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나투어 홈페이지 캡처

[여성소비자신문 서유리 기자] 지난 1월 소비자 A씨의 가족은 자녀의 고등학교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하나투어 패키지 상품으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로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인도네시아 빈탄에서 자유일정으로 바나나보트를 탔던 A씨의 아들과 딸이 변을 당한 것.

급가속을 하던 바나나보트가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방향을 잃고 그대로 두 자녀에게 돌진했다. 보트를 운전했던 운전자는 면허도 없는 인도네시아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로 A씨의 아들은 현지에서 사망했고, 딸은 간과 척추를 크게 다쳐 현재까지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들을 잃고 딸이 중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지만 A씨는 반년이 지나도록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의 책임 문제를 놓고 하나투어가 리조트 측에 책임을 회피하며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싱가포르병원 입원을 위해 예치금으로 한화 약 2800만원이 필요했으나 하나투어에서 현지 리조트 책임이니 그쪽에서 받으라고 보상을 미뤄 입원이 늦어졌다. 결국 리조트 측의 대납으로 딸이 입원할 수 있었지만 그 사이 치료가 지연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투어 측은 사고에 대해 현지 리조트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완전 자유일정 중 고객이 임의로 현지 리조트를 통해 바나나보트를 이용했고, 이는 피해자 측이 선택한 것”이라며 “현지 업체의 실수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상해줄 사안이 아니다. 현지 업체 측에서도 사고 당시 본인들의 과실이라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투어 측은 보상을 미뤄 예치금 납부를 하지 않아 치료가 늦어졌다는 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미 현지 업체 측에서 본인들의 과실을 100% 인정해 책임과 보상을 약속했고, 예치금을 바로 납부해 치료는 즉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사고가 일어난 순간부터 고객 케어를 해주고 장례비를 지원하는 등 도의적 책임을 다했다”며 “현재 하나투어는 중계자의 입장에서 보상 문제가 빠르게 처리될 수 있도록 리조트 측에 압박을 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객님 여행은 즐거우셨나요?”

하나투어는 현지에서 아들의 화장을 한 날 A씨에게 ‘고객님 여행은 즐거우셨나요?’라는 문자를 보내 더 큰 비난을 받았다.

하나투어 측은 ‘고객님 여행은 즐거우셨나요? 하나투어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이국적인 생동감이 그리워질 때, 하나투어를 잊지 말고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를 받은 A씨와 A씨의 아내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에 각종 SNS 등에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하나투어를 향한 비난이 쇄도했다.

한 누리꾼은 “사람이 죽었는데 즐거운 여행이 되었냐는 문자가 웬 말이냐”며 “1등 여행사라더니 개념 없는 것까지 1등”이라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즐거웠냐는 문자를 보낸 것은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없는 행위”라며 “하나투어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심지어 한 포털 사이트에는 하나투어에 대한 불매 서명을 해달라는 요청도 올라왔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해당 문자는 여행 종료 때 자동 발송되는 시스템을 미리 차단하지 못해 발송됐다”며 “이를 미리 간파했어야 했는데 유가족을 배려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사고에 대해 방관하는 태도를 보인 적은 없다”며 “빠른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보상 절차가 자꾸 미뤄져 우리도 답답한 입장이다”고 밝혔다.

여행약관에는 보상 명시 돼 있는데…

하나투어가 A씨에게 제공한 여행약관 8조에는 ‘현지 업체 또는 현지 업체가 고용한 직원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하나투어가 피해를 보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국외여행표준약관 15조에도 ‘여행종사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피해가 생길 경우 당사가 여행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하나투어 측이 이번 사고가 현지 업체의 책임이기 때문에 피해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과는 상반된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기존 판례들을 보면 여행일정 중간에 자유 일정이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이를 전체 여행 일정의 일부로 보고 있다”며 “본 사고의 경우에도 자유일정이기는 하지만 여행사가 제공한 리조트에서 여행사가 소개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여행사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11월 대법원은 남태평양 피지로 신혼여행을 떠난 고객이 탑승한 버스가 산 아래로 추락하며 숨진 사고에서 하나투어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사전에 협의를 거쳐 현지에서 선택 관광서비스를 제공해 온 현지 업체가 하나투어의 이행보조자”라며 “현지 업체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하나투어가 망인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측은 “일정표에 자유 일정 중 바나나 투어를 할 수 있다고 소개해두긴 했으나 상품 자체를 판매한 적은 없다”며 “책임에 대한 것은 법원이 판단해 주겠지만, 판결이 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나투어는 2009년 11월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 당시 고객이 총탄에 맞아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한 건에 대해서도 법정 다툼 끝에 패소한바 있다.

서유리 기자  yulee@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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