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일가족 4명이 숨진 부산 싼타페 추돌사고가 급발진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일 오후 12시 26분쯤 부산 남구 감만동의 한 도로에서 한모(64)씨가 몰던 싼타페 차량이 도로변에 주차된 트레일러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당시 싼타페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던 한씨의 아내(60)와 한씨의 딸(34) 그리고 외손자인 3세 남아, 생후 3개월 남아까지 일가족 4명이 사망했다. 한씨 또한 사고 후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일가족이 대낮에 참변을 당한 안타까운 사고소식은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이 세간에 공개되며 더욱 화제가 됐다.

영상 속 한씨가 차량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급하게 좌회전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기 때문으로, 그가 전직 택시기사였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자 싼타페 동호회를 중심으로는 차량 운전자의 과실 가능성보다는 급발진 등 차량 차체 결함을 의심하는 의견들이 늘고 있다. 

한씨 또한 사고 직후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에서는 현재 당시 사고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 중이며, 차량 결함 확인을 위해 지난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차량을 보내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국토부도 차량 제작 과정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등과 공조해 제동장치 등을 포함한 차량의 결함 가능성을 다방면으로 조사할 계획이다"고 4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초기 조사는 일단 사고 차량(현대 싼타페 2002년식 디젤 차량)으로만 한정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해당 기종의 전 차량의 제작결함이라고 판단될 경우에는 추가 조사와 함께 리콜(시정조치)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싼타페 제조사인 현대차 측은 이번 사고 관련 “현재 국과수에서 조사 중인 사항이라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한 번도 급발진으로 규명된 사례가 없어 조사가 결과가 나와야 사후 조치를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만 밝혔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책임은 누구에게?

급발진은 자동차가 운전자의 제어를 벗어나 의지와 관계없이 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급발진은 정지 상태나 저속 상태, 정속 주행 상태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으며 대체로 제동 장치 오작동이 원인이다.

급발진의 원인에 대해선 운전자의 운전미숙이란 자동차 회사들의 주장과 자동차의 기계적·전기적 결함이라는 소비자 의견이 대립 중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차량 결함에 의한 자동차 급발진 사고 인정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급발진 사고가 운전자 미숙으로 결론이 난 것.

이에 대해 자동차 급발진연구회는 “실제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의 80%는 운전 미숙이지만 나머지 20%는 급발진 사고로 추정된다"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급발진의 원인을 자동차 회사가 아닌 소비자가 찾아야 하기 때문에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급발진을 포함한 모든 자동차 결함 의심사고의 입증을 자동차 제작사가 하도록 돼 있다. 우리와는 원인규명의 방법 자체가 확연히 다른 것이다.

한편 자동차 전문가들은 급발진 현상이 의심 될 경우 “풋브레이크를 계속 밟은 채 엔진브레이크를 시도해보고 기어를 중립(N)으로 전환해야 하며,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는 주변의 벽, 가로수, 가로등, 전신주 등 가까이에 있는 다른 구조물을 들이받아서라도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 조언했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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