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박용현 두산 회장 (우) 김성용 두산인프라코어 대표

두산인프라코어가 계열사가 납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청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이 보유한 차량용 배기가스 저감장치 관련 핵심기술을 빼돌린 뒤 경쟁업체에 넘겨줘 가격 이원화 정책을 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 중에 있다. 하지만 피해회사가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기술이 핵심독점기술인가를 두고 피해자와 피의자 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5일 K사가 보유한 자동차배기가스 저감장치(EGR) 핵심기술을 빼내 K사의 경쟁업체에 넘겨준 국내 대기업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이 모(51) 부사장과 법인 등 8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생산하는 굴착기 등 중장비 엔진에 들어가는 배기가스 저감장치(EGR쿨러)를 납품받아 오던 중 2009년 K사와 계약을 맺고 제공한 EGR쿨러 관련 설계도면, 샘플제품 등 영업비밀을  K사와 경쟁회사인 S사(경남 창원시)에 넘겨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EGR부문 독자 기술을 보유한 K사가 독점 납품하게 되면 원가절감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을 우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K사의 핵심기술을 넘겨받아 S사에 이 기술을 넘겨주고 낮은 가격의 S사 제품을 납품받으려 했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또 핵심기술을 넘겨받은 S사는 독자적인 제품 개발이 힘들다고 판단, 이 기술을 프랑스 발레오 社 기술연구소(스페인 소재)로 넘겨줘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고도 밝혔다. 이런 과정을 통해 K사와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게 된 S사는 내년부터  두산인프라코어에 EGR쿨러 제품을 납품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K사가 보유한 기술은 차량 엔진에서 연료가 연소되며 발생한 배기가스의 일부를 냉각시틴 뒤 연료와 섞어 엔진내부로 재투입시켜 연소되게 해 배기가스에 포함돼 있는 질소산화물(NOX)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유해가스 저감 기술이다.

K사는 7년 간 45억원을 투자해 이 기술을 개발해 최근 6년 동안 213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외 8개 유명 완성차 업체에 EGR제품을 납품, 앞으로 7년간 3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와 피의자들 간 기술논쟁이 벌어지면서 사건은 좀처럼 진행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EGR쿨러 자체는 엔진 내부로 재투입되는 배기가스의 열을 줄여주는 역할만 할 뿐, 질소산화물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란 점, 또 유출됐다는 영업비밀 자료가 시방도면 등 거래를 하기 위해 거래 회사에 제공되는 최소한의 기술자료란 점 등을 두고 공방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앞서 두산인프라코어에서 기술을 유출시켰다는 S사 대표, S사 연구부장 등이 조사를 받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가 되면서 사건은 더욱 행방을 찾기 어렵게 됐다. 

동반성장의 기치를 내걸며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거의 1여년 동안의 수사 끝에 명백한 증거를 찾지 못하면서 EGR쿨러를 둘러싸고 업계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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