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업‧직장에 혼자서는 젊은여성, 월세 부담 커
- 40~50대 중장년층 여성, 노후 준비 취약

서울에 거주하는 싱글녀들의 생활실태 조사결과가 공개됐다. 그 결과 이들 여성들이 혼자사는 이유는 세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젊은 층의 경우 직업과 취업 때문에 혼자사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장년층 여성들은 배우자의 유무 여부가 혼자 살게된 주요 배경으로 확인됐다. 싱글녀들이 혼자 지내며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에 있어서도 세대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전 연령층에서 경제적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된 것. 다만, 중장년층 여성들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두려움이 적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취업-직장 때문에 혼자 사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제공=뉴시스>

# 최근 노무사 시험에 합격한 정모(29‧여)씨는 현재 살고 있는 신림동 고시촌 원룸에서 조만간 이사를 갈 계획이다. 정씨가 현재 살고 있는 원룸은 셋평 남짓한 작은 방으로 화장실이 방에 있다는 점만 빼면 일반 고시촌만도 못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가전제품은커녕 옷가지와 책들을 놓기에도 비좁은 방으로, 너무 좁다보니 화장대 위에도 짐들로 가득찬 상황이다. 그래도 정씨는 시험에 합격해 직장도 구하고 이사도 갈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정씨는 “만일 시험 성적이 좋지 못했다면 이 좁은 원룸에서 1년을 더 지내야 했고, 고시생에게 절대 작지 않은 월세 부담에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게 또다시 손을 벌려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남구 압구정동 악세사리 가게에서 근무하는 최모(26‧여)씨는 얼마전 가게 근처 여성전용 고시원으로 이사를 왔다. 강원도가 고향인 최씨는 얼마전까지 친구와 함께 동대문구에서 살았으나, 성격차 때문에 자주 부딪쳤고 결국 독립해 살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홀로 살기 시작한 최씨는 월 50만원에 육박하는 월세 부담에 제대로 된 방을 찾을 수 없었고, 그렇게 고시원에 들어오게 됐다. 현재 최씨는 짐을 다 풀어놓을 수도 없는 좁은 방과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주거 시설 이용에 큰 불편을 느끼고 있다. 다만 최씨의 고시원 생활은 그리 길지 않을 전망이다. 최씨는 “조만간 결혼을 할 예정이라 앞으로 몇 달만 더 여기서 지내면 된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 동작구 신대방동에 살고 있는 직장인 이모(33‧여)씨는 올해 안에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갈 예정이다. 주변에선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으면서 왜 제발로 그만두려고 하냐’고 의아해하며 김씨의 선택을 만류하고 있지만, 이씨는 낙향 결정을 되돌릴 생각이 현재로선 전혀 없다. 학교와 직장 때문에 고향을 떠나 홀로 서울에 산지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직장도 결혼도 아니다.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 내려가 휴식도 취하고 건강도 되찾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 영등포구 문래동에 거주하는 강모(60‧여)씨는 1년 전까진 아들 내외와 함께 살았다. 남편과 사별하고 10여년 동안 홀로 지내오다가 아들 내외의 권유로 함께 살게 됐는데, 혼자 사는데 익숙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 지내는게 되려 더 불편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아들과 함께 살던 때보다 집도 작아지고 경제적 부담도 늘었지만 후회는 없고 지금이 마음적으로는 더 편하다. 그래도 내 건강이 예전같지 않아 자식들 집 근처에 방을 구했다”고 밝혔다.

서울 싱글여성 세태 보고서 발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서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서울 거주 20~80대 1인 가구 여성 1800명을 대상으로 생활실태 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9월 6일 발표했다.

강경희 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이번 조사 취지에 대해 “가구 유형 중 1인가구가 제일 많을 정도로 늘고 있어 세대별 여성 1인 가구의 생활실태와 맞춤형 정책 수요를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혼자 살게 된 이유 및 혼자 살면서 느끼는 어려움 등에 대한 공통질문과 세대별 맞춤형 질문 등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20~30대 여성 10명 중 6명은 ‘직장 또는 학교와의 거리’(61.5%) 때문에 혼자 살고 있다고 답했다. ‘개인적 편의와 자유’라는 답은 26.3％를 차지했다.

부모와 만나는 횟수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44.3％가 월 1회 이하라고 답했다. 간헐적이거나 명절 등에만 부모를 직접 만났다는 답변이 적지 않았고, 소통이 아예 없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3.7％나 됐다.

40대 이상 중장연층 싱글녀들의 경우 ‘배우자와의 이혼·별거·사별’이 혼자 살게 된 주요 이유로 확인됐다. 다만 이 역시 나이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는데 40~50대 여성 중에선 42.5％, 60~80대 여성은 75.3％가 배우자를 이유로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적 편의와 자유’ 때문이라는 응답 또한 40~50대에선 26.8％로 높게 나타났으나, 60~80대에선 6.0％에 그쳤다.

혼자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 역시 세대별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우선 20~30대 여성들의 경우 ‘경제적 불안감(26.6％)’,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의 어려움(26.3％)’, ‘성폭력 범죄 등 안전에 대한 불안감(19.5％)’ 등을 혼자사는 어려움으로 거론했다.

이와 달리 40~50대는 아플 때 대처가 어렵다는 답변이 27.4％로 경제적 불안감(23.8％)을 앞질렀으며, 60~80대에서는 10명 중 4명(39.3％)이 아플 때 대처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꼽았다.

싱글 여성들의 주 고민 상담자 역시 세대별로 차이가 나타났다. 전 연령대에서 ‘친구나 이웃’을 고민 상담자로 선택한 경우가 가장 많았으나, 그 답변율이 20~30대 여성에서는 63.5％, 40~50대 여성 55.0％, 60~80대 여성 42.0％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이한 점은 다른 세대와 달리 60대 이상 여성들의 경우 10명 중 3명(28.2％)이 자녀에게 주로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답했다.

지난해 1인가구 수가 국내 가구원수 조사에서 사상 처음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젊은 싱글녀, 주거마련에 어려움 토로

앞서 소개한 정모씨, 최모씨 사례처럼 서울에 거주하는 20~30대 여성 상당수는 학업과 직장을 이유로 서울에서 홀로 거주하게 됐으며, 그 과정에서 느끼는 경제적 부담(주거마련의 어려움)이 큰 것으로 이번 조사결과 재확인됐다.

20~30대 여성 44.4％가 보증금·월세, 34.6％는 전세로 각각 집을 점유하고 있으며, 자가 소유자는 6.2％에 불과했던 것.

이들의 연평균 주거비 역시 만만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월세(보증금 포함)의 경우 평균 2668만원, 전세는 9476만원으로 조사됐다.

젊은 싱글녀들의 주거형태로는 연립·다세대가 31.9％로 가장 많았으며 오피스텔(29.0％), 고시원·원룸(21.5％), 아파트(13.0％), 단독주택(4.5％) 순이었다.

아파트 등에 비해 보안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연립‧다세대 거주자가 많다보니 젊은 싱글녀 중 36.3%는 주거지에서 불안을 느낀다고도 답했다.

불안을 느끼는 주된 이유는 CC(폐쇄회로)TV나 출입구 보안시설, 방범창 등 안전시설의 부재(45.3％)였다. 주거지 내부 계단이나 복도 등 은닉장소(11.3％)나 외부침입(9.4％), 골목길 등 주거지 위치(9.0％)도 청년여성들의 주거불안 원인으로 꼽혔다.

또한 주거마련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43.5％가 ‘보증금·월세비용 부담’을 꼽았다. 좋은 집을 고를 정보가 부족하다(22.4％)거나 원하는 위치에 주택매물이 부족(21.7％)하다는 답변 또한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경희 대표는 “싱글녀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맞춤형 주택 보급과 정보 공유 등이 좀 더 이뤄져야 할 것”이라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이상 싱글녀 중 상당수가 노후준비에 있어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제공=뉴시스>

중장년층 싱글녀, 노후 준비 취약

배우자 부재 등을 이유로 혼자 살고 있는 경우가 많은 40~50대 중장년층 여성들의 경우 주거 문제 등에 있어선 젊은세대 여성들에 비해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으나, 노후 준비 등 또 다른 경제적 부담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대상 중년여성 가운데 40% 정도만이 노후준비를 하고 있었고, 응답자 중 상당수가 나이가 들어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큰 불안을 보인 것.

좀더 살펴보면 40~50대 싱글녀 중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답변은 36.9％에 불과했으며, 노후준비를 못하는 이유로는 10명 중 8명이 ‘여유가 없어서(81.2％)’라고 답했다.

노후준비 방법으로는 10명 중 7명이 보험이나 저축 등 경제적인 수단(70.5％)을 선택했는데, 세부적으로는 국민연금(33.5％), 개인연금·보험(22.6％), 예·적금(22.2％) 순이었다.

여가생활(12.8％)이나 직업 전문성(8.0％), 인간관계유지(4.5％), 체력관리(4.3％) 등 경제외적인 분야에서 노후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노후에 대한 불안감 정도를 물은 질문에는 비혼(혼인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 배우자와 이혼·사별한 경우 불안감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5점 만점 조사에서 이혼·사별한 중년여성들이 ‘경제적 노후대비 부족(3.63)’ ‘노후에 돌봐줄 사람이 없음(3.56)’, ‘질환으로 인한 가족부담(3.56)’,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3.49)’ 등 전 분야에서 비혼여성들보다 불안감이 크게 나타났다. 비혼여성들의 경우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항목(3.56)을 제외하면 이혼·사별한 여성들에 비해 불안감 척도가 낮게 조사됐다.

그런가하면 40~50대 싱글녀 가운데 19.8％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12.4％는 현재 키우지 않지만 함께 살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이유로는 외로움(30.7％)이나 반려동물이 주는 한결같은 애정(30.0％)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으며, 우울증 등 치료목적을 위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응답자도 6.7％로 조사됐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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