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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보육 대란...예산 절감용 졸속 행정 vs 무상보육 개선책7월 1일 시행 앞두고 어린이집 집단 휴원 가능성도 커져
김영 기자 | 승인 2016.06.21 18:20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지난 6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양승조 의원 사무실에서 20대 국회 최초 의원실 점거사태가 발생했다. 양 의원과 면담을 가진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소속 ‘맞춤형보육 시행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인사 수십명이 점거 농성을 벌인 것. 이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맞춤형보육이 보육의 질적 하락을 초래하고 종국에 가서는 보육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맞춤형보육 전면 실시를 둘러싸고 이어져 온 정치권과 보육업계 및 학부모 간 갈등이 극에 달한 모습으로, 일각에서는 제2의 보육대란 발발까지 우려 중이다.

맞춤형보육 전면 실시 반대시위에 나선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

오는 7월 1일 전면 시행되는 맞춤형보육은 장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경우 12시간 종일반 보육을 지원하고, 적정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경우 약 7시간의 맞춤반 보육을 지원하는 제도다.

맞춤형보육 대상은 어린이집 0~2세반 이용 아동(2013년 1월 1일 이후 태어난 아동)이며, 매월 15시간의 ‘긴급바우처’ 이용권도 제공된다. 다만 맞춤형보육 대상의 경우 기존 대비 80% 수준의 기본보육료가 지급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꾸준히 추진돼 온 개인별 맞춤복지의 일환으로 볼수 있는 맞춤형보육에 대해 정부와 보육전문가 사이에서는 무상보육의 사각지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실시된 0~5세 대상 무상보육으로 인해 어린이집 ‘품귀’ 현상이 발생한 상황에서 정작 어린이집 이용이 더 필요한 맞벌이 부부에게는 그 혜택이 충분히 돌아가지 못했는데 맞춤형보육 실시로 이와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반면 서비스 제공자인 한국어린이집연합회와 종일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전업모(외벌이가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에서는 “맞춤형보육은 예산 감축만을 노린 졸속 행정”이라 비판하며 시행 철회를 요구 중이다.

전업모의 경우 3자녀 이상, 취업모라 해도 근무형태에 대한 까다로운 입증절차를 거쳐야 만 종일반 신청이 가능하고, 기존 대비 어린이집 지원예산 삭감이 불가피한 정책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맞춤형보육이 기존 종일반을 이용하던 전업주부들의 이용제한과 보육료 지원삭감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어린이집 집단 폐원 우려도 커져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등 보육업계 관계자들은 맞춤형보육이 시행될 경우 올해안에 수천개의 민간 어린이집이 폐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까지 기준상 어린이집 평균 맞춤반 아동 수가 60% 가량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그에 따른 기본보육료 삭감이 상당해 재정난에 빠지는 어린이집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다.

이들은 정부의 예산지원 삭감이 보육의 질적 하락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종일반 대비 보육시간만 조금 차이나는 맞춤반에 한해 기존 대비 80%의 보육료가 지원될 경우 보육교사의 임금 및 처우 역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맞춤형보육 실시가 전업모와 취업모에 대한 차별정책”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벌이 가구의 경우 맞벌이 가구에 비해 어린이집 이용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그에 따른 부담을 전업모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불만이다.

일용직이나 노점상 등에 종사하는 일부 비정규직 취업모의 경우 종일반 신청을 위한 자기기술서 작성 및 근무상황 입증을 위한 서류 취득의 어려움 때문에 부득히한 피해를 볼수도 있을 것이란 의견 또한 적지 않다.

이렇다보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에서도 현 시점에서 맞춤형보육 실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 참석 “지금 맞춤형보육은 도저히 가정어린이집이 존립할 수 없는 잘못된 제도”라며 “그대로 강행되면 더민주가 부모들, 아이들, 어린이집원장, 교사들을 위해 전면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역시 제2차 여·야·정 민생경제점검회의에 참석 “맞춤형보육이 아니라 오로지 정부의 입맛대로 하고자 하는 정부의 보육정책에 불과하다”며 “맞춤형보육의 전면실시는 연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이자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 중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경우 복지부 자료를 토대로 “맞춤형보육 시범사업에 있어 맞춤반 신청율이 상당히 저조했고 민원 수는 급증했다”고 밝히며 “7월 시행은 연기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측은 ‘종일제 보육 12시간제를 종일제 보육 8시간+추가보육 4시간제로 전환’ ‘정부의 보육료 지원은 기본 8시간만, 추가 4시간은 수익자가 부담’ ‘8시간 보육료는 공공요금산정기준(기재부 훈령)의 총괄원가 방식으로 재산정한 표준보육비용 수준을 정부가 지원’ ‘종일제 8시간을 초과한 추가보육료는 고용주 또는 수익자가 부담’ 등을 보육정상화 대책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아울러 연합회 측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드려지지 않을 시 전국어린이집 동시 휴업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히고 있다.

맞춤형보육에 대해 설명 중인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현실적 대안이라는 정부

정부는 현재 “지난 11월 여야 정치권이 보육료 6% 인상을 전제로 올해 7월 1일부터 맞춤형보육을 전면 시행한다는 합의해놓고 이제와 딴소리를 한다”며 제도 시행 연기 등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15일 긴급브리핑을 가진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역시 “맞춤형보육 시행을 예정대로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맞춤형보육이 보육예산을 삭감하려 추진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맞춤형보육을 위해 보육료 예산을 작년보다 증액했다”고 강조했다.

방 차관은 “최근 일부 어린이집이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경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보육교사, 학부모님들에까지 보육현장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어린이집 운영 어려움은 맞춤형 보육과 별개로 해결할 상황이다. 추진과정에서 더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탄력적으로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보육분야 전문가들의 경우 맞춤형보육 실시 논란과 별개로 정부의 정책 취지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의 뜻을 밝히고 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실시된 무상보육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맞춤형보육이 좋은 대안이 될수 있다는 의견이다.

육아정책연구소 최윤경 연구위원은 “가구특성이나 어린이집 실제 이용시간과 관련없이 12시간 종일반을 제공하면서 가정내 부모양육이 중요한 영아들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이 늘어났다”며 종전의 과도한 보육복지 문제를 지적했다.

같은 연구소의 김은설 연구위원은 “맞춤형 보육 시행으로 종일반과 맞춤반이 뚜렷이 구분되면 보육서비스가 취업모 양육지원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확실히 회복하게 될 것”이라며 “오후 5시가 지나도 아이를 데려가지 않는다는 등 눈치 볼 상황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희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의 경우 “무상보육 제도가 우리 사회 의식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한 측면이 있다”며 “맞춤형 보육은 그동안 양육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재계에서도 맞춤형보육 실시에 대해 “저성장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지난 20일 경제6단체(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계는 육아여건이 상이한 부모 모두에게 적합하게 재설계한 ‘맞춤형 보육제도’가 예정대로 7월부터 정상 시행되기를 촉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맞춤형보육 실시 취지에는 공감을 표하고 있으나, 어린이집에 대한 기본보육료 삭감 등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며 정책 수정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에서는 맞춤형보육 전면 실시에 따른 반대여론이 확산되자 “종일반 보육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돌리는 것은 어렵지만 대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 내지 “표준 보육료 산정과 종일반 시간을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바꾸는 문제에 대해선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육업계 등은 ‘수용이 아닌 검토수준’이란 점을 이유로 시행 반대 입장을 굳히지 않고 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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