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국내 완성차 업계가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2일 나흘째 현대중공업 노조와 동시 파업을 진행했고 기아자동차와 한국지엠 노조도 파업에 나서면서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23년 만에 현대중공업 노조와 동시파업에 나섰다.

이어 기아차와 한국GM 노조까지 파업에 나서기로 하면서 생산차질이 불가피해 자동차 업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21일 울산·아산·전주공장에서 사흘째 파업 일정을 이어갔다.

전날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섰던 1조가 이날 정상근무하는 대신 2조가 오후 8시20분부터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사흘째 파업으로 사측은 파업기간 동안 총 5100대 가량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1170억원 규모의 매출 차질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나흘째인 22일에는 1조가 6시간 부분파업에 나서고 2조가 전면파업에 나서는 등 파업 규모를 확대하면서 생산 차질 규모가 더욱 커졌다.

노조 측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 집결해 상경투쟁을 벌였다.

22일 상경투쟁 이후 27일에 1조와 2조가 각각 4시간, 6시간 부분파업에 나서겠다는 지침이 나온 가운데 노조 측은 26일과 28∼29일은 정상근무를 한 뒤 향후 투쟁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금속노조는 22일 현대차 노조의 상경투쟁에 동참해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광화문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총파업 집회에 참여했다.

현대차 측은 이 같은 노조의 상경투쟁 등에 대해 “사측에서도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금속노조 산하 기아차 노조는 이날 소하리·화성 공장과 광주 공장 등 전 사업장에서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아울러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주관의 총파업투쟁에 동참했다.

기아차는 이날 파업으로 1300여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280억원의 매출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측은 기아차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보고 향후 형사상 고발조치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어서 노사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회사 측은 기아차 노조가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하면서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역시 22일 파업에 나섰다.

전반조·후반조·고정주간조 및 사무직 등으로 각각 조를 나눠 4시간씩 부분파업을 실시한 후 이들은 오후 여의도 국회 앞으로 이동해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한국지엠 역시 이날 노조가 파업에 나서 생산 차질을 빚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이날 금속노조의 총파업 방침에 맞춰 전반조·후반조·고정주간조 및 사무직 등 조를 나눠 4시간씩 부분파업을 했다. 오후에는 여의도 국회 앞으로 이동해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6∼7일 진행한 2016년 임단협에 관한 쟁의행위 결의 조합원 투표에서 71%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이어 15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쟁의 요건이 충족됐다.

사측은 군산, 창원 공장에서 생산되는 말리부·아베오·캡티바·스파크 등 차종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르노삼성과 쌍용차 노조의 경우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금속노조 소속은 제2노조이고 제1노조는 개별기업 노조다. 이들은 이달 중순께 협상을 시작해 아직 교섭에 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2014년 부분파업 이후 지난해에는 파업을 하지 않았다.

쌍용차 노조 역시 협상대상이 개별기업 노조이며 이달 본교섭을 시작했으며 지난해까지 6년간 임단협을 무분규로 진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와중에 산업현장을 위축시키는 도를 넘는 파업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되는 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이날 총파업에 돌입했다. 총파업 참가 인원은 금속노조 추산 15만명, 정부 추산 8만2000여 명이다. 1997년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이후 하루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자동차업계의 부분파업이 진행되면서 생산차질이 불가피해지자 사측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임단협 협상 결렬로 인해 사흘간 각 조별 4∼6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1만900여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2300억원 규모의 매출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사측은 일단 파업이 시작된 상황에서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을 때에도 실무협의까지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사측으로서는 이미 시작된 파업을 사실상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분한 대화도 하지 않고 또 다시 관행적인 파업을 하는 것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할 악습이. 더욱이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와 수많은 협력업체의 고통을 전혀 헤아리지 않는 이기적인 파업은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도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의 부분 파업이 진행됐다. 3년 연속 이어지는 파업이다. 다만 전체 조합원 1만5000여명 가운데 약 200명만이 참여해 생산 차질 등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회사가 분사를 추진 중인 지원사업본부 조합원들이다. 지원부서 전체 인원은 약 900명으로 이 중 조합원은 약 700여명 정도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일 오후에도 부분파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전 조합원이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현대차 노조와 함께 본격적인 총파업대회를 진행해 향후 생산 차질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 9차례에 걸친 파업으로 총 106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을 입은 바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파업이 진행돼 우려스럽고 안타깝다. 지금은 파업을 할 때가 아니라 노사가 힘과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 정상화를 통해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 자동차 업계와 중공업 노조 측은 사측이 경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책임지우고 구조조정을 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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