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차려준 밥상- 사랑법 1                        

구이람
               
어머니가 굴러 떨어졌다
그리 높지도 않은 낡은 침대 아래로
별거 아니라 했는데

병원에선 큰일이 벌어졌다
깁스에 감싸인 어머니 허리
꼼짝달싹 못하고

- 밥숟가락 어디 있는지도 모르던 아버지
앞치마 두르고 밥 짓고 국 끓여 간 보시며
지난 세월 국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

밥상머리에서 근엄하시던 아버지!
스스로 차려내신 밥상 앞에서 쩔쩔매며
식구들 눈치를 보신다
그 모습 바라보며 뒤척이는 엄마의 침대
그래도 몸 하나 까딱 못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빈 밥상

-시작노트 

세상의 어머니들은 말없이 자식들의 밥이 되어 살아왔다. 세월이 한참 변해버린 지금도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요즘 엄마들 곁에서 가만히 바라보면 하나, 많으면 둘 정도의 아이를 낳아 애지중지 기른다. 그리고 아기가 걸음마를 뗄 때부터 온갖 것들을 다 가르치며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통적인 우리 가족문화에서 어머니는 계신 듯 안 계신 듯 그저 묵묵히 집안의 대소사를 치르고 봉제사를 받들며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알뜰히 챙겨 주셨다.

어머니 자신의 삶이 존재 했다기보다 시부모님과 남편과 자식들을 위한 삶이 전부였던 것 같다. 가족을 위한 희생과 가정의 평화를 위한 헌신이 큰 만큼 어머니는 집안의 절대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요즘은 아버지들이 가사 일에 역할 분담을 맡아주는 경우가 흔하기에 ‘아버지가 차려 준 밥상’이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아버지의 서툰 밥상차림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위 시를 읽어보기로 한다.

늘 무쇠처럼 일만하고 다치지도 않을 것 같은 어머니가 어느 날 우연찮게 낙상(落傷)을 하셨다.

“그리 높지도 않은 낡은 침대”에서 떨어진 것이다. 낮고 낡은 침대는 어머니의 삶을 암시하며 그녀가 살아온 ‘시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깁스에 감싸인 어머니 허리”는 아버지로 하여금 “앞치마 두르고 밥 짓고 국 끓여 간 보시며” 잠시 살림을 대신하게 한다.

“밥숟가락 어디 있는지도 모르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주부 역할을 대신해야만 하게 된 것이다.

아버지가 흘리시는 “국물” 또한 그분이 살아오신 지난 세월의 땀과 눈물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직장 일에 진력하며 바깥 활동에 치중하였고 집안 살림은 모두 어머니의 몫이었다.

아버지는 처음으로 식구들의 밥상을 손수 차리고 행여 밥상이 잘못 차려졌을까 저어하며, 그 밥상 앞에서 쩔쩔매며 가족들 눈치를 보신다.

그 모습은 어머니를 안절부절 침대에서 뒤척이게 한다. 늘 “밥상머리에서 근엄하시던 아버지”였기에 어머니는 아버지의 위상을 떠올리며 안쓰럽게 생각한다. 자신이 다쳐서 침대에 누워 있는 것조차 면구스럽다.

그래서 그 ‘밥상’은 몸 하나 까딱 못하는 “어머니의 빈 밥상”이 된다. 이렇게 아버지의 사랑법은 서투르게 마련한 ‘밥상’으로, 어머니의 사랑법은 침대에서의 ‘뒤척임’으로 나타난다.

말없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며 보듬고 살아온 지난 시절,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깊고 따듯한 이심전심 사랑법을 느끼게 해주는 시 ‘아버지가 차려 준 밥상’을 음미하며 이 시대의 사랑법을 생각해 보게 된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k93m@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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