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헬스&뷰티(H&B) 전용매장인 드러그스토어(Drug Store)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CJ계열의 올리브영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GS리테일의 왓슨스코리아와 롯데롭스가 가세하고, 최근 신세계그룹 이마트까지 드러그스토어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마트는 세계 1위 드러그스토어 기업인 부츠(Boots)를 앞세워 국내 시장 진출을 선포하며 향후 유통공룡들 간 경쟁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헬스&뷰티 스토어, 일명 드러그스토어는 화장품과 건강식품, 생필품, 식음료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며 유통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 했다.

드러그스토어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여러 매장을 돌아다녀야 하는 수고가 줄고, 고가보다는 질 좋은 중저가 제품이 많아 소비층이 다양한 강점이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을 접근성 뛰어난 곳에서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헬스&뷰티 스토어의 전략은 최근 경기불황 속 알뜰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호황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편한 쇼핑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힘입어 한국 헬스&뷰티 스토어 시장은 2011년 이후 연평균 20~50%로 고속 성장 중이다. 2011년 30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9000억원, 올해는 약 1조2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헬스&뷰티 스토어 성장세는 이제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며 “헬스&뷰티 스토어 시장의 ‘무한’한 성장가능성 때문에 유통업계가 앞 다투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헬스&뷰티 스토어 시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을 필두로 GS리테일의 ‘왓슨스코리아’, 롯데쇼핑의 ‘롭스’가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신세계가 부츠와 손잡고 시장 진출을 선포하며 향후 국내 헬스&뷰티 스토어 시장의 판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 올리브영 제공

드러그스토어의 절대강자 ‘올리브영’

국내 헬스&뷰티(H&B)스토어의 시초는 점포수와 매출규모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올리브영’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형 드러그스토어인 ‘헬스&뷰티 스토어’의 발전 가능성을 주목했다. 그는 “한국의 생활수준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들어섰지만,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유통망이 없다”고 지적하며 드러그스토어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1999년 헬스&뷰티 스토어라는 신개념 매장으로 올리브영이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당시 국내에서는 드러그스토어라는 개념초자 생소했기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도전은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17년이 지난 지금 이 회장의 예상은 세간의 예측을 비웃듯 완벽하게 적중했다.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롯데·신세계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유통공룡들이 뒤늦게 각축을 벌이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후발 주자들의 맹렬한 추격에도 불구, 올리브영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올리브영은 매출규모와 매장수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7603억원을 기록, 업계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가맹사업을 본격 시작한 2011년 2119억원보다 5485억원이나 증가한 것. 업계 2위인 왓슨스의 매출 1274억원에 불과하며,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3위 롭스는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올해 올리브영이 헬스&뷰티 스토어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매장 수에서도 올리브영은 타 업체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11년 152개에서 지난해 552개로 증가한 것. 지난해 기준 왓슨스는 113곳, 롭스는 53곳의 전국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리브영은 브랜드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차별화된 상품 발굴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1년 색조화장품 브랜드 '엘르걸' 론칭을 시작으로 '식물나라' 'XTM스타일옴므' '웨이크메이크' '라운드어라운드' 등 8개 자체 브랜드(PB)를 개발했고, '이브로쉐' '불독' 등 해외 유명 제품을 독자적으로 소싱해 타 업체와 차별성을 꾀했다.

올리브영의 대표적인 단독 브랜드인 스킨케어의 ‘닥터자르트’, ‘차앤박’, ‘아이소이’, 메이크업의 ‘레브론’, 바디케어의 ‘바디판타지’ 등 또한 큰 인기몰이 중이다.

‘왓슨스’ 세계에서 먼저 인정받은 제품 판매 주력

왓슨스는 지난 2004년말 ‘GS리테일’이 세계적인 드러그스토어(Drugstore) 업체인 ‘A.S.왓슨그룹’과 제휴를 맺고 설립한 회사다.

왓슨스는 2005년 출범 당시 ‘A.S.왓슨그룹’과 ‘GS리테일’이 50대 50의 지분비율로 합작해 설립됐으며 2014년 글로벌 브랜드를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상호를 ‘GS왓슨스’에서 ‘왓슨스코리아’로 변경했다.

왓슨스코리아는 2005년 3월 홍대1호점을 시작으로, 2015년말 기준 11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매출 753억원(점포수 54개)에서 지난해 1274억원으로 늘었지만, 2012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왓슨스코리아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공격적인 출점보다는 내실다지기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왓슨스코리아는 차별화된 해외상품 소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아시아지역 왓슨스에서 판매되는 상품 중 고객 반응이 좋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선별해 국내에서 판매해 왔다.헤어나 바디케어 등 미용제품은 홍콩에서, 스타킹, 미용기구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은 일본에서 주로 들여오고 있다.

왓슨스만의 단독 입점 브랜드는 50여로 이는 관련업계 최다 기록이다. 주요제품으로는 구달 수분장벽크림과 아토팜 리얼베리어 익스트림크림 등이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이 공동으로 소유한 왓슨스코리아의 지분구조상 빠른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그동안 GS리테일이 편의점 사업에 치중한 탓에 창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만년 2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과 모바일사업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결여된 대표적인 사례다. 왓슨스코리아는 한국에 진출한지 11년이 지난 올해 4월에야 공식 온라인몰과 모바일 앱을 오픈 한 것.

사진= 롭스 제공

‘롭스’ 올해 100호점 돌파 목표

유통업계 1인자인 롯데도 2013년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으로 손꼽히는 홍익대학교 상권에 ‘롭스’를 열면서 헬스&뷰티 스토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롭스는 현재 전국에 74개 점포가 있으며, 올해 100호점까지 늘리며 그룹 내 주력 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롭스는 타 업체 대비 빠른 속도로 점포수를 늘리고 있다. 1호점 출점 이후 3년만에 전국에 67개 매장의 문을 연 것.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60호점을 달성하는데 9년 가량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3배 이상 빠른 속도다”며 “경쟁 업체와 비교해 시장 진출이 늦은 만큼 매장 수를 단기간 내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롭스는 ‘고급화’를 전략으로 내세우며 백화점에서만 판매되는 브랜드를 유치, 경쟁사와 차별점을 뒀다. 스틸라와 브루주아 등 대표적인 백화점 화장품 브랜드가 롭스 출점 당시부터 독점 계약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 지난해 11월 백화점 브랜드 크리니크가 입점한 것.

그동안 백화점 브랜드들은 브랜드의 신뢰도 하락과 이미지 실추가 우려해, 헬스&뷰티 스토어 입점을 꺼려왔다.

이런 가운데 롭스는 브랜드 고급화에 주력, 초기 백화점 브랜드 유치에 성공하면서 고급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제공

신세계, '부츠'로 드럭스토어 재도전

신세계 이마트도 세계 최대 드러그스토어인 영국 ‘부츠(Boots·로고)’ 브랜드를 들여와 국내 드럭스토어 사업을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18일 신세계 이마트는 드러그스토어 체인 기업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WBAW·walgreens Boots Alliance) 대표 브랜드 '부츠'(Boots) 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한국 독점 운영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부츠는 전 세계 11개국에 1만3100여개 매장을 갖고 있는 세계 1위 규모 드러그스토어 체인업체로 1852년 영국 노팅햄에서 존 부츠가 설립한 약국이 모태이다.

2012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자체 브랜드 ‘분스(BOONS)’를 론칭하며, 야심차게 헬스&뷰티 스토어 시장에 진출했지만, 매장이 5개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과 이재현 CJ 회장이 모두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손자라는 점에서, 사촌지간 경쟁에서 정 부회장이 완패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차례 실패를 겪은 후 신세계 이마트는 시장에서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절치부심한 끝에 '부츠'(Boots) 유치에 성공했다. 신세계표 부츠 1호점은 내년 상반기 중 오픈 할 예정이며, 이마트가 기존에 운영하던 분스 매장은 순차적으로 폐점하거나 부츠로 전환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정준호 신세계 부츠 사업담당 부사장은 "국내의 경우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채널에 비해 뷰티, 헬스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채널이 아직 크지 않은 편"이라며 "고성장하는 편의점과 같이 헬스&뷰티 스토어도 방문 편의성 등을 경쟁력으로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 부츠 개점에 앞서, 국내 유통업계와 의료계는 약국 체인인 부츠가 한국에서 약국 형태의 드러그스토어를 운영할지, 아니면 약국을 배제한 기존의 헬스&뷰티 스토어로 자리매김할지 주목하고 있다. 원래 드러그스토어는 약국과 잡화점을 합친 가게를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드러그스토어가 약국을 운영하면서 화장품·식료품을 추가로 판매하는 형태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현행법 상 약국이 아닌 곳에서 약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70% 이상을 화장품과 생활용품으로 채우고 건강식품을 곁들인 헬스&뷰티숍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약국이 모태인 부츠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신세계가 국내 약사법에 맞춰 약국을 포함한 드러그스토어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약국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돼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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