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알려진 CMIT/MIT가 치약을 포함한 복수의 생활용품 제조에도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며, 또 한번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공포심리가 커지고 있다. 제조사들의 경우 이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 중이다. 이런 가운데 유해물질 관리 책임이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련 '식약처가 이를 방조해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으며, 일각에선 '화학포비아(화학제품 공포증)의 근원지가 식약처'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치약 내 유해성분 검출 관련 소비자들로부터 직무유기로 고발당한 손문기 식약처장.

시중에 유통 중인 치약 11종에서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대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27일 국정감사서 “국내에서 화학물질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정보 소통이 안 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CMIT/MIT는 사용자 집단 사망사고로 이어진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으로, 지난 2012년 9월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고시한 하기도 했던 물질이다. 그 유해성에 대해선 ‘해당 성분을 기준치 이상 흡입하거나 섭취할 경우 폐손상 위험이 크다’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 의견이다.

또한 치약의 경우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의약외품으로 분류 돼 있으며, 국내에서는 벤조산나트륨·파라옥시벤조산메틸·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 등 3종만을 의약외품 보존제로 허용하고 있다. 즉 CMIT/MIT를 치약의 보존제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식약처는 현재 해당 성분이 들어간 치약에 대한 회수명령을 내렸으며, 제조사 측에서도 제품 회수 및 교환·환불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식약처가 이정미 의원이 해당 사실을 제조사에 물어보고 제조사 측이 이를 확인해 준 뒤에야 해당 성분 함유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

더욱이 식약처는 “EU에서는 치약에 CMIT, MIT 함량을 최대 15ppm까지 허용한다”며 “해당 제품에 독성 물질의 함량이 적고 양치 후 입 안을 물로 씻어내는 치약 제품의 특성상 인체에 유해성은 없다”며 늑장 대응에 따른 사회적 비난을 치약의 무해성을 주장하며 회피하려고도 했다.

식약처장 고발 당해

이정미 의원은 27일 가진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식약처가 (CMIT/MIT가 들어간 치약을) 전혀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문제 치약의 무해성 주장에 대해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으며 상당히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흡입 뿐 아니라 입 안으로 들어가 직접 삼킬 수도 있는 치약의 성분으로 사용됐다고 했을 때 그것에 대한 우려보다는 유럽연합 기준을 들이대는 식약처 대응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여론 역시 식약처의 대응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 성분의 유통 관리를 소홀히 했고, 그 유해성에 대해서도 대중의 인식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는 시민들까지 등장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황모씨 등 소비자 14명은 이날 오후 2시 손문기 식약처장과 담당 공무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및 심상배 사장, 홍창식 미원상사 사장 등에 대한 형사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고소인들은 피고인들이 약사법 위반과 형법상 직무유기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황씨 등은 "식약처가 CMIT/MIT 사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이 보도되려고 하자 부랴부랴 해당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듯 보도자료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식약처가 제품 유해성을 거론하지 않는 등 문제 축소에 급급하고 정작 조사는 해당 업체에 떠넘기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성토했다.

‘화학포비아’ 식약처가 자초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세간에는 CMIT/MIT에 대한 우려는 물론 화학성분 사용 자체에 대한 경각심이 불필요하게 크게 증가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와 관련 업계 내에선 CMIT/MIT 사용에 대해서도 "지난친 경각심은 문제"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기체화된 상태서 이를 흡입할 경우 심각한 신체훼손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이 일치하지만, 여타 사용법의 경우 아직 검증절차가 더 필요한데 무조건적인 기피현상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현대인의 생활패턴 상 화학물질 접촉과 사용을 원천차단할 수 없기에, 이들 성분에 대해 일방적인 반감이 쌓이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MIT/MIT 포함 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우리사회 내 공포심 확산 원인에 대해선 ‘제조사들의 부도덕한 행태’가 첫손에 꼽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지적 받고 있는 것이 화학물질 사용에 있어 유해성을 검증하고 관리할 정부기관 즉 식약처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일처리 능력이다.

실제 식약처 담당자는 CMIT/MIT 파문이 제기될 때마다 “CMIT·MIT 성분이 15ppm 기준치 이하로 함유되면 유해하지 않지만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예방적 차원에서 제한기준을 강화했다”는 두루뭉슬한 답변만 해오고 있다.

유해성이 우려되는 화학성분에 대해 과학적인 검증을 우선시하는 게 아니라 여론의 동향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아울러 식약처는 이번 치약 파동처럼 유해물질 논란이 불거지기 전, 이를 사전에 확인하고 대처에 나서기보다는 늦장-뒷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행태로 인해 현재 식약처는 '화학포비아' 확산에 있어 제조사보다 더 큰 책임론에 휩싸였으며, 기관을 향한 세간의 비난과 불신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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