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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경북 경주에서 관측이래 최대 규모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그에 따른 후폭풍이 전국을 뒤덮었다. 여진이 계속되며 경주와 인근 지역 주민들의 지진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른 지역 주민들 역시 진앙지 주변 원전의 안전관리 문제와 관련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진 위협이 현실화됐으나 우리 정부는 답답한 대처능력만 보여줘 빈축을 샀다. 지진 피해 예방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내진(耐震)설계 도입율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주변국 일본에 비해 상당히 모자란 게 현실이다.

지난 9월 12일 오후 7시 44분과 8시 32분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에서는 두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첫 번째 지진은 규모 5.1 두 번째 지진은 5.8로 본진인 두 번째 지진의 경우 기상청 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지진이었다.

경주지진은 진동 지속시간이 10초 이내로 그리 길지 않았으나,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나가사키와 후쿠시마, 중국 상하이에서도 그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진앙지인 경주에서는 가옥 벽에 금이 가거나 오래된 저택의 천장이 내려앉은 피해가 발생했으며, 울산과 부산에선 고층 건물이 흔들리며 주민 수백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경주지진은 최초 지진 발생 후 10여일이 지난 21일까지 여진만 410여차례 이어졌다. 19일 오후 8시 33분 규모 4.5의 여진이 경주시 일대를 강타 했고, 21일 오전 11시 53분 같은 지역에 3.5의 여진이 찾아오기도 했다.

무능력 드러낸 정부

현재 과학기술로는 지진 발생을 단기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진 예방과 관련해서는 초동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학계 일반적인 의견이다.

지진 초동대처에 있어 주목해 볼만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세계적인 지진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10초 이내 긴급지진속보를 포함한 조기 경보 시스템이 작동된다. 이 같은 시스템은 일본이 세계 최초로 도입했으며, 현재는 지진 활동이 잦은 대만과 이탈리아, 미국 서부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해당 시스템에 따라 일본에서는 지진 발생 후 5초 이내 각 휴대전화를 통해 경보 사이렌이 울리며, 진앙지와 지진 규모 및 쓰나미 여부 등 관련 소식을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지자체들 역시 평소 지진 대비 위기관리 시스템을 충실히 운영하고 있다. 일본 도쿄도에서는 ‘도쿄방재’라는 책자를 만들어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배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위기상황에서 사용할 비상배낭 구비 방법이나 구조 요청 방법 등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의 경우 경주지진 당시 지진 대처능력에 있어 대단히 무능력하다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확인시켜줬다.

2020년까지 지진 발생 후 10초 이내에 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만 세워 놓은 상태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는 본진 때는 발생 후 8분 뒤 여진 때는 15분 뒤에나 도착했고 마저 받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기상청 역시 지진 대처에 있어 큰 아쉬움을 남겼다. 국내 유일 ‘지진 정보 알리미’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으나, 정작 경주지진 때는 제 역할을 전혀 못했다. 지진 당시 해당 앱에는 지진 발생 정보가 인터넷 기사보다 늦게 올라왔고, 상당수 앱 이용자들이 일본 측에서 제공하는 앱을 통해 지진정보를 입수했었다.

사진=JTBC영상 캡쳐

내진설계 적용에서 큰 차이보여

지진 피해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 할수 있는 내진설계와 방진시스템 구비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그 취약함이 이번 경주지진을 통해 재차 확인됐다.

내진은 건축물이 지진을 견디는 특성을 의미하며, 내진설계란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거나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설계 공법이다. 현대들어서는 어느 나라건 신축 건축물을 만들 때 내진설계를 적용하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 큰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내진설계 기준이 최종 수정된 것이 지난 1981년이다. 지진이 워낙 자주 일어나고 그에 따른 피해가 막심하다 보니 기준을 상당히 높게 책정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규모 5 정도 강도의 중규모 지진에서는 경미한 손상만을, 규모 6~7 정도의 대규모지진에서도 붕괴되지 않을 정도를 갖을 것’이라게 현재 일본 건축기준법상 명시된 내진설계 기준이다.

일본의 내진설계 기준의 유효성과 세계적인 내진설계 기술력은 1995년 발생한 한신대지진(규모 7.3)과 2011년 도호쿠 대지진(규모 9.0) 등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한신대지진 이후 고베시가 실시한 지진 피해조사 당시 1981년 이후 지어진 건물의 80%가 경미한 피해 내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것. 대파 내지 붕괴된 건축물 역시 1%에 그쳤다. 또 사상 유례 없는 큰 지진이었던 도호쿠 대지진 때도 1981년 이후 지어진 일본 건축물은 그 충격을 어느 정도 버텨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내진설계 의무도입 자체가 일본에 비해 상당히 늦었고, 그 기준 역시 상당적으로 낮은 편이다. 무엇보다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 큰 건물을 제외하면 내진설계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우리나라 지진 화산 재해대책법에 보면, 건축물이라든가 공항 시설, 다목적 댐 건축 등에 내진설계 기준이 있다. 일반 국민들이 거주하는 건축물에도 내진설계 의무 조항이 있다”고 밝히며 “하지만 문제는 이 규정이 1988년에야 도입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제일 심각한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항상 이용하는 학교나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인데 학교 같은 경우 전체 건축물의 15.8%, 공공건물 시설은 전체 건축물 기준으로 6.3%만이 내진설계가 됐다”며 “누가 보더라도 이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일본과 달리 내진설계 의무도입이 법으로 정해진 1988년 이후 세워진 건축물이라 해도 지진에 안전한 것은 아니다. 당초 우리 법에서는 6층 이상, 10만㎡ 이상 건물에 한해 규모 5.5~6.5 지진에 견딜 수 있게 내진설계를 의무화했고, 2015년 들어서야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 건축물에 대해서 이를 확대 적용키로 했다.

이에 1988년 이후 지어진 건축물이라 해도 실제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33%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더욱이 상당수 건축현장에서는 내진설계 및 방진소재 적용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이 같은 규정을 잘 지키지도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물 신축이나 리모델링 공사에 있어 내진설계 내지 방진소재 등을 도입해야 하지만 애로사항이 많아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방진 소재 조달이 쉽지 않은데, 자재 공급에만 공기의 절반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내진설계 파이프 등 방진 자재 대부분이 일본 등 해외에서 배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으로, 방진 자재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은 감리쪽에서도 잘 알고 있어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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