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권경쟁이 추미애·송영길 의원 간 양강구도로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의 전대 참여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일한 여성후보인 추미애 의원의 경우 삼자구도보다는 양자대결로 갈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

오는 8월 27일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이 5선의 추미애 의원 대 4선의 송영길 의원 맞대결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김부겸·박영선·원혜영·이종걸 의원 등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로 분류된 당내 중진급 인사 상당수가 주위의 출마 권유를 고사, 현재까지 전대 참여가 유력시 되는 후보는 이들 둘 뿐이다.

정치권 내에선 친박 대 비박 후보 맞대결이 예상되는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 경선에 비해 더민주 전대의 흥행 실패 우려도 커지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나름의 장점과 특징은 분명하나, 친노나 비노의 적극적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들도 아니고 개인이 가진 흥행성도 그리 크지 않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 대결구도는 여성 후보인 추미애 의원에게 나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대선주자급 인지도를 갖춘 후보를 맞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고, 과거와 같은 계파 대결 구도도 아니다 보니 당 대표로서 명확한 비전 제시만 제대로 한다면 민주당계 정당 사상 두번 째 선출직 당 대표 취임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계 정당에서 여성이 선출직 당 대표에 오른 경우는 2012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때 한명숙 전 대표가 유일하다.

여성의원 최다선, 배신 없는 정치가 최대 강점

대구에서 태어난 추미애 의원은 판사로 재직하던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하며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영남 출신 여성 판사라는 돋보이는 이력에도 불구 지역주의 해소에 일조하겠다며 호남색이 강했던 국민회의에 들어간 것이다.

또한 추 의원은 1996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때 서울 광진구을에 출마, 첫 국회의원 뱃지를 가슴에 달았다. 15대 총선에서 여성 후보가 지역구 의원에 당선된 사례는 당시 37살이던 추 의원과 무소속으로 경북 경산 선거에 나선 임진출 의원 두명 뿐이었다.

추 의원은 16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승리를 거뒀고, 재선 반열에 오른 뒤로는 민주당을 대표하는 여성정치인 중 한명으로 부상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추 의원의 첫 정치적 시련기는 17대 총선을 앞두고 찾아왔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불어닥친 탄핵역풍 속 새천년민주당 잔류를 택하고 탄핵에서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이어진 선거에서 추 의원은 열린우리당 폭풍에 휩쓸리며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선거에서 패한 후 잠시 유학을 다녀온 그는 이내 복귀, 18·19대 총선에서 더민주의 전신인 통합민주당과 민주통합당 후보로 서울 광진구을에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4월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그는 야당 분열의 어려움 속 지역구 수성에 성공했다.

추 의원의 약력 중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서울 광진구을에만 6번 출마해 5번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일단 여성의원이 지역구 선거에서 5번이나 승리한 것 자체가 역대 최초-최다에 해당한다. 고(故) 박순천 전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이 5선 의원을 지냈으나, 둘 모두 한차례씩 전국구 및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바 있다.

더욱이 추 의원은 20여년이란 긴 시간 동안 지역구를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았는데, 이 또한 남성의원 모두를 포함해도 찾아보기 힘든 대기록이다.

추 의원 관련 정치권에서는 ‘배신하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치 입문 후 한 번도 지역구를 바꾸지 않은 것처럼 자의적으로 당을 떠난 적 또한 없기 때문이다. 지난 해 말 더민주가 계파갈등에 시끄러울 때도 그는 일찌감치 당 잔류를 택했다.

야권 일각에선 참여정부 시절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버리고 탄핵에 동참했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당 차원에서 볼 때 추 의원의 당시 선택은 소속 정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을 떠나지 않고 당 기조를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현재 추 의원은 비노계 인사로 분류됨에도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 및 친문계 인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남 끌어안기, 이재명 출마가 관건

추미애 의원은 현재 386 세대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송영길 의원과의 당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문계와 우호쌓기 및 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끌어안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동참에 대해선 본인 스스로 “탁핵 결정에 반대했으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종인 현 더민주 대표의 탄핵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관련해선 “대선후보를 흔들지 않고 정권교체에 이바지 하는 통합의 당 대표가 되겠다”고 밝히며 친문재인계의 호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당에서 개최하는 호남 지역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당 대표가 되면 호남특위 위원장을 맡아 호남 예산과 인사를 챙기겠다”는 등의 공약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렇다보니 야권 일각에서는 “송 의원이 과거 운동권 출신 대표 정치인 중 한명으로 분리며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지난 번 지방선거 패배 후 그 위상이 다소 하락한 상태이다"며 "추 의원이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의 지지를 받게 된다면 송 의원과의 양자대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란 평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한 여성계 관계자는 “우리 정치권에 여성 당 대표가 드문게 사실이지만, 최근 국내외 정치 흐름을 보면 여성리더에 대한 선호도 자체는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이다"며 "한명숙 전 총리의 사례처럼 특정 계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추 의원이 여성이라고 해서 전대에서 더 불리할 건 없을 것이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이런 가운데 상당수 정치권 관계자들은 현재까진 가능성만 제기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전대 출마’ 관련 "이 시장이 전대에 나설 경우 추 의원의 전대 승리 확률이 대폭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당내 유력 계파 소속도 아니고 중앙무대에서 활동한 경험도 전무하나, 성남시장 재선을 통해 충분한 행정경험을 쌓았고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젊은 층 사이에서 특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가 이 시장인 것.  이 시장 스스로도 아직 출마여부을 확정짓지 않고 있으나 전대 출마시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재명 시장의 출마가 더민주 차기 전대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최근 프레시안에서 실시한 ‘더민주 차기 당권’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해당 조사서 이 시장(12.7%)이 추미애(10.5%)·송영길(10.3%) 의원을 누르고 전체 1위를 차지한 것. 세 후보 간 격차가 오차범위(±3.1%p) 안이었기에 이 시장의 압도적 우세라고 말 할 수는 없어도,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이 시장이 두 의원을 앞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야권 일각에선 “추 의원이나 송 의원 모두 기존에 당 대표 후보들로 거론되던 다선 의원들에 비해 정치적 무게감이 크지 않아, 당선 후 지도부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차기 지도부가 차기 대권 주자들 눈치만 보는 식물 지도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 시장에 대해서도 '시장과 당 대표 겸직의 어려움'에 따른 우려 및 "다소 과격한 이 시장의 정치적 성향이 대선을 앞두고 더민주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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