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거짓말이 판치는 세상에서 도덕이니 윤리를 이야기한다는 게 웃기는 거 아닌가? 무슨 소리, 아무리 그렇더라도 연구하는 사람은 연구결과를 두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거야.”

연구자의 길을 걸으면서 친구들과 나누던 대화가 생각난다. 그런데 요즈음은 연구조작, 연구부정 등 연구윤리의 실종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거짓말 심리학 대가인 펠드먼(Robert Feldman)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평균적으로 10분에 세 번의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이 한 개인의 인격이나 신용의 문제를 벗어나 사회병리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화를 통한 금융사기 즉,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과 같은 개인적인 사기범죄가 일상화 되어있고, 대기업들의 부정부패 즉, 비윤리적 경영 형태로 그 회사의 생존은 물론 국가 신용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어릴 적부터 거짓말하는 것을 가장 비도덕적인 행위로 교육하는 서구사회에서 높은 신뢰를 받아온 기업들의 거짓과 부정은 기업의 생존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 환경에 위협을 가져오고 있다.

오늘날 회사나 기업마다 ‘이익의 극대화’라는 기업 목적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더 중요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며 윤리경영을 기업의 최우선 가치로 한다고 선전한다.

그래서인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도 품질인증기준(ISO 9000, ISO 14000)에 윤리경영을 포함시키려하고 있다. “윤리경영, 우리의 약속이며, 우리의 경쟁력입니다”라는 문구를 버젓이 내걸고도 범법행위를 자행하여 6개월간의 업무정지를 당한 롯데홈쇼핑이나 몇 조 단위의 적자를 내면서도 최고경영자에서부터 하급 관리자까지 본인들의 금고 챙기기에 혈안이 되었던 대우조선 등이 최근 우리나라에 나타난 윤리경영 상실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부적절하고 부정한 거래행위보다 더 심각하고 치명적인 비윤리적 경영의 피해는 서구의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기업윤리의 상실은 연구부정행위와 연계되었다는데 더욱 놀라움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1백여 명이 죽고 수 백 명을 병들게 한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연구윤리의 상실과 비윤리적 경영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크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미 1998년 유해물질 판정으로 판매가 금지된 폴리헥사메틸구아니딘(PHMG)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판매되었다.

영국의 다국적기업인 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에서 제조한 PHMG가 우리나라 환경부 심사를 통과하여 2000년도에 시제품으로 출시된 후 상당수의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들이 간질성 폐질환으로 죽거나 고통을 받다가 10년이 지난 2011년에야 판매가 중지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피해자들의 폐 손상과 관계가 없음을 주장하기 위하여 국내 두 개 대학의 독성학 전공 교수들로 하여금 허위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시도했다는 점이다. 즉, 이들 연구자들이 실험 데이터를 고치고 기업 측에 유리한 실험 환경을 만들어 연구결과를 조작하였고 연구자들은 회사로부터 상당한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독일의 아우디-폭스바겐 또한 비윤리 경영으로 소비자들을 속인 부도덕 기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배출가스 인증시험에서 탈락한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므로 차량의 내구성이 떨어진 차량을 불법 판매하여 우리나라 정부와 소비자들을 속인 혐의다.

이러한 부도덕한 불법행위가 독일 본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니 아무리 명성이 높은 기업이라도 돈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가증스러운 거짓말 사회병리현상이다. 돈 때문에 연구부정을 자행한 사례는 미국 기업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직 국장인 햄버그(Magaret Hamburg)씨는 존슨앤존슨(Johnson&Jonson) 회사 제품인 레버킨(Levaquin)이 신경계통의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있음에도 제품허가를 내어준 혐의로 형사 입건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햄버그 전 국장은 2014년 세계적인 경제지인 포브스(Forbes)에 의해서 세계 영향력 있는 51번째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존슨앤존슨 또한 성공적인 윤리경영 실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의 돈이 아니더라도 거액의 연구비 때문에 연구윤리를 위반한 사례 또한 매우 많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구부정 사례라고 하면 단연 2004년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Science)지 게재논문 사건이 있다.

미국에서도 스타 과학자인 버몬트대학의 폴먼(Eric Poehlman) 교수가 연구조작 혐의로 1년형을 선고받고 투옥되었다. 2000년 타임지에 ‘새로운 세기를 이끌어 나갈 500대 세계인’으로 선정된 일본 동경대 교수인 다이라 가쓰나 교수 또한 논문조작으로 해직되었다.

이러한 연구자들의 부정행위 즉 연구윤리의 상실은 파고들면 결국은 돈과 연결된다. “연구자는 지구는 지키지 못하더라도 연구윤리는 지켜야한다. 왜냐하면 연구자들에게 연구윤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이기 때문이다.”

대학원생이나 연구를 시작하는 새내기 연구자들에게 들려주는 연구윤리 교육의 첫 마디이다. 각 회사나 기업마다 윤리경영 지침이 있듯이 대학, 연구소 및 연구재단에도 연구윤리 규정이나 지침이 있다.

문제는 연구자들이 스스로 지켜야 하는 자율적인 실천이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안타깝게도 자율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엄격한 규제나 강력한 법적제제 밖에는 없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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