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빗속에서 전신주 작업을 하다 추락한 인터넷 설치기사가 사망했다.

SK브로드밴드 의정부 홈고객센터 소속 설치기사 김모씨(35)가 지난 27일 비가 오는 와중에도 전신주 작업을 하다 추락했다.

김씨는 추락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하루 만인 28일 오후 9시계 사망했다.

노조는 김씨의 추락사가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상상황이 좋지 않을 때 센터 소속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김씨는 그러지 못했다.

김씨와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설치 수리 기사들의 추락사고는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에어컨을 수리하던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가 추락해 사망한 데 이어 지난 9월 22일에는 SK브로드밴드 소속 현장 기사가 전신주 감전으로 추락해 갈비뼈와 척추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SK브로드밴드 전국 홈 고객센터 현장 기사 중 57%가 김씨와 같은 개인 사업자다. 노조는 원청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하며 원청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의정부 경찰서는 김씨의 신체 일부에서 감전흔적이 발견됐다고 29일 밝혔다.

30일 <여성소비자신문>과 통화한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현재 장례를 치르고 있으며 사고와 관련해 회사가 방치한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센터의 책임이라고 미루고 싶지도 않다. 이 같은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이들 직원들도 비오는 날에는 전신주에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통신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인터넷이 끊기면 소비자들이 답답해하시겠지만 비 오는 날에는 전신주에 올라갈 수 없다는 것과 같은 규정을 고객들에게 이해시키도록 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센터들이 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한 명 씩 전신주에 올라간 것도 문제였다고 답했다.

“이들은 법적으로 하청업체 소속이다. 하청업체들인 각 센터들의 예산이 풍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감이 많아지고 이것을 감당하는 보수 직원들의 수가 적은 것도 문제다 이것을 직접 고용으로 돌리자는 얘기도 있으나 이것 또한 간단치 않다. 그렇다고 이 같은 노동 상황을 방치할 수도 없으므로 시스템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MF 이후 많은 사업자들이 직접 고용 형태의 노동자를 쓰기 보다 하청업체와 계약을 하고 이들 하청업체들은 특수 고용 형태로 직원을 쓰다보니 이들이 많은 돈을 사용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업무 환경이 안전 사각지대에 빠져 들고 있다.

인터넷 설치 기사의 경우 어느 동네에 인터넷이 끊겼다고 할 때 그곳 인원이 많다보면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지만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물량 압박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희망연대 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김재완 노조 사무국장은 “위험의 외주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노동조합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그나마 작업 중지권이라도 행사할 수 있지만 1인 사업자들은 월급도 건 별로 받기 때문에 위험한 작업에 내물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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