업자의 경우 매월 결제 오류, 기기 이상 등의 이유로 이중 결제된 대금 5000만원 상당을 부당수입으로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제방식으로 인한 오류, 업체들은 나 몰라라

셀프주유소 결제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일정금액 선결제 후 주유량 금액을 결제하고, 앞서 선결제했던 금액을 취소하는 방식이다.

만약 셀프주유기에서 5만원어치 기름을 넣으면, 주유기가 선결제 금액인 10만원과 주유량 금액인 5만원을 차례로 승인한 뒤 다시 처음 10만원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결제가 진행된다.
두 번째는 금융위의 권고로 바뀐 선결제 후 선결제 금액을 취소하고 주유량 금액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주유기에서 기름을 넣을 때 선결제 되고, 선결제 금액이 바로 취소된 후 주유량만큼의 금액이 결제된다.

문제는 첫 번째 결제 과정에서 소비자의 신용카드 한도가 초과했거나 통장 잔고가 부족한 경우에 발생한다.

오류가 발생하게 되면 처음 결제한 선결제 금액만 자동 결제되는데, 소비자가 이를 모르고 지나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법인이 아닌 일반 직장인이나 가정주부 등 운전자들은 주유비 결제와 관련된 카드 청구서 확인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소비자의 대부분은 결제오류가 있더라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문제는 셀프주유소 업자들의 태도다. 결제오류를 확인하고 직접 재방문한 운전자에게는 ‘오류 문제’를 핑계로 본래 결제한 금액에 맞춰 재결제 해주는 반면, 결제오류를 알아차리지 못한 소비자들에게는 오류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는다.

셀프주유소를 운영하는 C씨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영수증을 폐기하기 때문에 카드 명세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한 결제 오류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더군다나 선결제의 경우 결제 승인 문자메세지나 취소메세지도 전송되지 않아 오류 자체가 있는지에 대해 알 수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류 처리를 위해 재방문하는 소비자는 극히 일부”라며 “오류에 대한 처리가 다소 귀찮다는 이유로 고객이 직접 방문해 따지지 않는 한 소비자에게 먼저 오류를 알리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부, 셀프주유소 결제 방식 전면 수정 나서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셀프주유소의 결제 방식에 대해 전면 수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 셀프주유소 86곳을 모두 전수조사 해 전체 피해 금액을 확인한 결과를 발표했다.

잘못 결제된 금액은 7억7000만원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으며, 결제 오류 관련 조사는 현재 전국 2000여 곳 셀프주유소로 확대됐다.

금융위원회도 셀프 주유소의 결제 오류 시정에 나섰다.

오류가 나던 직전 방식인 선결제 금액과 실제 주유한 금액을 모두 계산한 뒤에야 다시 선결제한 돈을 취소하지 않고, 선결제 금액을 먼저 취소한 뒤 실제 주유 금액을 결제하도록 카드 결제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밴사에 결제방식 변경을 권고했다.

현재 2300여곳 셀프주유소 결제시스템을 확인하고 바꾸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셀프주유소의 결제 오류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고, 관련 부서 역시 오류 금액에 대한 전수 조사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치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서유리 기자  yulee@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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