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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 “여성 인권보호 위한 ‘허브 기관’ 역할 감당하고파”과거에 비해 여성인권 인식 향상 됐으나 아직 갈 길 멀어...여성 대상 폭력 예방 체제 강화해야
김영 기자 | 승인 2016.08.19 16:54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올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주요 사건사고로는 ‘강남역 20대 여성 살해사건’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등 여성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의 인권이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여성혐오 현상 증가와 그에 따른 흉악범죄 발생을 우려하는 의견들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반면 여성 대상 폭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시각에 다소 변화의 조짐도 엿보인다.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강월구 원장도 그 선봉에 서서 여성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인물로 꼽힌다.

- 2014년 8월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인터뷰에서는 여성폭력과 가정폭력·성매매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진흥원의 활동 등에 대해 소개해 줬다. 기억나는 부분이 우리나라 여성과 아동의 인권보호 실태에 대해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한 부분인데, 그때와 비교해 현재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는가?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을 4대악으로 지정, 140개 국정과제에서 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을 주요과제로 다루고 있다. 우리 원에서도 그 동안 여성폭력피해 예방체계 강화, 폭력 피해자 보호·자립 지원, 아동·청소년 성보호, 여성폭력 사건 처리 전문성 확보 등 84개의 사업을 통해 4대악과 국정과제에 부응하고자 노력해 왔다.

지난 2년 동안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입안과 우리 원을 비롯한 사회 전 부문에서의 폭력 척결 노력이 계속돼 왔고, 덕분에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과 제도 등 관련 시스템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고,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은 더 강해졌다.

구체적인 변화라면 가정폭력 해결을 위해 경찰의 움직임이 좀더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워낙 큰 조직이다 보니 그 효과가 확확 나타난다. 경찰이 움직이면서 우리 역시 경찰과의 협업이 많이 늘었다. 다만 경찰과의 협업 과정에서 다소 혼선이 발생했으나, 해당 문제를 바라보는 경찰관들의 인식 변화 등은 분명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가정 내 폭력에 대해 집안일로만 치부하고 그걸 폭력이라고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경찰은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피해자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떠한 이유에서도 폭력은 정당화 될수 없다'는 생각들이 많이 확산됐다고 본다."

- 진흥원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여성긴급전화 ‘1366’에 걸려오는 신고 전화 역시 2년 전과 비교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 피해상담 신고 증가는 무엇 때문이라 보는가. 신고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실제 피해사례가 늘었다고 봐야 하나? 신고 접수 후 진흥원의 조치에 대해서도 알려달라.

"앞의 이유가 크다고 본다. 성폭력·가정폭력 사건들은 흔히 암수범죄(暗數犯罪)라고 해서 전체 발생 범죄의 숫자가 가려져 있다.

그렇게 된 주요 이유는 그동안 우리사회가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해 '당신은 폭력을 당했으니 보호받아야 한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고 변호하기 보다, ‘늦은 저녁 술을 먹었다’ 내지 ‘옷을 짧게 입고 돌아다녔다’며 여성을 원인제공자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상대방에게 동의을 얻지 않은 성접촉은 상황이 어찌되었든 모두 범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피해신고 전화가 증가했다고 본다.

조치와 관련해서 1366은 긴급전화다. 우리 원에서는 초기 상담이 주로 이뤄지며 이후 피해구제를 위한 연계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한번의 상담으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까운 상담소로 안내를 해준다거나, 피해자의 거처가 불안정한 경우 보호시설로 연계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의 연락도 많아 정신보건센터 등으로 연결을 해주고 있다."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 진흥원에서는 아동학대를 포함한 가정폭력이 여성폭력의 시발점이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들도 꾸준히 해왔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이 줄기차게 발생했고 그에 따른 불안도 커졌다. 이에 정부에서는 ‘부모교육’ 등을 통한 아동학대 근절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진흥원에서 적극 추진 중인 ‘보라데이’에 대해서도 소개를 부탁한다.

"부모교육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대안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본다. 요즘 부모들의 경우 아이를 키우기 위한 인성 교육을 잘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학업과 취업 그리고 직장생활에 치이다 보니, 과거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어른이 되는 교육’이나 ‘부모가 되는 방법’ 등을 익히지 못한 채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부모교육 대상자에는 예비부모들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아는데, 교육의 강제성 여부를 떠나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게 바로 주변의 관심인데, ‘보라데이’는 거기서 출발했다.

지난해 말 수퍼에 들어온 한 여자아이가 깡마른 몰골을 하고 먹을걸 허겁지겁 가져가려다 이를 수상히 여긴 가게 주인의 신고로 친부의 학대 사실이 세상에 공개된 적이 있었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관심이 아동학대를 발견하고 줄여나가는데 꼭 필요하다고 보고 그런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보라데이’다. ‘우리 주변을 보라’는 의미에서 만든 날로 매월 8일을 보라데이로 지정하고 현장 캠페인과 온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 중이다.

지난해에도 전국 각지에서 51회의 보라데이 캠페인 활동을 실시, 1만8000여명의 국민이 동참했다. 또 매월 8일마다 서울역 등 KTX 7개 역사 내 전광판을 통해 보라데이 홍보영상을 915회 송출, 연 84만여 명의 승객이 홍보영상을 본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노력이 가정폭력과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 진흥원에서는 그동안 성매매·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예방과 보호 활동 등 물리적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해 왔는데,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 활동도 중요하다고 본다. 양성평등 개념 확대를 위해 진흥원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작년을 기준으로 우리 원에서는 성매매·성폭력 등 여성폭력 추방주간 기간에 맞춰 여러 사업들을 추진해 왔으며 앞서 설명한 보라데이를 기점으로 여성폭력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성매매 추방주간을 맞아 ‘세상에는 거래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를 주제로 성매매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국민 참여 캠페인 및 문화행사를 진행했고, 전국 16개 시도 지역 캠페인에 193개 민관 기관 및 시민 2만여명이 참여했다.

11월에는 성폭력 추방주간을 맞아 ‘대학 내 성폭력 현황 및 피해자 지원체계’를 주제로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와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전년과 같이 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과 관련한 다양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개최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성인권 향상 홍보활동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도 알고 싶다.

"여성폭력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 개선을 위해선 이를 잘 알리는게 우선이다. 그러나 단순한 방식의 일회성 또는 이벤트성 홍보는 효과도 낮고 지속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 원은 ‘연중 참여형 캠페인’ 방식의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진행 중인 성매매 방지 홍보다.

4월 11일부터 5월 1일까지는 성매매방지 슬로건 공모 이벤트를 개최해 1300여 편의 슬로건을 접수받았다.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는 성매매방지 공모전을 개최해 카툰, 일러스트, 캘리그라피 등 850여 편의 작품을 공모 받았고 현재 우수작에 대한 네티즌 투표가 진행 중이다.

참가자 입장에선 공모전 작품 출품을 위해 여성인권에 대해 한 번 더 공부하게 되는 효과가 있고, 심사위원이 된 네티즌들 역시 자연스럽게 여성인권과 관련된 문제점 등을 살펴보고 되는 방식이다.

또한 수상작은 행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포스터나 리플릿 등 각종 인쇄물 제작 시에 이미지로도 사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 그 홍보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여성인권 현안 관련 올해 큰 이슈였던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이 사건 이후 여성혐오 현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크게 늘었다. 여성혐오가 당시 사건의 직접적 원인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여성혐오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현상이고 그로인한 문제들이 적지 않다는데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여성인권에 위협이 되는 여혐에 대해 그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근절키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젊은 남성들 위주로 여성혐오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 입장에서 볼 때 느끼는 기득권 상실과 상대적 박탈감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가 누리던 가부장적 권리를 본인들이 누릴 수 없게 되자 특정 성에 대한 혐오 증세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여혐으로 유명한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 모니터링 해본 적이 있는데, 여성폭력의 전위부대로 보이더라.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여성에 대한 혐오와 욕설 그리고 이들에 대한 분노표출로 가득했다. 합리적 이성이 마비된 듯한 느낌도 받았다.

이 같은 여혐해소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교육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유아기부터 양성평등과 인권을 주제로 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해야, 올바른 젠더 의식이 확립될 수 있다고 본다.

또 일반인들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여혐 근절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들 여론주도층이 나서서 양성평등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여혐 근절을 외친다면 그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이 여혐 근절을 외치기 보다 남성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더 반향이 클 것이라 보기에, 지도층에 있는 남성들이나 개념있는 연예인을 중심으로 '양성평등으로 가는 게 우리 사회 모두가 행복해 지는 방법이다'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다."

- 진흥원에서는 성매매 근절에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성매매특별법 위헌 청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유명무실한 법이자, 범죄자만 양산하는 잘못된 법’이란 의견들이 적지 않다 보니, 향후 또다시 해당 법에 대한 위헌 청구가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성매매합법화를 주장하는 해당 업종 종사자들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나?

"성매매특별법의 필요성을 묻는다면 당연히 필요하다. 그게 없어지면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무너져, 막판으로 가게 될 것이다. 실효성 여부를 떠나 법이라도 있어야 눈치라도 보면서 그런 잘못들을 고쳐 나갈 것이라 본다.

성매매 활성화를 간신히 막고 있는 뚝이 성매매특별법인데 그마저 없어지면, 우리사회는 완전 물바다가 되고 난리판이 되고 말 것이다.

일부 성매매 종사자 분들께서 지금 이 일이 아니면 생계가 힘들고 또는 다른 일을 할 정보도 능력도 없다는 이유 내지 이렇게도 살만하다는 이유로 합법화 등을 이야기하시는 것 같은데, 이 문제를 조금 더 깊이 보시진 않으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 그분들의 위치를 미로라고 할 때 안에선 볼 수 없지만 밖에서 보면 분명 나갈 길이 있다. 성매매를 여성인권에 대한 피해로 보려는 인식전환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를 전면에 내세워 합헌을 주장하는 이들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성산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업주와 알선업자들로 이들은 단속이 이뤄져도 과태료 몇 푼 내고 바지사장 내세워 또 장사하면 그만이다. 이들이 성매매 합법화를 위한 논리개발도 하고 위헌청구도 하고 로비도 하고 있다고 본다."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이다. 기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정당에서 꽤 오랫 동안 근무한 뒤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을 거쳐 진흥원 원장에 올랐다. 여성의 사회진출 자체에 제약이 많은 우리 사회 구조상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본인만의 방법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일단 기자생활은 아주 잠깐했다. 기본적으로 주말 부부를 굉장히 오래 했고 그러다 보니 양육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직장을 다녔다.

일가정 양립은 굉장히 어렵고, 여성에게 양육이나 가사부담이 많은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집에서 양성평등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가족들의 도움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딸이 둘인데, 직장일과 집안일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다는 건 쉽지 않다. 직장 생활에 좀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아이들의 이해와 지지가 큰 힘이 되기도 했다. 딸들이 엄마가 밖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는 부분이 있어 집안일에 있어 다소 부족한 부분을 이해해주고 많이 도와줬다."

- 여성인권진흥원 원장으로 이루고픈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여성폭력 근절에 대해 온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범죄발생건수는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범죄유형도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 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인권보호 허브기관’으로서의 진흥원의 기능강화가 문제 극복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우리 원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은 하지만 조금 불안정한 기관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법에 명시된 공익적인 공공기관으로서 자리매김 하는 게 내가 일하는 동안 이뤘으면 하는 부분이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쉽진 않겠지만 꼭 이루고픈 일이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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