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

9월 28일 이후 김영란법이 적용되면서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부패가 없어질 것이라 얘기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피해가 훨씬 크고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 필자는 누누이 언급해 왔다.

얼마전 한 전문한식당이 문을 닫으며 종업원이 일을 그만두는 사례도 이미 발생했고, 최근에는 기업 사외보 업체가 폐간되는 일도 있었다. 언론인인 사보 발행인이 김영란법 대상자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필자도 당장 월 몇 편을 기고하던 일이 이번 달로 마무리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외보는 자사의 특징과 의미를 외부에 알리는 전문지 역할을 해왔다. 무엇보다 사외보는 외부 중소업체서 주로 담당해 왔기에 폐간에 따른 종업원 해고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국회서 김영란법 한계비용을 3:5:10에서 5:10:10 등으로 올린다는 얘기도 있으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겪이다.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주로 활동하고 있는 자동차 관련 부분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자동차 행사 중 하나인 시승회 행사가 법 적용 이후 어떻게 변할지 예측해 봤다.

자동차 시승회는 신차 개발 후 가장 먼저 소비자를 만나는 자리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행사기도 하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뿐만 아니라 해외 유력 메이커도 이 행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시승회에는 100명 내외의 기자가 초청돼 당일이나 1박 2일로 행사를 치룬다.

일간지와 주간지, 월간지 등 다양한 분야 기자들이 참석하며, 방송국과 인터넷 전문지 기자도 초청을 받고 온다.

행사에선 신차에 대한 발표와 간담회를 시작으로 이후 수 시간 동안 시승회가 이루어지고 저녁에는 만찬을 통한 교류의 장이 이뤄진다. 이 때 각 기자들과 제조사 담당자 간에 교류 및 의견 교환 등이 이뤄진다. 또 간단한 기념품 정도도 증정, 다음을 기약하고 자리가 끝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 행사는 어떻게 될까?

우선 신차 시승회라는 행사 자체를 개최하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3만원까지의 식사와 5만원의 선물까지 가능한 만큼 1박 2일 행사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당일 행사는 가능할까? 식사와 선물을 비용에 맞춘다고 해도 시승은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선물, 차량 대여비와 유류비를 따져서 5만원에 묶어야 하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700원으로 보고 약 10Km를 주행한다고 하면, 렌트비를 빼도 긴 시승은 불가능하다. 제주도 시승회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만큼 앞으로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승차를 여러 날 받아서 시승기를 쓰는 일도 불법이 될 것이다. 필자도 간혹 시승회 초청을 받는데 아예 엄두도 못 낼 것이다. 해외 시승회 참석도 어려울 것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모든게 다 뇌물이고 불법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좀더 과하게 생각하면 신문 방송 매체에 나오는 광고비도 뇌물성이 의심 받을 수 있다.

규제에 해당되는 영역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합법과 불법을 나누기 어려운 상황을 정치권이 자초했다.

당장 올 11월 정도 예상되는 현대차의 그랜저 신차 행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부분이다. 현대차는 올해 중후반부터 신차가 없어서 다른 경쟁 메이커에 비하여 고민이 많았다. 판매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동력원이 부족했다. 그나마 올해 가장 힘을 낼만한 베스트셀러 차종이 그랜저인데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시승회 조차 제대로 열릴지 의문인 상황이다.

요사이 김영란법 대처를 묻는 기업 요청으로 로펌들이 정신이 없다고 한다. 악법으로 로펌만 돈을 버는 모습이다.

부정부패는 다른이가 저지르고 애꿎은 교원과 언론인만 피해를 보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그렇게 해서라도 하면 부패가 적어질 것이라 말하는데 과연 그럴까? 만들어놓고 아니면 마는 식으로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법이 생긴다고 하니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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