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불 켜진 한미약품.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K-헬스케어 분야를 대표해 온 한미약품이 큰 시련에 직면했다. 신약 부작용에 따른 사망자 발생과 그에 따른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 해지는 물론 이를 한국증권거래소에 고의적으로 늦게 알렸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주가와 회사 이미지 모두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한미약품 주가는 주당 10만원대를 오갔으나, 신약 개발 성공 소식과 함께 글로벌 제약사와 7조원대 계약 체결 이슈가 불거지며 급등했다. 그해 11월에는 역대 최고가인 주당 86만원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이후로도 60만~70만원대를 꾸준히 오갔다.

임성민 한미약품 회장의 주식보유액 역시 대폭 상승했다. 2014년 3000억원대에 머물던 보유주식 평가액이 2016년 6월 기준 3조 1500억원까지 뛰어오른 것으로, 당시 기준 임 회장은 국내 주식부호 순위 6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급성장 배경에 대해선 ‘10여년 꾸준하게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덕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 주가는 바닥 없는 추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주가가 18%나 하락하더니, 영업 재개일인 4일에도 오전 1시 30분 기준 -7.3%를 기록한 것. 62만원대였던 주당 가격은 47만원까지 떨어졌다.

한미약품의 주가 하락 원인은 야심차게 시장에 내놓은 신약 관련 부작용 사례가 잇따라 보고된 것이 시작이었다.

신약 부작용, 사망자 발생

한미약품에서 개발 후 시판 중인 올무티닙 함유제제(올리타정)는 국내에서 27번째 개발된 신약이다. 이는 기존 표적 폐암치료제 중 하나인 EGFR-TKI(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티로신키나제 억제제) 제제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환자(비소세포폐암)에게 사용된다.

이와 관련 지난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미약품에서 시판 중인 올무티닙 함유제제에 대해 허가 후 임상시험 수행 중 허가사항에 반영되지 않은 중증 피부이상 반응이 발생했다”며 “의료인과 환자 등에 관련 정보를 알리기 위해 국내 의약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에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배포한다”고 밝혔다.

올무티닙을 투약한 환자 731명 중 3명(0.4%)에게서 중증피부이상 반응인 스티븐존슨증후군과 독성표피괴사용해 질환이 나타난 것으로, 각각 올 4월과 6월 그리고 9월 부작용 발생 사실이 식약처에 보고됐다.

중증피부이상 반응을 보인 환자 3명 중 2명은 사망했고, 1명은 입원 후 회복했다. 3명 모두 올무티닙 제제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의료계에선 보고 있다. 독성표피괴사용해, 스티븐슨존슨증후군 모두 약물 투여 후 주로 4~30일 이내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식약처에서는 이에 해당 약의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도록 권고한 뒤, 4일 중앙약사심의원회를 열고 그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렸는데, 판매중지와 허가 취소 등을 놓고 고심하다가 '제한적 사용'을 조건으로 시판 허가를 유지키로 했다.

식약처는이에 대해 “제품 위험성 보다 말기 암환자의 치료 유익성이 더 크다”며 “말기 암 환자의 치료를 고려, 의사의 전문적 판단하에 중증피부 이상 반응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환자의 동의를 받아 제한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입장에서 볼 때 허가 취소라는 최악의 경우는 피한 셈이지만, 신약 개발에 있어 그동안 회사가 쌓아온 기술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당히 후퇴할 전망이다.

늦장 공시에 대해 해명 중인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늦장 공시 파문

한미약품의 신약 부작용 발견은 해외 시장 라이센스 판매 계약을 맺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해지로 이어졌다.

지난해 7월 한미약품은 ‘올무티닙’을 베링거인겔하임에 7억3000만달러(약 85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저녁 7시 6분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무티닙에 대한 개발 및 상업화 권한을 한미약품에 반환키로 했다고 통보했다. 임상 도중 사망자 발생과 경쟁약물의 글로벌 임상 3상 진입 등이 이유였다.

한미약품을 덮친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후 회사는 계약해지 소식을 즉각 한국증권거래소에 알리지 않았고, 그로인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이 계약 해지 소식을 공시로 발표한 건 30일 오전 9시 30분께였다. 해지 통보를 받은 뒤 14시간이 지난 뒤로, 회사 경영활동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해 24시간 이내 공시하도록 한 금융감독원 규정에는 위배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한미약품이 이를 의도적으로 늦게 공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29일 장 마감과 함게 이 회사가 ‘미국 제넨텍에 1조원 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호재를 공시했고, 그 영향으로 30일 오전 장 초반 주가가 급등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 해지 건이 알려지며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 일각에선 호재에 따른 급등과 악재에 의한 급락 사이 내부자 거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면 한미약품은 늦장 공시가 의도된 것이 아니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2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도적으로 지연 공시한 것은 아니다.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받느라 늦어진 것”이라 해명한 것.

“한국거래소의 별다른 승인 없이도 기업 공시 담당자가 관련 내용을 입력 후 공시하게 되면 바로 투자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는 한국증권거래소 측의 지적에 대해서도, “중요 사안이었기 때문에 한국거래소에 직접적인 설명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공시가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미약품은 공시 지연 과정 중 내부자 거래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면밀히 확인 중”이라고만 밝힐 뿐 뚜렷한 부정은 하지 않고 있다.

기술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물론 회사의 도덕성 역시 이번 사태로 크게 실추된 모습인 것.

한편 금융위는 한미약품의 공시 지연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위법성이 발견되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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