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국내 소상공인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장년층 퇴직자 상당수가 고령화란 시대흐름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처를 기대하며 치킨집과 편의점 등 신규 창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청년층 역시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취업난과 고용불안 속 일찌감치 자기사업을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소상공인의 경영여건은 언제나 ‘흐림’ 상태다. 자본으로 무장한 대기업과의 무한경쟁에 허덕이고 있고, 정부에서 내놓은 소상공인 우대정책은 실효성에 물음표만 늘고 있다. 최근 들어 세간에서는 소상공인에 대한 부정적 평가마저 늘고 있다. 최저임금 협상과 관련, 소상공인단체가 인상에 적극 반대한다고 알려진 것이 원인이다.

소상공인 단체에서는 이같은 세간의 평가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임금 인상이라는 원칙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업종별 지역별 합리적 인상이 이뤄져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소상공인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연합회) 최승재 회장을 만나 최저임금인상 논의를 비롯한 소상공인 주요 현안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의 강력한 인상 요구와 달리 소상공인연합회는 인상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연합회 측의 의견을 듣고 싶다.

"노동자의 임금 인상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는 분리돼 논의될 부분이라고 본다. 두 가지는 분명히 다르다. 외국의 경우 최저생계비와 달리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로 구별해 지급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을 주는 사람들의 생존권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최저임금 지급에 있어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 중 소상공인이 30%나 된다.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태 등으로 인해 소상공인 형편이 어렵다는건 여러 언론을 통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무리하게 인상을 추진했다가는 소상공인 중 상당수가 범법자로 전락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이미 존재한다. 아니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데 소상공인 대다수가 폐업시 빈민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은 사람들이다.

최저임금을 국회에서 가져가 법적으로 다루겠다는 일부 의견에도 찬성하기 힘들다."

- 최저임금의 차등지급을 주장하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각 일자리마다 업무 강도와 질 그리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임금을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 프렌차이즈 매장만 해도 직영과 가맹점의 차이가 존재한다.

대기업이라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의 여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상공인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과 소상공인을 똑같이 봐서는 안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대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먼저라고 본다.

지역별로 임금 차이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에 이 역시 최저임금을 정하는데 반영돼야 한다. 전라도나 경상도 시골마을과 서울 강남을 똑같은 기준으로 보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 현재 서울에서는 최저임금보다 더 줘야지 좋은 인력을 쓸수 있는게 현실이다."

- 일반인들의 경우 최저임금 지급 대상자와 가장 인접한 경제단체라고 할 수 있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것에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런 부분은 국회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최저임금 대상자에 대해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소상공인의 고용형태는 대부분 학생 또는 가정주부 그리고 고령자 등을 고용한 단기알바가 많다. 하루 종일 근무하는 경우가 드물고, 이들이 가정 생계를 모두 책임지는 사례도 많지 않다.

이와 달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는 하루 온종일 근무하며 한 가족을 책임지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는 고용안정성 확보가 우선인데, 정치권이 이들과 알바를 동일 선상에서 보고 최저임금 인상 논리를 펼치는 것은 말이 안된다."

-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며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는데, 어떤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같이 최저임금 인상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앞서 말했듯 일단 범법자를 양산하게 될 수 있다. 소상공인이 임금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나라는 정말 문제가 있는 나라다. 또 그걸 주지 않는다고 지적만 하는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가게를 접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 해고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부담이 작용한 사례였다. 경비원을 줄인 대신 그 자리에 CCTV를 추가설치한 것이다.

과연 이게 누굴 위한 최저임금 인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현재 도시 근로자들의 평균소득이 자영업자 평균소득보다 많다. 여기에다 근로자들은 나름의 사회안전망이라도 있지만 자영업자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폐업을 하게 된다면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아울러 임금이 올라가면 생산원가 또한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공장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역시 높은 인건비 때문이지 않나. 임금의 무리한 인상이 그나마 국내 남아 있는 서비스산업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 지금과 같은 주장을 최저임금협의회에서도 하지 않았나? 노동계를 비롯한 인상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소상공인의 상황은 전혀 고려치도 않고 “돈 줄 능력이 안되면 폐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을 하기도 하더라.

사실 협의회에 나온 노동계 사람들 대부분은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하게 이미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로 알고 있다. 그들이 시급을 받는 사람들은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그들이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건 결국 본인들의 연봉 인상을 위한 행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본인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호도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의 동결 요구에도 불구하고 야권을 비롯한 정치권은 최저임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국회가 직접 최저임금을 정하겠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국회가 나서서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하겠다는 행위는 일의 우선순위가 틀린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들이 먼저 해야 할 것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위를 바로잡고,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중의 인기에 편승한 포퓰리즘은 지양해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소리도 하는데, 지난 정부가 기업들의 법인세를 인하해 준 결과가 무엇이었나? 정말 그들이 말한 것처럼 기대했던 낙수효과가 있었는지 재차 묻고 싶다.

정치권이 목소리가 큰 사람들의 소리만 듣고 있는데 우리 같은 중산층이 길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게 되면 그 사회는 이미 망한 사회라고 본다. 그럼에도 현재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그 같은 분노가 일고 있다.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남의 일인거마냥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 최저임금 인상 반대와 함께 조만간 시행될 예정인 소위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도 소상공인연합회는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김영란법에 대해서도 도입 취지는 적극 찬성이다. 누가 부패방지에 반대하겠는가? 다만 법 시행에 있어 국민적인 합의가 부족했다고 보기에 즉각적인 시행에 반대하는 것이다.

당초 이 법을 만든 목적은 고위층의 부패를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함인데, 지금은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되레 더 많은 압박을 당하게 생겼다.

특히 농수산물의 경우 선물 가격을 5만원으로 제한하면 줄만한 선물 자체가 없어진다. 사실상 명절 등에 농수산물 선물을 하지 말란 소리가 된다. 그 경우 우리 농가는 물론 유통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생계는 누구 책임질 것인가? 정말 정치권과 정부가 말이 안되는 소리들만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김영란법은 1930년대 미국에서 시행된 ‘금주법’과 비슷하다고 본다. 그때 당시 미국 정부는 술의 안 좋은 면만 보고 이를 금지했는데 그 결과 돈 있는 사람들만 몰래 몰래 모여 술을 먹게 됐고 이를 유통했던 ‘알 카포네’ 같은 갱들만 성장했다. 일반인들의 경우 금주법 단속을 피해 밀주를 만들어 먹다 몸을 해치기까지 했다.

의도는 나쁘지 않았던 금주법이 마피아만 양산하고 서민 건강을 해친 것은 물론 온 국민을 경찰의 감시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정말이지 지금 이대로 법이 통과된다면 모든 사람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 자동차 뒷자석 안전벨트 단속과 비슷하게 경찰이 적발하려고만 하면 누구나 처벌 대상이 될 것이다.

법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줄이자는게 원칙이라고 본다."

-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롯데카드 거부 등 반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쟁 등의 활동을 펼쳤다. 올해 들어선 김영란법 반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친정부 친기업적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무엇 때문인가?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그로 인한 피해를 우리 소상공인들이 더 많이 입었기 때문이다.

우리 소상공인이 단결해서 대기업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거부해야 하는데, 우리 스스로 단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도움도 없다 보니 대기업이 타격을 입기 전에 우리가 더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미국 뉴욕 시내에는 월마트 같은 대형 마트체인이 전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지 않나. 불공정한 경쟁을 막을 정책적 도구 없이는 우리만 피해를 볼수 있어 이에 대해선 자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로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분노와 투쟁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 친정부적으로 보인다면 그건 우리만의 협상 방식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돌을 던지고 큰 소리를 쳐 우리를 협상 파트너로 보게 할수도 있고,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우리의 문제를 그들에게 인식시켜 줄 수도 있다고 본다.

두 가지를 다 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 그때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정부에게 우리들이 ‘때만 쓰는 집단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파트너십이 있는 집단’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 소상공인연합회 자체적으로 생각하는 소상공인진흥책이 있다면 무엇인지도 알고 싶다.

"무엇보다 소상공인 숫자 과밀화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합회에서도 무분별한 창업지원 대신 제대로 된 창업이 이뤄지도록 교육 및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현재 소상공인 업체의 경우 생계형 매장이 대부분인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이들에게 성장사다리를 놓아줄 수 있도록, 뉴욕의 첼시마켓과 같은 새로운 소상공인 성공 아이템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든 것을 한번에 다 이룰순 없지만 작은 성공이라도 이뤄내고 그게 쌓여 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할 것이라 보고 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연합회 활동은 깨끗한 산소를 유지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산소가 줄고 이산화탄소가 늘어나야 사람들은 산소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우리는 그 전에 깨끗한 산소를 유지하기 위해서 나무를 심고 매연을 방지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냥 봐서는 소상공인들에게 별 이득도 없는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하지 않게 되면 매일 산소마스크를 쓰듯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혼자가 아닌 다수가 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 개인적인 질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취임 전부터 소상공인 단체에서 활동하며 소상공인 권익 보호에 전력을 다해왔다. 큰 이득이 남는 일도 아니고 대단한 명성을 얻는 것도 아닌데, 이 일에 사활을 걸 듯 매진해온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내 모든 걸 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상인 희망재단 업무에 올인하고 있는 것은 맞다.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책임의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공기를 지키는 일이란 걸 알기에 이 일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어제보다는 오늘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있기에 하게 되는 것 같다. 과거에는 소상공인과 관련해 법정단체는 물론 억울해도 하소연할 단체 하나 제대로 없었다. 가장이 가족을 부양하듯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이 있다면 연합회가 창업한지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이제 인지도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데, 설립 취지에 맞춰 노력한 만큼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다. 우리를 둘러싼 구성원들이나 외부인들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해 주길 바란다.

이 일이 끝나면 다시 생업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는게 맞다고 본다. 지금으로선 그게 내 미래 계획이다.

한가지 더 국민들에게 말씀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 자영업자의 스펙트럼은 대단히 넓다. 그 안에선 여러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이들을 부정적으로 또는 긍정적으로 볼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우리 소상공인을 한 가지 잣대로만 놓고 평가하시진 않길 바란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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