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꽃의 감옥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 승인 2016.08.23 13:58

                                              

                                                           꽃의 감옥

       
           구이람

철사 테이프로 칭칭 감긴 장미 몇 송이
밤늦게 돌아온 그가 식탁 위에
던져놓았나

장미보다 귀히 바라보라는 듯
파티에서 그의 가슴에 빛나던
꽃의 한 순간 피 흘림이

얼마나 아팠을까

꽁꽁 묶여 사색이 된 꽃송이들 가만가만 풀어본다
죄 없는 꽃의 생목을 조르며 이름 빛내보려던
한 줌 명예와 권력 그 거나한 술잔 앞에서
작은 꽃잎 하나 얼마나 떨고 있었을까

                                                            -시평-

꽃을 보면서 찡그리고 화내는 사람이 있을까? 꽃은 어디서나 모두 제 나름 아름다움만을 빚어내고 있는 듯하다. 사랑의 절정을 보여주는 결혼식장에서 꽃봉오리들은 눈부신 아름다움을 뽐내기보다 그날의 신부를 가장 찬란한 꽃,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게 꾸며준다.

어느 축하의 자리에, 잊지 못할 기념일에, 평상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때도 꽃은 말없이 팔려간다. 심지어 장례식장에서도 이별의 어이없는 슬픔을 의연히 달래주며 꽃들은 누구보다도 슬픈 마음을 죽은 듯이 참아내며 환한 미소로 밤낮을 지켜준다.

사람들을 꾸며주기 위해 꽃들은 목이 잘리고 온몸이 철사 줄로 칭칭 묶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축하의 시간이 지나자마자 고마운 마음도 없이 가슴에 달았던 꽃을 던져버린다. 목이 타오르고 숨이 막히는 꽃에게 자유는커녕 물 한 모금 주는 이 없다.

그냥 그렇게 시들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나요? 꽃들에게 물어보았는지요? 얼마나 많은 날들의 고통을 참고 견디며 피워냈는지 무슨 슬픈 사연이 꽃잎에 담겨 있는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쯤으로 가벼이 보는 것이 아닌지요? 위의 시‘꽃의 감옥’은 나만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 나보다 약한 자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꽃들이 대신 들려주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오늘 여기 이렇게 존재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누구의 덕분인지 얼마나 많은 은혜 속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는지를 날마다 잊지 않아야겠다.
 
“죄 없는 꽃의 생목을 조르며 이름 빛내보려던/
한 줌 명예와 권력 그 거나한 술잔 앞에서/
작은 꽃잎 하나 얼마나 떨고 있었을까”

누구를 딛고 또는 누구를 희생시켜 나를 빛내보려는 가짜의 마음은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도 꽃들처럼 온몸을 다 내주며 남을 빛내주려는 마음 바탕이 사라지지 않고 때마다 초록초록 밝고 따듯하게 돋아 오르기를 바란다. 이 시를 읽으며 어느 시인처럼 ‘껍데기는 가라’고 나직이 외치고 싶어진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k93m@sm.ac.kr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