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입양아 사건 가해 양부와 경찰이 아이 시신을 태운 산에서 현장 검증을 실시 중이다. <사진제공=뉴시스>

- 입양아 학대사건, 전국서 끊이지 않아
- 자격조건 강화 위한 법적 조치 필요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경기도 포천에서 양부모에 의한 입양 딸 학대와 살해 후 암매장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가 식탐이 많고 자꾸 보챈다는 게 학대 이유였다. 일반적인 가정이었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였다. 더욱이 가해 양부모 중 양부가 범죄 전과 10범 출신으로 알려지며 ‘정상적인 입양절차를 거쳤다면 절대 아이를 입양할 수 없었고 결국 민간입양의 허술한 관리시스템이 이와 같은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0월 1일 인천남동경찰서로 한통의 아동실종신고가 접수됐다. ‘가족과 함께 소래포구 축제에 놀러왔다가 6살베기 딸아이를 잃어버렸다’는 내용이었다. 실종신고 접수 후 경찰은 수색에 나섰으나, 10만명의 인파가 모인 현장에서 실종 아동을 찾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찰은 이에 축제 현장 곳곳에 배치된 폐쇄회로 화면(CCTV)을 수차례 되돌려 보며 아이의 흔적 찾기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수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아버지 주모(47세)씨와 어머니 김모(30)씨의 모습은 CC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으나, 그 어디에서도 아이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가 애당초 축제에 오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된 경찰은 주씨 부부를 추궁했고, 결국 이들에게서 “아이가 체벌을 받다 숨졌고, 산에서 시신을 태운 뒤 암매장했다”는 충격적인 진술을 듣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주씨 부부는 실종 아이의 친부모도 아니었다. 10년 전 결혼한 이들은 슬하에 자식이 없었고, 2년 전인 2014년 이웃에 살던 아이의 친모 김모(36)씨로부터 딸을 입양했다. 친모 김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아이를 혼자 키우던 싱글녀였으며, 이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이들 부부가 딸을 유독 귀여워해 입양 전에도 몇차례 딸을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씨 부부는 딸을 정식으로 입양하고 두달여가 지나서부터 학대를 시작했다. “딸이 이웃주민에게 자신이 친모가 아니라고 말한 것에 입양을 후회했고, 그로인해 가정불화가 시작돼 학대하게 됐다”는게 양모 김씨가 경찰에서 밝힌 학대 이유였다.

학대 방법도 다양했다. 이들은 상시로 아이의 팔다리를 테이프로 묶고 방치했고 지난 추석 때는 아파트 베란다에 아이를 3일간 묶어놓고 물과 음식을 전혀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씨 부부는 실종신고를 하기 3일 전인 지난달 28일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은 뒤 이날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오후 4시까지 17시간 동안 건너방에 홀로 방치해 숨지게 만들었다.

주씨 부부의 인륜을 저버린 범행은 아이가 죽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아이가 학대를 받고 숨졌다는 감추고 싶던 이들은 3개월전부터 함께 동거해온 임모(19)양과 함께 9월 30일 오후 11시쯤 딸의 시신을 포천시 영중면 양문리 야산으로 옮겼고 그 곳에서 태워 암매장한 뒤 다음날 태연스럽게 실종신고를 냈다. 이들의 범행에 가담한 임양 또한 평소 피해 아동을 학대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주씨 부부는 “훈육 목적으로 벌을 준 것일 뿐, 살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해 경찰은 살인 및 사체 손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11일 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한편 친모 김씨의 경우 딸을 입양 보낸 뒤로도 일주일에 서너번 양모 김씨와 통화를 하며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렸다. 또한 친모 김씨는 양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아이를 키우기 힘들면 돌려보내라”고 말하기도 했으나 정작 딸이 학대 받아온 사실에 대해선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입양아 학대, 지속적으로 불거져

경찰 및 아동보호기관 등에 따르면 국내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의 80% 가량은 친부모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원치 않던 임신이 원인이 되거나 잘못된 훈육방식으로 인해 아동학대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가슴으로 낳아 사랑으로 키운다’고 알려진 입양의 경우 아이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입양 시도 자체가 힘들다고 여겨지다 보니, 아동학대와는 거리가 있지 않겠냐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포천 입양아 학대 및 살해 사건 등 일부 입양아에 대한 양부모들의 그릇된 행태는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크게 틀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실제 올 8월 대구에서는 세 살된 입양 딸을 학대해 뇌사 상태에 빠트린 양부모가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이들은 입양 딸이 뇌사에 빠지기 3개월 전에도 피해아이를 병원에 입원시켰고, 당시 병원에서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됐으나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뒤 또 다시 학대를 가했다.

지난 2014년 충북 청주에선 11살된 입양 딸을 파리채로 때리고 108배를 시키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40대 엄마가 경찰에 붙잡혀 최근 집행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은 입양 딸이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컨테이너와 화장실에 가두고 먹을 것도 주지 않은 채 감금했었다.

2014년 대구에서는 25개월된 입양 딸을 쇠파이프로 숨지게 한 양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2012년 별거 후 홀로 지내던 가해여성은 대구지역 입양기관에서 14개월된 피해 아동을 위탁받아 키우던 중, 그해 6월 대구가정법원애 정식 입양 허가를 신청한 뒤 아이를 입양받아 키우다가 숨지게 했다. 특히 이 여성의 경우 법원으로부터 입양허가를 받기 위해 부동산임대차계약서와 재직증명서까지 위조했던 것으로도 뒤늦게 확인됐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인연을 맺어준 입양아 가족이 함께 놀이동산을 찾았다. <사진제공=뉴시스>

민간입양 제도 허술함이 근본원인

포천 입양아 사망 이후 언론에는 피해 아동의 양부가 사기와 폭력 등 전과 10범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어 ‘기관입양이었다면 가해 양부가 아이를 입양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란 지적과 함께, 기관입양과 비교해 양부모의 자격조건을 등을 크게 따지지 않는 민간입양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일반인들의 경우 ‘입양은 대단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입양특례법에 따라 이뤄지는 기관입양에 한해서만 해당한다.

올초 입양특례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며 기관입양의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입양을 원하는 예비부모는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초기상담부터 사후관리까지 10단계에 걸친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서류심사에 재출해야 할 자료만도 수사기록조회서와 재산증빙서류 등 20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이는 국내 입양의 20%에 불과하며 나머지 80%는 민간입양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인과 개인간 합의로 진행되는 민간입양은 관할부처부터 차이가 난다. 법무부 소관인 것으로 개인합의 사안에 대해 가정법원이 입양을 허가하는 구조다. 이 경우 역시 법원에 친부모의 입양동의서와 함께 입양가족의 범죄사실여부·인적증명서·소득증명서 등 기타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큰 무리가 없는 한 통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이 입양가족의 양육의지를 우선적으로 보기 때문으로 일부 판사들의 경우 양부모의 전과사실을 확인한 경우라도 성범죄자 등 중범죄자가 아닌 이상 이를 허락해 주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또한 기관입양의 경우 사전 부모교육 8시간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지만, 민간입양에는 이와 같은 절차도 생략돼 있다.

민간입양이 상당히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이는 입양아에게 학대만큼 큰 상처가 되는 파양(罷養) 건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전체 입양아 수는 연간 5000명 가량인데 이 중 파양 사례는 전체 20% 정도인 연 900여명 내외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민간에 입양된 이후 파양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동보호 전문기관 통계에 따르면 연간 약 1000여명 내외인 기관입양 양부모의 경우 아이를 파양한 사례가 2014~2015년 2년을 통틀어 단 3건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선 ‘너무 쉽게 얻은 권리라 쉽게 포기하는 것’이란 의견과 함께 ‘민간입양에 대한 사후관리 부족 때문’이란 목소리가 상당하다. 민간입양 가족의 경우 입양특례법의 대상이 아니다 보니, 기관입양 때 제공되는 정부 차원의 입양수당 제공 및 양친 교육, 의료비 지원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국내 한 아동복지기관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사진제공=뉴시스>

해외와도 큰 차이

민간입양의 문제점이 불거지며 해외 사례와 비교해 국내 입양문화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중 영국의 경우 기관이나 민간입양 모두 공개입양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양측 모두에 적절한 사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과 스웨덴에서는 기관과 민간입양 모두 일정기간 ‘시험동거’ 기간을 두고 이 기간 동안 아이의 적응 상태 등을 법원이 면밀히 살펴본 뒤 입양 결정을 내리고 있다.

국내의 경우 민간입양 후 제3자의 사후관리가 전무하다는 것과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아동학대를 대하는 데 있어 국내의 양형기준이 너무 가볍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서구권 국가 대부분에서 아동학대를 살인미수로 처벌하고 있고 단순 학대에 대해서도 무기징역까지 선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이에 비해 학대 가해자에 대해 상당히 가벼운 처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신고가 부족하다는 점도 우리나라와 외국의 차이점으로 거론된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대만 등지에선 아동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하고도 가족과 그 주변인 등이 이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이 청구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아동학대 신고가 의무가 아니다보니 이 같은 정황을 발견해도 묵인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렇다보니 포천 입양아 사건 때도 경찰조사 결과 인근 주민 상당수가 가해부모의 학대 정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입양의 경우 개인간 합의 후 법원의 허가만 받으면 쉽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도 문제

황옥경 한국아동권리학회 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 정부 부처의 책임 떠넘기기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모든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그렇지만 이 아이 같은 경우 친모가 경제적 어려움 속 양부모에게 아이를 맡긴 뒤 보호받아야 할 양부모에게 학대 받아 사망한 것으로 너무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입양에 대해 우리쪽에선 사적입양이라 부르고 있는데, 결국 이 사건의 경우 현행 제도의 틈새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본다”며 “입양 부모에 대한 자격 심사와 입양아에 대한 처우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다”고 밝혔다.

양부모에 대한 자격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에 대해선 “제도상으로는 민간입양 역시 양부모의 자격심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아동을 입양하게 될 경우 해당 아동에 대한 모든 기록과 정보가 입양정보원에 등록이 되도록 돼 있다”며 “아마 관련 부처가 서로 다르다 보니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또 “정부 부처 간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도 문제”라고 언급하며 “보건복지부는 ‘민간입양은 당사자 간 합의를 가정법원이 승인하는 식이어서 법무부 소관이다’, 이런 입장이고 법무부는 ‘민간입양 실태를 관리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협조와 정보 공유 사후 지원이 원할히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 부처 간의 의사소통 채널이라든가 정보를 공유하거나 법적 결정에 대한 최종 책임의 한계, 이런 것들이 제도상 명시화돼 있지 않으면 이번 사건과 같은 틈새, 즉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며 양 부처간 의사소통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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