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한국가스공사가 이라크 내전으로 멈춘 유전 개발 사업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이라크의 또 다른 지역의 가스전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2011년 이라크 유전 4곳에서 가스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는 이슬람 무장단체인 IS와 이라크 정부군이 내전을 벌이던 때였다. 과거 테러단체인 알카에다의 거점 지역인 수도 바그다드 서북부 지역 역시 가스 개발사업 지역에 포함돼 있었다.

현지 가스전과 유전 등에 대한 무장단체의 공격이 잇따르자 가스공사의 대표 사업인 이카스 가스전 개발은 3년도 안돼 사실상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천연 가스를 추출하기 위해 아카스 가스전에 투자한 돈만 4500억원.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졌고 당시 발주한 기자재는 이라크와 한국 공장에 그대로 쌓여 있다.

따라서 이라크 정부와의 계약 기간은 2031년까 남아 있기 때문에 한국가스공사가 아카스 가스전 개발이 어려워지자 지난해부터 대체 사업으로 이라크 다른 지역의 가스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발주한 기자재를 다른 가스전 개발에 활용해 투자비용을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가스공사는 대체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이라크 정부 관계자의 14차례 만나 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10월 한국-이라크 정부가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도 대체 가스전 개발을 1차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성 여부와 불확실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먼저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설비와 부지 확보 등에 새로 들어가는 비용만도 족히 잡아도 8000억원~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아카스 가스전을 위해 발주했던 기자재들을 대체 사업에 활용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 개발하던 광구에 대해 발주해놓은 기자재가 채굴이나 시추 등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에 투입한 4000억원~5000억원의 사업비를 만회하려다 또다시 2조원에 달하는 투자비가 들어가야 할 판이다.

혹 프로젝트가 다시 연기되거나 치안의 문제가 또다시 제기될 경우에 대한 대비도 꼼꼼이 해야 한다.

가스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를 한다는 명분으로 10년간 부채가 23조6000억원으로 늘어난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자원 개발 등에 투자한 투자비가 장기간 회수되지 못하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난 기관이기도 하다. 부채비율 320%, 경영평가 D등급이며 현재 총부채 규모는 32조원이다.

정부가 지난달 사실상 공공기업 구조조정안을 내놓고 사업성이 없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마당에 가스공사의 해외 투자 재가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고기영 교수는 “거기서 손 떼고 들어오느냐 아니면 다른데 라서도 받아서 해보느냐인데 문제는 그 다른 게 잘못하면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신규 사업이 아니고 기존 사업을 대체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상 가스공사는 가스 공사 나름대로 실컷 해외 시장에서 투자 손실을 보고 막상 꺼내든 카드는 공사 민영화 카드라고 볼 수 있다.

공사가 독점하던 가스사업을 2025년부터 민간에 개방한다는 정부방침이 마련됐다.
정부는 현재 94%를 독점하고 있는 가스공사의 가스 수입공급을 오는 2025년까지 가스 도입 도매시장을 단계적으로 민간 개방키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에너지 분야는 민간 부분이 충분히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공공기관이 중복 투자하거나 만성적인 부실로 막대한 재정부담을 야기하고 있다”며 민간부분으로의 이양을 권장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도 “세계 100대 자원개발 기업 중에 우리나라 민간 자원 개발 기업으론 SK만 있다”며 “앞으로 글로벌 역량을 가진 민간 기업을 키워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지난 정권까지부터 이번 정권까지 이어진 자원외교 부실에 대한 부담은 결국 가스비 인상을 또 한 차례 겪어야 할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 위원은 “어마어마한 부채를 쌓아온 것에 대해 실제 민영화를 통해 국민적 부담을 돌리고 적자를 보전하겠다는 계획이다”며 지적했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성공불 융자 지원제도 부활과 세제지원 연장제도까지 다시 꺼내들었다. 이것은 이명박 시절에도 자원외교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제도였지만 시행 과정에 책임감 없이 기업들이 사용하고 정부에 갚지 않아 문제가 된 자금이기도 하다.

성공불 융자란 투자 위험도가 높은 사업에 정부가 필요자금을 빌려주고 사업이 성공할 경우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징수하는 제도다.

문제는 민간 기업들이 해외 자원개발을 추진할 규모와 역량이 갖춰져 있는가이다. 또 이미 정부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이라크 등에서 자원개발 명목으로 쏟아붓고도 실패한 마당에 민간기업이 무슨 수로 일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인가. 만약 실패할 경우 그 성공불 융자에 사용될 돈을 갚아줄 기관은 아무 데도 없다.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에 우리 정부는 혼리버 등 3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스공사 캐나다 법인에 7248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바 있다.

이 모든 과정에 성공불 융자를 비롯해 정부가 진행한 돈은 국민의 혈세였다.

당시 가스공사가 캐나다 사업에 총 9억8600만 캐나다 달러를 투자한 것을 감안할 때 총 65억5300만 캐나다 달러의 손상이 발생했다. 캐나다에 투자한 자산의 66%가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이외에도 가스공사는 2009년부터 혼리버, 웨스트컷 뱅크, 우미악 등 3개 사업을 벌였으나 웨스트 컷 뱅크, 우미악 등 2개 사업은 이미 경제성이 사라지고 연계된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진행이 무산되면서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유일하게 진행된 혼리버 사업도 지난해 4100만 캐나다 달러(39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봤다. 당초 가스공사가 기대한 영업이익 전망치인 1850만 캐나다 달러(176억원)에 비해 무려 5900만 캐나다 달러(570억원)의 차이가 난 것이다.

이 같은 손실의 주요인은 북미 가스 가격을 엉터리로 예측하고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 다.

주강수 전 가스공사 사장은 2009년 캐나다 사업에 뛰어들며 당시 가스가격이 1MMbtu 당 5달러에 불과한데도 중장기적으로 10달러까지 상승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실제 북미 가스 가격은 4달러를 밑돌고 있었다.

혼리버 사업을 주도한 주 전 사장은 MB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08년 9월 취임한 이후 2013년 5월까지 가스공사 사장을 지내며 캐나다 혼리버, 이라크 주바이르 등 3개 사업, 호주 GLNG, Prelude 등 대형 투자를 집행했다.

김제남 전 의원은 “앞으로도 가스공사가 캐나다 셰일가스 사업에 투자한 약 1조원의 투자금은 대부분 회수 불가능해 보이며 오히려 영업손실이 거듭되고 이자 등 금융 비용 부담으로 추가손실만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MB정부의 묻지마 해외자원개발사업은 해가 갈수록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탕진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셰일가스 혁명에 나서고 있고 앞으로 셰일가스를 보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까지 상용화한다고 하는 판에 한국도 자원외교에 나서야 하는 중요성을 좌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석유나 가스 등 부존자원이 없다고 하지만 침착해야 한다. 캐나다 투자 건처럼 국가가 거의 사기(?)를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투자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19세기에 대영제국이 세계를 재패했듯이 지금은 에너지 패권국이 세계 패권국이 되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셰일혁명을 등에 업고 그동안 가격결정자로 자리잡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 마저 제치고 세계 석유 생산국 1위에 올랐다.

이제는 천연가스 생산량 또한 미국이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며 에너지 공급 패권을 쥐게 됐다. 앞으로 셰일가스를 통해 전 산업을 가스화로 바꾸어 갈 경우 석유 가격은 바닥을 칠 것이다.

중동이 OPEC로 과거 석유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석유를 무기화하던 시대도 이젠 지나갔다. 이런 마당에 이라크 정부에서 재투자를 하라고 해서 다시 자원외교 사업에 뛰어들 경우 더 큰 손실을 보게 될까 우려된다.
   

  
 

김희정 편집국장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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