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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임금격차’ 무관심... ‘동일임금 날’ 제정 절실개정안 발의 후 3년간 별다른 진전 없어
김영 기자 | 승인 2016.07.19 13:48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남녀가 동일가치 노동에 대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동일임금의 날’ 제정 운동에 다시금 불이 붙기 시작했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관련법이 개정 발의됐으며,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기념일 제정 캠페인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특히 여성계에서는 남녀 동일임금에 대해 보혁을 가리지 않고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반드시 선행되야 할 과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세계 주요국 중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편인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남녀 동일임금 실현의 날이 언제쯤 찾아올지는 쉽사리 짐작키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여성 차별 철폐를 요구 중인 여성단체 회원. <사진제공=뉴시스>

임금은 사회 계층 간 갈등 촉발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인상안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 간 갈등 또한 임금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앞서 지난 16일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6470원으로 정했다. 올해보다 7.3%(440원) 인상된 것으로 내년부터 하루 8시간 기준 노동자의 최저월급은 135만 2230원으로 오른다.

이날 가결된 인상안은 경영계가 제출한 최종안이 통과된 것으로, 정작 투표에는 노동계 측 위원 전원과 공익·사용자 위원 중 소상공인 대표 2명 등이 불참했다. 그렇다 보니 어렵사리 도출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놓고서 현재 노동계와 경영계에서는 합의 도출 전과 비슷하게 온갖 파열음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인상이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8.1%)에도 못미치고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시급 1만원 인상과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여건을 고려할 때 이 정도 인상안도 기업에게 부담이 될수 있다"며, 최저임금 현상에 있어 원론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매년 이어져 온 논란이 올해도 반복된 것인데, 워낙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보니 그에 따른 세간의 관심 또한 여전히 높은 모습이다.

이와 달리 2013년부터 우리 여성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남녀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임금’ 주장은 최저임금 인상 이슈에 비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그 원인이 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나, 이를 범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치권과 여성계를 중심으로 ‘동일임금의 날’ 제정 요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남녀 임금차가 ‘현존하는 불평등의 가장 명확한 증거이자 여성들의 노동시장으로 진입과 지속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동일임금의 날’ 제정이 가장 우선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동일임금의 날 ' 제정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강창희 전 국회의장. <사진제공=뉴시스>

남녀 임금차 OECD 회원국 중 가장 커

전세계 여성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남녀 동일임금’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특별한 이유 없이 여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상당수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낮은 임금을 받아야 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격차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저출산·고령화가 고착화된 가운데 경제주체로서 여성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는 있지만, 정작 경제계 내 여성의 입지는 그 수만 늘고 있을 뿐 임금 등 처우에 있어서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노동지표 분석 자료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지난 10일 전경련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1996년부터 최근까지의 노동지표(고용의 양과 질, 유연성과 안전성, 노동시장 격차 등 14개 항목)를 OECD 회원국과 비교한 뒤 그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결과 우리나라는 지난 20여년간 고용률 등 노동의 양적 지표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생산성 등 질적 지표 역시 과거에 비해 순위가 소폭 상승했으나 대부분 OECD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평균근속기간과 함께 성별임금 격차 순위가 조사기간 동안 아무런 변화없이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기준 우리 나라 남녀 임금 격차는 36.7%를 기록, OECD 회원국 평균(16.6%)의 두배가 넘었고 조사대상국 중 한국 다음으로 남녀 임금 격차가 컸던 일본(27%)에 비해서도 10%p 이상 더 컸다.

남녀 임금 격차는 통계청 조사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남녀 임금격차 항목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이 한달에 받는 평균 월급은 174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남성 평균 월급(276만원) 대비 63.1% 수준으로, 해당 수치는 2006년 61.5%에서 2013년 64.0%까지 줄어들었다가 2014년 들어서 다시 늘어났다.

우리 나라의 남녀 임금 격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큰 원인에 대해선 대다수 사회·여성학자들이 비슷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제도적 차별, 구조적 차별, 직업적 차별, 출산 휴가 후 불이익 등이 원인이라는 것. 

다만 법 등을 통해 여성의 사회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아서는 제도적 차별에 대해선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성이란 이유로 저임금을 주거나 취업 기회 자체를 막아서는 구조적 차별에 대해서도 ‘심증만 있을 뿐 확증적 자료가 부족하다’는게 중론이다.

대신 여성이 주로 선호하고 취업하는 업종의 평균 임금이 남성 위주 직업군에 비해 낮은 직업적 차별과, 출산육아시 경력단절 등으로 발생하는 불이익 등에 대해선 여성임금에 있어 차별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지난해 열린 '동일인금의 날' 정책워크숍. <사진제공=뉴시스>

‘동일임금의 날’ 제정될지 관심

남녀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현재 여성계가 가장 우선해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한국식 ‘동일임금의 날’ 지정이다.

2005년 벨기에를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은 2·3월 중 하루를 ‘동일임금의 날’로 정하고, 남녀 임금 격차의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기념일은 각 국가별로 여성이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기 위해 몇일을 더 일해야 하는지를 환산해 정했다.

현재는 유럽연합(EU) 자체적으로 매년 11월 2일을 ‘동일임금의 날’로 제정하고 기념하고 있다. 유럽 남성에 비해 여성이 연 59일을 더 일해야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 12월 31일보다 59일 앞서 11월 2일을 ‘동일임금의 날’로 지정한 것이다.

우리의 경우 1994년부터 정부차원에서 동일임금 정책이 계획되긴 했으나, 오랜기간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되레 서구의 ‘동일임금의 날’ 제정 움직임이 일고난 뒤인 2013년 이후에야 기념일 제정 및 사회 전반에 걸친 의식 개선 운동이 활발히 펼쳐졌다.

차인순 국회 입법심의관은 이에 대해 “한국은 1989년 남녀고용평등법을 규정했으나 결과적으로 아무런 정책적 조치들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며 “여성의 임금 불평등 문제는 비정규직, 저임금, 임금 성차별, 유리천장, 유리벽 등 여성 경제활동에서의 다양한 질적인 문제의 집약적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 동일임금의 날 제정을 통해 여성에게 공정한 임금, 여성에게 정의로운 임금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또한 “동일임금의 날 제정은 실질적인 여성 권한 확대와 남녀 평등 사회로 가기 위한 다양한 조치 가운데 가장 실질적인 방안이 될 중요한 시도”라 평가했다.

그는 이어 “우리 나라는 유럽과 달리 동일 가치노동·동일 임금을 점검하는 기재가 없다. 남녀 임금 격차와 관련해 보다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상징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은 동일임금의 날 제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역시 여성계의 이같은 요구를 반영, 2013년 강창희 당시 국회의장이 직접 ‘남녀 동일임금의 날’ 지정을 포함한 ‘남녀고용평등법 및 일·가정 양립 지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념일 날짜로는 한국 여성이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 1년 하고 5개월 23일을 더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년 5월 23일로 정하기로 했다.

당시 강 전 의장은 기념일 지정 추진 취지에 대해 설명하며 “입법과 정책에 걸친 폭 넓고 심도있는 노력을 통해 성 평등을 구현하고, 여성들이 역동적으로 사회 진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강 전 의장은 “한국사회는 여전히 성별격차가 심한 사회로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 이라면서 “앞으로 여성의 정치활동 활성화를 통해서 여성의 경제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의장 외에도 19대 국회 때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동일임금을 위해 노사협의회에 여성참여를 확대하자’는 안을 내놓았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근로기준법상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다만 강 전 의장의 개정안 발의 이후 3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우리 정치권에서는 ‘동일임금의 날’ 지정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념일 제정 촉구 캠페인이 펼쳐지기도 했으나 다른 현안들에 묻혀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놓진 못한 것이다.

'동일임금의 날' 제정 법 개정에 나선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이에 여성계에서는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다시금 ‘동일임금의 날’ 제정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23일에는 여성 및 청년단체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동일임금의 날’ 제정 촉구 정책 토론회 및 캠페인이 진행됐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는 전문직여성(BPW) 한국연맹이 중심이 돼 ‘동일임금의 날’ 제정 캠페인인 ‘빨간 가방을 채워주세요’ 행사가 춘천과 제주, 포항 등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빨간 가방은 동일임금의 상징물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양성평등 주간(7월 1~7일)을 맞아 3년 전 강 전 의장이 대표발의했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재차 발의했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양성평등 태스크포스 활동보고서를 인용, “한국 여성이 남성과 비슷하거나 같은 일을 할 경우 받는 임금은 남성의 55%에 불과하다”며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미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동일임금의 날을 지정해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동일임금의 날 제정은 남녀 임금차별 문제 해소와 함께 한국사회가 남녀평등 사회로 가기 위한 초석이자 효과적인 수단이 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김 의원 측은 향후 기업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의 남녀 임금 격차 내용을 공개토록 하는 법안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부 사회학자들 중심으로는 “동일임금 실현을 위해 남성의 무한책임을 강조했던 과거 우리사회의 가부장적 가족문화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하며, 고정적인 성 역할 탈피를 위한 양성평등 교육이 확대 실시돼야 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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