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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대신 들어주면 아이의 인생이 무거워진다
김진미 빅픽처가족연구소 소장 | 승인 2016.09.01 18:05

[여성소비자신문]미국에서 공부할 때 초등학교 앞에 살았었다. 아침마다 학생들의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와는 많이 다른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혼자서도 학교에 갈 수 있는 고학년 아이들까지 그곳에서는 부모들이 학교까지 동행을 한다. 물론 그것은 안전과 관련이 있다. 미국은 안전을 첫째로 생각하니까.

그런데 등교 모습 속에서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그것은 부모가 아이와 학교까지 같이 걸어가는데 가방을 대신 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은 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가고, 고학년쯤 되면 가방을 어깨에 메고 간다. 부모들은 대부분 빈손 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지 않는다.

그 대신 곁에서 아이와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급하게 서두르는 모습보다는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모습은 나에게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모습과 완벽하게 반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유 없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학교에 간다면 주로 가방을 들어주거나 무거운 것을 대신 가져다주기 위한 목적이다.

목적도 없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녀와 등교하는 부모의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 같아서 나에게는 미국 초등학교 앞 등교 풍경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내가 받은 충격은 단순한 등교 길 풍경 그 자체가 아니다. 그 모습 속에서 나는 자녀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등교길 모습을 통해서 바라본 부모의 태도 그것은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첫째, 부모는 아이 곁에서 걸어주는 존재여야 한다. 지지자로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존재인 것이다.

둘째, 부모는 아이의 속도에 맞춰 걸어야 한다. 앞서서 끌어당기지도, 뒤에서 재촉하지도 않으며 아이의 속도에 맞춰 걸어줘야 하는 것이다.

셋째, 부모는 아이와 감성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가방을 들어주거나 심부름을 대신 해주는 등의 목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정을 나누며 이야기하는 것이다. 걸으면서 만나는 풀과 꽃, 바람과 돌을 보며 아이와 감정을 나누는 관계여야 하는 것이다.
 

김진미 빅픽처가족연구소 소장  bphigh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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