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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위안부 피해자 지원한다는 ‘화해·치유재단’... 반대 여론 속 난항 예고출연금 10억엔 두고서도 일본 내 황당 요구 여전
김영 기자 | 승인 2016.08.10 17:03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지난 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출연금 논의를 위한 한일 양국 정부간 국장급 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됐다. 회담 후 양국 정부는 일본 측이 부담키로 한 10억엔(107억원)의 출연 시기 및 용처 등에 있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반면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위안부 피해자 단체들은 여전히 지난해 12월 나온 한일 정부간 위안부 피해자 합의 결과 자체를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단에 대해서도 위안부 문제를 단순한 돈 문제로 전락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규탄했다.

화해 치유 재단 출연금 문제 등을 논의키 위해 서울에 온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부성 국장.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서 ‘화해·치유재단’ 현판식이 열렸다. 지난해 12월 28일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합의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 건립 약속에 따른 조치다.

재단 이사장에는 재단설립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김태현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발탁됐으며, 김교식 아시아신탁회장, 이원덕 국민대 교수,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소장 등 준비위에 참여했던 인사 대부분이 재단 이사진에 합류했다.

그러나 ‘화해·치유 재단’은 재단 출범과 동시에 큰 난관에 부딪친 모습이다. 한일 정부 합의 내용에 대한 국민적 비난여론이 상당한 가운데, 재단 출범을 규탄하는 시위까지 이어진 것. 김태현 이사장의 경우 현판식 당일 이를 반대하는 한 젊은이로부터 캡사이신 공격까지 당했다.

일본 측이 부담키로 한 화해·치유재단 출연금을 두고서도 여전히 말들이 많다. 일본 내에서 출연금 지급의 전제조건으로 꾸준히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요구 중이며, 기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직·간접적인 간섭을 이어가고 있는 것. 그런가하면 사무실 임대료 등 재단 운영비를 우리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것을 두고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작부터 꼬인 화해·치유재단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는 한일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간 최종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의 과거사에 대해 일본 측이 공식 사과하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재단 설립에 일본정부가 10억엔을 출연키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한일 양국간 합의에 대해선 당사자인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중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는 점 등이 알려지며 합의문 발표 당시부터 큰 비난에 휩싸였다.

그리고 현재도 이 문제를 두고 사회 각계 각층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형식적인 사과나 돈만 앞세운 재단 설립 보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이 우선돼야 할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달 29일 있었던 ‘화해·치유재단’ 공식 설립 행사때도 이와 같은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좋은대한민국만들기 대학생운동본부’ 소속 대학생들은 “치유와 화해는 피해자들이 수용할 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며 “당사자인 할머니들이 진정한 사죄와 해결로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며 재단 설립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그들은 또 “한일군사협력을 위해 강행된 한일 위안부 합의와 일본 정부의 면피수단이 될 화해와 치유재단 설립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법적 배상, 진상규명 및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재협상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측 역시 “누구를 위한 화해와 치유인가. 누구에 의한 화해와 치유인가”라며 “피해자들의 권리를 한낱 돈의 문제로 전락시키고 살아있는 역사를 봉인하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화해치유재단을 정의와 인권의 이름으로 반대한다”고 소리쳤다.

정대협 관계자는 또 “전쟁터에서 유린당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졸속 합의로 다시 유린하도록 버려둘 수는 없다”며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책임자 처벌, 역사교과서에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의 요구를 일본정부를 상대로 실현시키는 것이야말로 박근혜 정부가 할 일”이라고 촉구했다.

김태현 화해 치유의 재단 이사장. <사진제공=뉴시스>

일본에 이용만 당한다는 지적도

온갖 논란 속에 ‘화해·치유 재단’이 출범한 가운데, 재단의 미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상당하다.

일단 일본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10억엔의 출연금을 두고 말들이 많다. 아직까지 일본에선 이 돈을 주지 않고 있는데, 일본 내에선 출연금 지급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소녀상 철거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 측근인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지난달 31일 일본의 한 TV방송에 출연, “소녀상은 (일본군이) ‘20만명의 젊은 여성을 강제 연행해 성 노예로 삼았다’는 잘못된 인식의 상징”이라며 “한국이 (소녀상 철거를) 확실히 진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일본 외무상 역시 소녀상 이전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적절하게 대처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소녀상 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한일 합의 이행을 재차 요구한 바 있다.

일본측은 최근 열린 국장급 회담 때도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자국 내 여론이 민감하다는 식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난달 독도 방문에 대해서도 양국 간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본이 소녀상 문제 해결에 목을 매는 이유에 대해선 소녀상의 철거 또는 이전을 통해 ‘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됐다’는 것을 국내·외에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출연금 용처 두고도 잡음

일본 정부는 출연금 10억엔의 용처에 대해서도 간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일 양국은 위안부 합의문에 “모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시행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재단 지원금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직접 지원되는 것에 상당히 거북스런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경우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공식적인 배상금을 준 것으로 보여줄 수 있는 탓이다.

일본언론에서는 재단 출연금 용처와 관련 “사용처가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며, 배상금 성격이어선 안 된다”는 일본 관리들의 발언이 집중 소개되기도 했다. 미래지향적인 사용처에 대해선 일본으로 유학을 간 한국 젊은이들의 장학금 지원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화해·치유재단 운영비를 한국 측이 부담하는 것을 두고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재단 이사회 측은 첫 공식 회의 당시 운영비 조달 방안을 논의하며 기금의 완전한 사용을 강조하며, 운영비는 우리 정부에 요청키로 정했는데, 여성가족부가 이를 수용키로 한 것.

우리 정부가 재단 운영비를 댈 경우, 사무실 임대료나 근무자 급여 등은 한국 정부가 부담하게 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 <사진제공=뉴시스>

한일 합의, 반대여론 커져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부터 거센 반대 여론에 직면한 가운데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의원들은 8·15 광복절과 제4차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12·28 한·일 외교장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는 원천무효”라며 “정부는 ‘화해 치유재단’ 운영을 백지화하고 일본 정부와 전면 재협상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민주 여성위원회와 여가위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난해 12월 28일 피해자를 외면한 한·일 정부의 일방적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합의와 후속조치로 우리 정부에 의해 설립된 화해 치유재단까지 8개월이 넘도록 피해자들과 우리 국민들의 12·28합의 무효와 재단 운영 중단 요구는 지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더민주 여성위와 의원들은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3월 12·28 한·일 정부 간 합의를 비판하며 피해자들의 요구를 이행하도록 권고했고 호주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12·28합의 이후에도 소녀상 건립운동은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인권을 유린한 역사적 범죄에 대해 참된 반성과 성찰, 나아가 법적·도의적 책임을 세계가 함께 묻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민주 여성위와 의원들은 또 “일본 정부의 10억엔을 받기 위한 한-일 외교당국자 간 회담이 진행되는 현실을 볼 때, 우리 정부는 과연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과 명예를 지킬 의지가 있는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재단 설립을 이유로 일본 정부의 10억엔을 받는다면 더 큰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제 생존한 할머니는 겨우 40명밖에 남지 않았다. 피해자 분들의 명예를 지켜드릴 시간이 별로 없다”며 “진정한 화해와 치유는 피해자들의 합의를 전제로 하며,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와 책임 이행이 선행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화해 치유재단 운영을 중단하고 일본 정부와 전면 재협상하라”고 촉구했다.

여성단체들 내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재협상 요구도 커지고 있다.

광주여성재단은 11일 오후 2시 재단 내 8층 강의실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우리가 이제 함께 해요’라는 주제로 열린 현안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장혜숙 광주여성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광주여성재단 현안워크숍에서는 가장 가슴 아픈 우리네 여성사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논할 것"이라며 "이번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광주·전남활동가, 시민단체, 여성단체, 학계, 의회 등이 모여 우리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갖도록 우리 지역에서 지속적인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나주에서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오는 11월 27일 전남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앞 광장에 건립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건립예정일인 11월27일로 이날은 1929년 당시 광주학생독립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 중인 가운데 나주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독립운동이 있었던 날이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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