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인천-사이판' 공동운항 노선의 가격비교 대한항공(왼쪽)과 진에어 .<대한항공, 진에어 홈페이지 캡처>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 얼마 전 동남아에 다녀온 A씨는 공항에서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분명 대한항공 사이트에서 항공권을 예매했는데, 정작 탑승구에서 마주한 비행기는 진에어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A씨는 본인 항공권에 자그마하게 적힌 ‘코드셰어’란 단어를 확인했다. 이어 A씨는 본인이 구매한 항공권 가격이 진에어에서 발매한 항공권 가격보다 더 높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대형항공사 사이트에서 탑승권을 예매한 고객이 실제로는 저가항공사 항공편을 이용하게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항공사 코드셰어(공동항공) 계약에 따른 것으로 해당 항공사 측은 “충분한 고지가 있었고 저렴한 항공권 구입과 마일리지 적립 등 고객들에게 더 나은 편의가 제공되고 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고객들의 경우 “같은 항공기를 이용함에도 탑승권 애매 사이트가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 이해가지 않는다”며 공동운항에 불만을 표출했다.

코드셰어란 항공사 2곳이 항공기 1대를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특정 노선의 공석 비율이 높은 경우 공동운항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타 항공사 노선의 일부 좌석을 자사의 항공편명으로 판매하게 된다.

이 같은 공동운항은 노선의 확대, 비용 절감 등 효율성 측면에서 효과적이라 항공업계 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요근래 들어 국내에서도 공동운항 사례가 늘고 있다. 중·장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대형항공사(FSC)가 중·단거리 노선에 있어 경쟁력이 높은 같은 계열 저가항공사(LCC)와 공동운항 계약을 맺는 식이다.

문제는 대형항공사와 저가항공사가 같은 비행기를 이용함에도 항공권 가격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사진=뉴시스 제공

사이판 항공권 10만원 차이나

본지는 공동운항 항공권의 가격비교를 위해 이달 7일 출발하는 ‘인천-사이판’ 편도 항공권을 대한항공과 공동운항사인 진에어 사이트에서 동시에 예매했다.

그 결과 대한항공 편도는 3일 현재 37만7800원(최저요금 기준)이었으나, 진에어 사이트에서 예약한 같은 항공편 가격은 27만5800원(최저요금 기준)에 불과했다. 같은 항공기에 똑같은 기내 서비스를 받고도 예매한 사이트에 따라 최대 10만원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다.

공동운항 항공권에 대해 잘 모르고 티켓을 구매했던 A씨는 “요금과 서비스의 차이가 큰 항공사끼리 공동운항을 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공동운항’ 문구가 항공권에 이미 명시돼 있었다는 점에 대해 “예매한 항공사 사이트의 문구가 너무 작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대형항공사의 편법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동운항에 대한 일부 소비자들의 이 같은 불만제기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예약상황 등에 따라 항공운임이 결정되지만 일반적으로 코드쉐어 운임은 평균 항공권보다는 저렴하게 측정되는 편”이라며 “저가항공은 마일리지 적립이 없지만, 코드셰어를 이용하면 항공편은 같더라도 대한항공마일리지를 적용받는 등 서비스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코드셰어는 항공기 이용객들에게 다양한 스케줄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편의를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진에어 외에도 해외 다양한 항공사들과 코드세어를 진행 중이다”고 강조했다.

고지 미비에 따른 소비자 오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약 시에 ‘이용하시는 항공기는 코드셰어 항공’이라고 적어도 4~5번 이상 고지가 된다”며 “일부 고객들이 예약 과정에서 규정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공동운항 항공편의 서비스의 질 하향 등에 대해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밝혔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과 공동운항 계약을 맺은 아시아나항공 역시 대한항공과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회원분들은 마일리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해당 구간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네트워크 확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코드셰어를 진행하고 있다”며 공동운항기의 가격책정이 다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정부의 고지요구에 따라 충실히 고지를 진행하고 있고 예약 센터를 통해 예약할 경우에도 에어부산 항공편이라고 사전에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이유로 환불을 요청한다면 환불은 어려울 것 같다”고도 덧붙엿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2일 공동운항편의 소비자 혼돈을 방지하고자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을 제정했다. 공동운항일 경우 판매사와 운항사 간에 운임차이가 있을 수 있는 사실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금액 차이는 밝히지 않아도 돼, 운임 액수 차이를 알고자 하는 소비자는 각 항공사의 사이트를 접속해 비교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현실이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