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폭스바겐이 정부가 밝힌 ‘배출가스 임의조작’ 부분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도의적 차원에서라도 소비자들에게 미국에서와 같은 배상 등의 조치를 국내에서 이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없어 보인다.

폭스바겐은 12일 환경부로부터 자사 차종들에 대한 인증 취소 및 판매 금지를 통보받았으나 여전히 정부의 입장에 반발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배기가스와 소음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제출한 폭스바겐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한 인증 취소 방침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공식 통보했다.

12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환경부로부터 수령했다고 밝혔다. 공문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오는 22일을 청문회 날짜로 제시하고 출석을 요구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충분히 소명을 한 뒤 환경부의 결정에 따라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분명히 잘못한 부분도 포함돼있지만 다 받아들이기엔 과하다는 부분도 있고 해서 청문회에서 최대한 소명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폭스바겐 조작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는 이달 6일 환경부에 ‘행정처분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2007년 이후 국내에 판매된 아우디 A8, 골프 2.0 TDI 등 32개 차종 79개 모델에서 배출가스와 소음 시험성적서 등을 조작·위조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인증 취소와 판매 금지 조치 등 행정처분을 내려달라고 협조 요청했다.

폭스바겐은 이로써 22일로 예정된 환경부의 청문회 과정에서 정부의 제재가 과도하다는 점을 소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성적서 조작 등과 관련된 일부 차종의 경우 다소 경미한 위반사항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판매까지 금지한 제재 수위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소명에도 불구하고 이달 말 정부의 조치가 최종 확정될 경우 폭스바겐은 행정소송까지 불사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코리아 입장에서는 결국 행정소송에 나설 경우 1심 판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법원이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정상영업도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에는 이 같은 파문이 일자 할인마케팅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월 판매량이 2000∼3000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9월 디젤게이트 파문 이후 판매량이 1000대 미만으로 급감하자 대대적인 프로모션 행사에 나서 같은 해 11월 4500여대를 판매하면서 월 판매량을 1위로 끌어올린 바 있다.

이어 올해에도 3월과 5월에 판매량이 감소한다 싶으면 특별프로모션 등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말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1000만원씩 깎아주는 파격적인 할인 판매에 들어갔는데 이에 대해 알고 보니 판매금지가 될 것을 미리 알고 사실상 땡처리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폭스바겐 ‘제타’의 경우 최고 20%인 600만원이나 깎아줬다. 또 최고 인기차량이던 티구안도 최고 1000만원까지 할인해 팔았다.

당시엔 폭스바겐이 매출 감소를 줄이고 사과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할인판매로 알려졌지만사실상 폭스바겐의 땡처리였다는 일부 딜러들의 증언이 회자되고 있다.

재고가 돼 안 팔릴 경우 매장 딜러들이 떠안아야 하므로 안 팔릴 것을 감안해 미리 할인판매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할인 판매로 인해 지난해 11월 폭스바겐은 한 달에만 4000대를 판매, 전달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판매 대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일부 중고차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부품 교체 및 AS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폭스바겐을 찾는게 뜸해졌다고 밝혔다.

12일 환경부의 인증취소 사전 통보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련 신차 시장 및 중고차 시장 모두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젤 게이트 이후 폭스바겐 중고차 가격은 10% 정도 떨어졌다.

이어 지난 12일 환경부가 인증취소를 사전 통보함에 따라 싼 값에 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의 문의 조차 끊어져 사실상 거래가 실종된 상태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은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타사의 수입중고차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입차가 재인증을 거쳐 판매를 재개하기까지는 통상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인증취소가 확정될 경우 그동안 잠정휴업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부 판매사는 매장 철수까지 검토중이다.

유럽과의 통상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아우디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서 퇴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에 아우디폭스바겐 딜러사들은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내달부터 판매중단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달 중 할인 등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장기간 제값을 받고 폭스바겐 차량을 팔지 못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 사태는 수입차 업계 전체를 위축시키고 있다.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은 11만6749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2.6%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분기 마감으로 프로모션이 집중되는 6월은 판매량이 더 늘어나는데 6월 판매량만 보더라도 전년보다 3% 감소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수입차 전체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장기간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매출 하락 및 수익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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